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혹자는 예술의 이유를 '언어의 불완전성을 메우기 위해'라 하더군요. 절묘한 말입니다. 언어가 모든 정서나 개념을 완벽하게 묘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예술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난임 부부의 오래도록 기다렸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평생 해오던 일을 마무리 짓는 순간, 죽일 듯 미웠던 사람의 비참한 마지막을 지켜보는 순간, 시한부 판정을 받는 어떤 이의 하루. 우린 그런 순간들을 상상하고 서술해 묘사할 수는 있지만, 그 순간의 특별한 정서들을 말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박은정' 감독, 『기대』입니다. # 1. 국어사전은 '기대감'을 '어떤 일이나 대상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고 기다림'이라 정의합니다. 담백하고 정확한 것 같긴 합니다만 우리가 통상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