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소영'은 박카스 할머니입니다. 박카스이면서 할머니죠. 곤궁하고 비굴하고 비참한 창부로서의 정체성과, 넘치는 나이가 되어버린 노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중첩된 사람입니다. 각 정체성이 분리되어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 겹쳐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죠. 소영이 민호의 고사리 손을 잡고 자신을 사줄 노인들을 찾는 장면. 손님과 일을 치르기 전 아이를 여관 프런트에 맡기는 장면은 이 인물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마냥 냉소적일 것만 같은 세간의 선입견과는 달리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복잡 미묘한 내면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도덕성이라는 기준만으로 진단하고 결정지은 후 방치한 삶들 안에도 일반과 다르지 않은 나름의 깊이가 있었음을 상기하게 합니다. 감독은 박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