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Hi. I've got a tape I want to play

조나단 드미 감독,
『스탑 메이킹 센스 :: Stop Making Sense』입니다.
# 1.
티나 웨이머스, 크리스 프란츠, 제리 해리슨 그리고 데이비드 번. 토킹 헤즈다. 전설적인 뉴웨이브, 포스트 펑크 밴드의 1983년 팬테이지스 극장 공연 실황은 독창적인 사운드뿐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스스로 120만 달러를 조달한 독립 제작 공연은 스튜디오의 간섭 대신 순수한 역동성으로 가득하기에, 양들의 침묵, 필라델피아의 감독 조나단 드미가 밴드의 비전을 영화 언어로 번역함에 있어 타협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연출의 핵심은 자연주의적 몰입이다. 감독은 백스테이지 장면이나 인터뷰, 객석의 반응 등 관습적인 록 다큐멘터리 요소를 모조리 베재한 후 오직 공연자들에 집중한다. 영화의 관객을 과거 기록의 관찰자가 아닌 무대 위에 올라 멤버들과 함께 호흡하는 참여자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Hi. I've got a tape I want to play"
텅 빈 무대 위 데이비드 번이 붐박스를 내려놓는다. 오프닝 Psycho Killer는 리듬 루프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구성된 미니멀한 무대다. 다음 곡 Heaven에서 티나 웨이머스가 합류해 사운드의 기초를 다지고, Thank You for Sending Me an Angel에선 크리스 프란츠의 드럼 세트가 등장해 리듬의 골격을 세운다. 마침내 Found a Job의 무대로 제리 해리슨까지 합류, 토킹 헤즈가 완성되고 나면. 이후 백업 보컬 에드나 홀트와 린 마브리, 퍼커션의 스티브 스케일스, 기타의 알렉스 위어, 건반의 버니 워렐이 차례로 등장해 펑크 오케스트라로 변모하기에 이른다. 공연의 진행에 따라 무대가 확장되고 완성되어 가는 점진적 구축의 서사다. 선형적으로 나열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운드가 층층이 쌓여나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셈이다.

# 2.
거대한 회색 슈트는 대중문화 사상 가장 아이코닉한 의상 중 하나다. 일본의 전통극 노(能)와 가부키(歌舞伎)에서 영감을 얻은 번은, '무대 위에서는 모든 것이 커야 한다'는 조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슈트를 고안했다 회고한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작게 보이게 만들어 음악의 물리적 에너지가 머리(이성)보다 몸(본능)에 먼저 닿기를 바랐다 밝힌다. 기호학적으로 슈트는 권위, 규격화, 경직성을 상징하니, 슈트를 입고 우스꽝스러운 기괴한 춤을 추는 번은 사회적 억압과 비즈니스 세계의 엄숙주의를 풍자하는 것과 같다. 무대의 조명을 받아 빛나는 슈트의 널찍한 면적은 작은 움직임조차 드라마틱하게 과장시키고 있고, 이는 영화의 제목처럼 '말이 되는 소리(Making sense)'를 멈추고 혼돈과 유희의 세계로 진입함을 시각적으로 선언하는 도구라 할 것이다. 옳다.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을 멈추고 리듬에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인간은 타인과 연결되어 자유를 얻는 법이다.
무의미한 단어, 반복적인 리듬, 맥락 없는 동작은 관습적인 의미 체계를 거부하는 장치로, 흔히 정보의 과잉과 기술적 소외 속에서 인간이 느낄 불안을 음악적으로 극복하려는 포스트모던적 시도로 해석된다. 번이 자신의 자폐 스펙트럼을 공개한 후로 자폐 서사에서 이해하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Psycho Killer의 가사 I'm tense and nervous and I can't relax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는 마스킹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는 식이다. 경련하듯 춤추며 빅 슈트 안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언마스킹의 과정이라 읽어낸다면, '다름'을 교정의 대상이 아닌 축제의 원천으로 바라본 드미의 인본주의적 시선 역시 평가받을 수 있겠다.

# 3.
24 트랙 디지털 녹음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사례로 기술사적으로도 의의가 크다.1 SONY PCM-3324 디지털 레코더로 녹음된 오디오는 아날로그 방식보다 월등히 우월한 투명도와 분리도를 제공한다.2 엔지니어 조엘 모스, 스테판 마슬로우는 공연의 생동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스튜디오 앨범 이상의 정교한 믹싱에 성공, '라이브보다 더 라이브 같은' 사운드를 구축했다 평가되는데, 직접 들으면 동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괜히 폴린 카엘이 '사운드 엔지니어링이 너무 뛰어나서 실제 라이브보다 더 훌륭하게 들린다' 극찬한 것이 아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촬영 감독으로 유명한 조던 크로넨웨스는 여섯 대의 고정 카메라와 한 대의 핸드헬드, 파나글라이드를 동원했다 알려진다. 현란한 줌이나 빠른 패닝을 대신하는, 긴 호흡의 트래킹과 연주자의 얼굴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클로즈업은 공연을 소비의 대상이 아닌 관찰과 공감의 대상으로 격상시킨다. 또한 무대 배경을 음영 처리한 후 인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해 연주자들을 마치 움직이는 조각상처럼 묘사하는데, 이 역시 필름누아르적 미학을 록 공연에 이식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번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무대 조명 역시 화려함보다는 질감과 대비에 집중해 작품의 철학에 크게 기여한다. 3 물론 개봉 40주년을 맞아 A24가 주도한 4K 리마스터링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시각적 선명도, 오디오, 특히 극장 개봉 당시 편집되었던 미공개 트랙 Cities, Big Business/I Zimbra의 복원은 크게 칭찬받아 마땅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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