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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크리스마스는 누구였을까 _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헨리 셀릭 감독

그냥_ 2020. 6.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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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왜 영화를 이렇게 보는 걸까요. 모르긴 몰라도 영화를 해괴망측하게 제멋대로 보는 것만큼은 우주 최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에서도,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에서도 그러더니만 이번에도 영 이상하게 보이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 이 영화를 팀 버튼의 인사이드 아웃으로 읽었습니다.

 

 

 

 

 

 

 

 

'헨리 셀릭' 감독,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

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입니다.

 

 

 

 

 

# 1.

 

팀 버튼이 직접 디렉팅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답게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표현이 가득합니다. 고어 표현과 강한 대조를 이루는 순수성, 순수성보다 더 깊은 곳에서 흐르는 서정성이 인상적입니다. 편안한 이야기 구조 위에 풍부한 캐릭터 구성과 높은 완성도의 뮤지컬 음악이 더해진 매력적인 작품이죠.

 

기본적인 서사는 적당히 공포스럽고 적당히 말랑말랑한 동화입니다.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을 다녀온 후 산타의 매력에 매료된 할로윈 마을의 인기 스타 '잭 스켈링턴'이 스스로 산타가 되어 다음번 크리스마스 축제를 열어보겠다고 설치다가 해골 순록의 뚝배기가 터지는 참교육을 받은 후 정신 차리고서 이쁜 여자 친구랑 뽀뽀한다는 내용이죠. 할로윈 파티와 크리스마스 축제를 관장하는 귀여운 존재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액션 호러 로맨틱 어드밴처 인형극에다가 팀 버튼의 스타일과 대니 엘프먼의 음악을 적절히 비벼낸 뭐 그런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

 

만약 등장인물들을 개별 인격체가 아니라 한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담당한다 생각하면 어떨까요. 할로윈 마을이 한 명의 사람 즉, 팀 버튼의 머리 속이라고 말이죠. 쉽게 말해 <인사이드 아웃>처럼요.

 

'시장'은 할로윈 마을을 대표하는 존재, 대외적으로 드러난 팀 버튼입니다. 시장은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교체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가 웃는 얼굴을 짓든 우는 얼굴을 짓든 그건 할로윈(팀 버튼)을 대표하지는 못합니다. 그래 봐야 어디까지나 거짓된 가면일 뿐이니까요. 실제로 마을을 리드하고 파티를 기획하는 건 호박의 왕이죠.

 

'잭 스켈링턴'은 순수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장난스러운 걸 좋아하는 내면 속 리더입니다. 그는 팀 버튼 특유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영원히 늙지 않을 검은 드레스의 소년이죠. 기괴하고 소름 돋는 할로윈 축제를 꾸미는 데 있어선 천부적인 아티스트입니다만, 산타 클로스와 크리스마스 마을의 감수성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합니다. 걱정 없는 모습으로 잠자리에 드는 아이와 행복하게 쏟아져 내리는 눈과 친절하고 따뜻한 선물은 충격적이고 놀라운 일이죠.

 

 

 

 

 

 

# 3.

 

'샐리'는 슬픔과 걱정입니다. 아티스트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보다 본질적이고 진지하고 사려 깊은 자연인 팀 버튼의 내면이죠. 원래부터 마을에 존재하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샐리만큼은 핑켈슈타인 박사의 창조물로 그려집니다. 찢어지고 기워진 누더기라는 점은 상처로 이해될 수 있어 보입니다. 흔히 인형은 유년기의 상징으로 활용되곤 하죠. 그의 내면 속 깊은 우울감은 유년기 누군가로부터 새겨진 것인 걸까요. 그를 가두고 소유하고자 했던 핑켈슈타인 박사는 누구였을까요.

 

'우기부기'는 내면의 예술성(잭 스켈링턴)에 의해 통제되어 지하에 갇혀 있는 파괴적 광기 혹은 폭력성입니다. 벌레들의 군집체로 묘사되죠. 로크와 쇼크와 배럴이라는 세 악동들로부터 공급받은 누적된 경험과 기억의 집합체. 그의 분노는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기보다는 외부로부터 꾸준히 강요되어 축적된 부정적 경험의 산물입니다. 마지막 '산타 클로스'는 팀 버튼이 훔쳐서라도 가지고 싶을 정도로 동경하는 건강하고 능동적인 행복과 밝음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 4.

 

각 캐릭터를 위와 같은 정서의 표상으로 이해하며 작품을 돌아보게 되면 조금은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티스트 팀 버튼'은 할로윈 마을의 인기스타이지만 동시에 마을 분위기에 지쳐 있습니다. '아티스트 팀 버튼'은 열렬히 크리스마스를 연구해 스스로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 세상으로 날아간 팀 버튼이 자신은 산타클로스가 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절망하자 '폭력성'이 고개를 들어 내면을 지배합니다.

 

'아티스트 팀 버튼'은 '산타클로스'를 꿈꾸지만 '폭력성'는 '산타클로스'를 살해하려 합니다. 다행히도 스스로 호박의 왕이라는 걸 수용한 팀 버튼이 내면으로 돌아오자 '폭력성'은 잠재워집니다. '슬픔'은 팀 버튼에게 당신은 호박의 왕일뿐 절대 '산타클로스'가 될 수 없다 말하고, '산타클로스'는 팀 버튼에게 무조건 '슬픔'의 말을 들으라 말합니다. 팀 버튼은 '슬픔'의 오랜 짝사랑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사람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선사할 사람은 팀 버튼이 아닙니다. 그는 해피 할로윈에 만족해야 하죠. 자신의 내면 속 슬픔을 사랑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는 해피 앤딩이지만 팀 버튼의 새드 앤딩입니다.

 

 

 

 

 

 

# 5.

 

만약 이런 시각으로 작품을 본다면 영화의 제목 역시 중의적입니다.

 

'팀 버튼'이 창작한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악몽

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의 서사 위로

크리스마스를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팀 버튼'의 악몽

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의 상징을 풀어낸 작품이기 때문이죠.

 

작품을 곱씹는 동안 가장 궁금했던 건 팀 버튼이 찾은 '크리스마스 마을'은 누구였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내면 속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할로윈 마을과 달리 눈부시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그리는 크리스마스 마을을 내면에 품고 있었던 '그 사람' 말이죠.

 

밝고 건강한 작업을 하던 이름 모를 동료 영화감독이었을까요. 당시의 아내이자 뮤즈였던 리사 마리 였을까요. 다음 해 자신이 작업하게 될 영화의 주인공 에드 우드일 수도 있을 것 같구요. 페르소나 조니 뎁일 수도 있겠네요.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대답은 알 수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뭐. 이 정도 여백이 남겨진 영화도 나쁘지 않은 거겠죠. 헨리 셀릭 감독,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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