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뚜렷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조셉 코신스키 감독,
『오블리비언 :: Oblivion』입니다.
# 1.
스토리는 지루하고 메시지는 진부하다. 황량한 지구를 방황하는 톰 크루즈의 영화는, '비단으로 누더기를 만든 듯하다'라던 어느 평론가의 우악스러운 비아냥을 설득력 있는 것으로 만든다. 장르의 바이블과 같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나 <스타워즈>(1977)까지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서사로서의 <매트릭스>(1999)와 <블레이드 러너>(1982)를 비롯해 <인디펜던스 데이>(1996), <아일랜드>(2005), <토탈 리콜>(1990), <혹성 탈출>(1968) 등 지나치게 유명한 고전 SF의 아이디어가 뭉텅이로 발견되는 경험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각각의 요소는 양적으로만 풍부할 뿐 재해석되지도 재구성되지도 못한 채 전형적인 플롯과 설정을 빌려오는 수준에 그친다.
물론 인상적인 세계를 던져놓는 전반부 흡입력은 비판적인 사람들조차 부정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다른 단점들을 배제하고서라도, 비행선 앞유리에 놓인 인형이 되어 톰 형과 세계를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감독은 전작 <트론 : 새로운 세계>(2010)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시각적 표현에 집중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 황량한 문명과 평온한 지구의 조합은 새롭게 제시된 디스토피아로서,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잔해와 오버테크놀로지의 조화를 매혹적으로 구현해 전에 경험한 적 없는 미래를 펼쳐낸다.
유선형의 드론과 기하학적 우주선을 비롯 생태계 파괴의 상징들이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으며, 이를 다시 익숙한 자연 속 오두막과 대비시킴으로써 작품의 세계관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주요 촬영지로 알려진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은 최고의 미장센이 되어 작품의 SF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프랑스 일렉트로닉 그룹 M83의 기여 역시 인정되어야 한다. 사운드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고양시켜, 지루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끌고 갈 수 있도록 관객을 성실하게 독려한다.
# 2.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고, 그 부분에서 크게 미흡하다. 전반적으로 서사의 깊이가 부족하고 감정적으로 메마르다. 인상적인 전반부의 흡입력은 중반부 줄리아의 등장과 함께 방황하다 후반부 예측가능한 전개와 함께 침몰한다. 과도한 플래시백과 중복된 정보는 집중력을 약화시킨다. 지나치게 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있으며 따분한 와중에 산만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은 스카이타워와 지상을 오가는 지루한 오르내림의 반복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메시지가 사려 깊은 것이라거나 창의적인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톰 크루즈는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프로페셔널하지만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따라가는 캐릭터의 단조로움까지 극복하지는 못한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이미 익숙한 것인 데다 그렇다고 감독의 철학에 맞춰 충분히 탐구되지도 않기에 호기심을 끌어내기 힘들다. 고전적이고 예측가능한 영웅은 마지막 인류의 구원자라도 된 듯 무리를 이끌고 나타나지만 별다른 감동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52번의 잭 하퍼는, 49번 잭 하퍼와는 다른 경험, 복제된 잭 하퍼들과는 같은 기억, 모든 인류와는 다른 발생이 결합된 이질적 존재로서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어야 하나 대다수의 관객들에겐 그저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시킨 익숙한 톰 크루즈로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말콤 비치를 연기한 모건 프리먼과, 줄리아를 연기한 올가 쿠릴렌코는 지나치게 기능적인 캐릭터를 기술적으로 수행하는 식으로 낭비된다. 빅토리아를 연기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정도가 상대적으로 입체적인 배역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녀의 캐릭터 역시 충분히 활용된다는 인상은 옅다. 중요한 내러티브를 끌고 나갈 잠재력을 가진 거의 유일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주체성을 잃고 소외되어 버린 것은 이야기가 앙상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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