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사춘기사용설명서 [보호자용]
맥지 감독,
『사탄의 베이비시터 킬러 퀸 :: The Babysitter Killer Queen』입니다.
# 1.
겁 많은 어린이가 사춘기를 내딛는다는 내용의 따뜻한 성장 영화다. 대체 무슨 의도로 사탄이란 무시무시한 말을 가져다 붙인 건지 모를 고약한 배급사의 모함에 속기 쉽지만 원제는 담백한 베이비시터로, 우리 시대의 로멘티스트, 아리 에스터의 <유전>이나 <미드소마>처럼 온 가족 오손도손 함께 보기 좋은 가족 드라마되시겠다. 속편의 부제가 킬러 퀸이라는 게 조금 찝찝하지만 이 역시 오해다. 뮤직비디오 연출자 출신의 감독이 퀸의 팬이었을 뿐이다. 실제 절정부에 다다르면 프레디 머큐리가 부르는 킬러 퀸이 웅장하게 흘러나와 아들과 아버지의 가슴 뭉클한 화해를 서정적으로 장식한다.
인생의 다음 쳅터를 향해 한 발짝 내딛으며 끝나는 영화의 후속작은 당연히 본격적인 사춘기일 수밖에 없고, 정확히 2년어치만큼 자란 주다 루이스의 모습처럼 영화는 예정된 이야기를 펼쳐낸다. 전작의 소동이 집에 꼬라박는 장면으로 끝난 건 과보호를 호쾌하게 파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콜의 운전실력이 형편없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전작을 운전석에 앉아 엑셀레이터를 밟아보는 이야기라 한다면 속편은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를 직접 몰고 가는 이야기로,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초보운전자에게 사춘기의 불안을 드라이브한다는 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관객들의 응원이 무색하게도 콜은 방황 중이다. 콜은 악마의 의식이 있었던 그날 밤에 집착함으로서 친구와 가족 모두에게 의심받으며 고립된다. 성장이란 것을 과정이 아닌 결정이라 착각하고 있음이다.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이 아닌 긴 시간 이겨나가야 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콜은 과거의 그날 하루면 성장한 것 아니냐 떼를 쓰고 있다.
작품의 엔딩이 함께 사선을 넘은 피비와의 달콤한 사랑이 아닌 이유다. 감독은 간호교사와의 면담을 쿠키의 형식으로 걷어내기는커녕 자기 작품의 앤딩으로 결정했고, 이는 그만큼 해당 장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드렁한 간호교사와 다시 만난 콜은 아빠와 피비를 증인으로 앞세워 자신의 말이 맞지 않냐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악마의 의식 모두 착각이었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모습이다. 성장에 있어 시작은 사소하고 본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소중한 사람과의 앞날에 집중하는 것이다.
# 2.
대부분의 분량은 마지막의 깨달음에 도달하기까지 사춘기 소년의 정서에 투자된다. 성을 대하는 시선은 대표적인 사춘기의 변화다. 거미가 우글거리는 지하실과 아기자기한 피비의 지하방은 사실상 같은 공간으로 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시각적으로 은유한다. 사춘기 전의 어린이에게 성은 무섭고 음습한 것이라면 사춘기 소년소녀에게 성은 비로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우정이 아닌 사랑을 처음으로 경험한 콜과 피비는 잠자리를 가짐으로써 더 이상 순수한 존재가 아니게 되지만, 그 순수하지 않음이 두 사람을 구원하게 된다는 반전은 사춘기를 논하고자 하는 작품의 주제의식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다.
작품의 톤이 호러에서 액션으로 넘어가며 마일드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콜을 쫓던 비의 동료들은 콜보다 앞선 존재들이었다. 성장을 유예한 어린이게 비해 잘못된 성장이나마 시작한 사춘기의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춘기의 콜에게 과거 비의 동료들은 같은 눈높이의 존재가 된다. 전작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과 달리 대결하는 상대로서 훨씬 편안하게 무찌르는 이유다.
콜을 응원하던 멜라니의 흑화는 후속작의 정체성으로, 본연의 성정과 별개로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정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장치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멜라니의 아빠가 자신의 딸에게 양팔을 잃고 도륙 나는 것은 콜의 아버지의 반성과 함께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가장 주요한 장면 중 하나라 해도 무리는 없다.
전작이 과보호를 지적했다 해서 부모의 보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수준, 적절한 거리의 보호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과보호한 가정이 사탄의 양육이었던 것처럼 방임된 가정 또한 사탄이나 할 법한 양육이긴 매한가지다. 콜의 아버지를 통해 표현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자녀의 변화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소년 스스로 성장했던 전작이 [본인용]이라 한다면, 속편은 [보호자용]이다.
# 3.
크게 나쁘진 않지만 요소요소에서 전작만 못하다는 세간의 평은 정당해 보인다. 액션의 질적 재미를 보강하는 대신 빌런의 수를 늘려 양적으로 만회하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구조적으로 빌런의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쫓고 쫓기던 추격전의 위엄이 추락한 상황에서 더군다나 옆에 여자친구까지 붙여줬으니 슬래셔 영화의 팬들에겐 심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빌런 각각의 죽음에 충분한 개성과 함의가 있었던 것에 반해 악마들의 죽음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도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다. 새롭게 합류한 제나 오르테가는 주목받는 배우답게 좋은 연기를 하지만, 캐릭터의 목적이 지나치게 기능적이고 서브플롯으로서의 피비의 과거는 매인 플롯과 잘 연동되지 않고 겉돈다. 비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목적 하나를 위해 억지로 덧붙인 부록과 다르지 않다.
전작을 홀로 견인하다시피 한 사마라 위빙의 비가 결말에만 짤막하게 나온다는 것은 시리즈의 팬들에겐 큰 아쉬움이다. 그녀를 대신했어야 할 멜라니가 비의 마이너버전 같아 보인다는 것은 작품의 체급 자체를 작아 보이게 한다는 면에서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오히려 1편의 메인 빌런이 멜라니였고 속편의 빌런이 비로 디자인되었다면 시리즈를 꾸려나가는 데 있어선 훨씬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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