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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간음한 여인 _ 창녀와 크리스마스, 페트라 비온디나 볼프 감독

그냥_ 2025. 2.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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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페트라 비온디나 볼프 감독,

『창녀와 크리스마스 :: Dreamland』입니다.

 

 

 

 

 

# 1.

 

크리스마스이브, 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외로운 네 가족의 이야기다. 매춘부 담당의 사회복지사이지만 늦은 밤이면 애인 몰래 다른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지는 주디스. 남편이 매춘했음을 알게 된 부유층의 임산부 리나. 이혼의 괴로움과 외로움을 매춘을 통해 해소하려는 롤프. 남편과 사별한 후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 주앙을 유혹하는 마리아. 이들 네 가족의 이야기는 모두 불가리아 출신 창녀 미아와 연관이 있다.

 

짐짓 근대문학의 제목 같기도 한 창녀와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배급사가 지어 붙인 이름으로 원제는 드림랜드, 꿈나라다. 대부분의 경우 원제목을 따르는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그리 나쁘지 않다 싶다. 창녀와 크리스마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고 함께 해서도 안될 것만 같은 두 단어가 나열된 순간의 건조하고 까슬한 촉감처럼 영화는 고독한 인간의 이율배반적인 위선에 정직하게 다가가 담대하게 직시한다. 다소 피상적인 꿈나라라는 제목보다 작품과 연동되어 스스로 의미하는 바가 있다는 것도 괜찮다.

 

 

 

 

 

 

# 2.

 

율법학자들과 바리시아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데려와 내세우며 묻는다. 법에는 죄를 범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라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예수는 몸을 굽혀 바닥에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그들이 대답을 재촉하므로 예수는 고개를 드시니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하시곤 다시 몸을 굽혀 무언가를 쓰셨다. 말씀을 듣자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둘 떠나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던 여자만 남았다. 예수께서 고개를 들고 여자에게, 너를 고소한 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어디 있느냐 물으셨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여인이 답하자 예수께서는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하셨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간음 하다 잡힌 여인에 관한 이야기다. 

 

네 가족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것과 별개로 영화의 구성은 생각보다 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전반은 각자의 죄악으로 미아와 간음하는 것이고, 후반은 자신과 간음한 미아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다. 작중의 돈은 요한복음의 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단순히 값을 치르는 것을 넘어 과장되게 흥정한다거나 모욕을 주는 몇몇의 대사는 감독이 돈이라는 요소를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주디스는 매춘부를 관리하고 도움을 주는 것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 다른 여인들과 마찬가지의 간음하는 죄를 지은 자다. 부유층의 임산부 리나는 매춘한 남편에 대한 분노로 미아를 따져 묻지만, 사랑 대신 자위하던 그녀는 돌을 맞을 대상이 창녀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다. 육체적 외로움은 딸벌 매춘부의 손길로, 정신적 외로움은 연기된 식사로 채우려던 롤프는 진짜 가족이 나타나자 애원하는 여인을 매몰차게 내쫓는다. 자신은 창녀와 다르다 생각하던 마리아는 남자에 둘러싸인 젊고 아름다운 미아에 대한 시기심을 모욕으로 가려보지만, 유혹하던 주앙에게 창녀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고 절망한다. 애꿎은 미아에게 분풀이를 한 끝에 훔친 돈을 헌금으로 떠넘기며 마음의 짐까지 함께 버린다.

 

 

 

 

 

 

# 3.

 

작품은 요한복음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기에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시간적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성탄절은 예수가 태어난 날로 태어났어야 할 예수가 없는 세상을 역설하는 장치다. 박애와 양심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가책 없이 돈뭉치를 팔매질하고 그 끝에 간음한 여인은 얼어 죽는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지워진 듯한 하얀 눈은 창녀가 성녀처럼 보이게 만드는 박애와 양심이 망실된 타락한 세상의 전경이다. 죄지은 자들이 부끄러움 없이 팔매질하는 세상에서 사랑은 어디로 갔느냐는 처절한 물음과 울음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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