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살찐 고양이입니다. 선풍기에 발이라도 넣었던 듯 붕대가 메여 있네요. 초여름의 기분 좋은 족욕입니다. 쓰다듬 듯 커튼을 흔드는 바람입니다. 빵 종이의 바스락 거림입니다. 화분을 어루만지는 햇살입니다. 녹아내려 달그락 흔들리는 설탕입니다. 안경을 흘러내리는 그림자입니다. '박재인' 감독,『할아버지 할머니의 봄 :: Our Spring』입니다. # 1. 문득 올려다보는 가을의 높은 하늘입니다. 책장에서 삐져나오는 낙엽입니다. 소담하게 나누는 차 한잔입니다. 겨울의 바게트와 수프. 오늘의 저녁거리는 고구마 대신 단호박입니다. 매일같이 산책하던 길에 걸터앉아 즐기는 가을의 낙엽. 한점 한점 나눠 먹는 샤부샤부. 눈사람의 코가 되어버린 당근입니다. 남겨진 발자국입니다. 신중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