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국가는 죽은 용사의 조각상을 가질 자격이 있는가
알베르 뒤퐁텔 감독,
『맨 오브 마스크 :: Au revoir la-haut』입니다.
# 1.
콧수염이 유독 잘 어울리는 알베르 뒤퐁텔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이야기로, 전쟁의 무자비함과 그보다 더 참혹한 이후를 탐구하며, 심미적 아름다움과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유려한 블랙 코미디를 두루 선사한다.
매드 아티스트의 예술적 요소와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듯한 블랙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는 작품의 매력이다. 감독은 전후 프랑스 사회의 위선과 부조리, 생존자들의 투쟁과 몰락을 예술적으로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연출은 놀라운 상상력과 감각으로 전쟁의 상흔을 구현, 1920년대 프랑스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우화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전쟁 영웅의 추모비 건립 과정은 당대 프랑스뿐 아니라 모든 애국주의의 위선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후유증에 고통받는 참전 용사들의 적나라한 현실과 한가하고 호화스러운 프로젝트는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이름 잃은 참전용사들은 이름 모를 묘지마다 저렴한 중국인 노동자의 손에 묻혀 값싸게 팔려간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 전우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프랑스라는 지적은 그 어떤 꾸짖음보다 준엄하다.
# 2.
<120 BPM>(2017)으로 큰 인상을 남긴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의 에두아르는 전쟁 중 심각한 부상으로 코 아래 하관을 모두 잃는다. 후송된 병실에서 자신의 몰골을 알게 된 에두아르는 알베르에게 죽여달라 애원하는 데, 그 장면에서 인물은 이미 정신적으로 죽은 것과 다름없다. 알베르가 벌어오는 혹은 훔쳐오는 모르핀은 그의 죽음이란 잠시 유예되고 있는 것일 뿐임을 암시한다. 결말의 최후는 앞선 느슨한 복선에서부터 비롯된 필연인 것이다.
에두아르의 예술적 재능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더라면 펼쳐냈을 인생의 기회비용을 의미한다. 마스크는 그의 무한한 가능성과 내면의 고통을 입체적으로 녹여내는 주요한 상징이다. 20세기 초 유럽의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확인되는 마스크의 형상은 당대의 시대적 혼란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가 그린 미술은 마치 에곤 실레 (Egon Schiele, 1890-1918)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데, 이 또한 단순한 심미적 선택을 넘어 전후 개인의 절망과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에두아르는 죽은 참전용사의 조각상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사기극을 모의하는 데, 다양하게 조형된 마스크를 쓴 에두아르는 그 자체로 참전용사의 희생과 참상을 보여주는 '죽은 자의 조각상'이다. 결말에서 아버지의 진정성 담긴 고백에 눈물과 고마움을 표한 에두아르는 건물을 뛰어내린다. 비로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죽은 용사에게 취해야 할 태도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정치적인 비즈니스가 아닌 진심 어린 참회다. 영화가 끝난 후, 각국의 전쟁기념관을 채우고 있는 추모 동상들을 국가적인 목적으로 박제되어 버린 포획된 에두아르'들'이라 생각하면 섬뜩하다.
# 3.
에두아르가 죽은 참전용사를 대변한다면, 자연스럽게 알베르는 살아남은 참전용사를 대변한다. 그를 둘러싼 묘사들은 훨씬 현실적이고 투쟁적인 이유다. 참호에서의 2년을 버텨낸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 말하던 그가 점점 세상의 외곽으로 밀려나는 모습은 포탄이 쏟아지는 참호만도 못한 프랑스다. 프라델의 죽음은 말머리와 함께 묻힌다는 것까지 알베르의 위기와 닮은 모습인데, 프라델의 죽음은 숨은 의미 이전에 장르적으로도 통렬하다. 결국 에두아르의 계획으로 벌어들인 돈은 알베르의 손에 들려진다. 이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조각상 세울 돈이 있으면 살아남은 참전용사들이나 챙겨라는 더없이 통렬한 지적이다. 끝내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정착하는 알베르의 웃음 가득한 미래는 용사를 가질 자격 없는 프랑스의 비극이다.
에두아르의 입을 대신하게 되는 전쟁고아 루이스는 용사들이 희생한 진정한 의미의 미래다. 그런 미래가 '거래'되는 씬 역시 소소하지만 강력한 비판이다. 루이스 또한 알베르와 함께 이민을 가는 것은 프랑스엔 미래가 없다는 비난이다. 세상에서 프랑스에게 가장 잔인한 프랑스 영화다운 작품은 시대의 반성이다.
# 4.
뱅상 마티아스의 촬영은 다채로운 색감과 과감한 명암의 조화를 통해 전쟁 장면에서부터 당대 파리의 혼란까지 인상적으로 그린다. 그중에서도 치열한 전투 장면의 항공 촬영은 유수의 뛰어난 전쟁영화들과 비교될 정도로 뛰어나다. 카메라는 전쟁의 파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 고립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참호 속 병사들의 고통과 절망, 황폐해진 도시의 모습, 파리의 음습한 뒷골목까지 각 장면은 카탈로그에 기록된 회화 작품과 같은 미술적 감동을 보인다. 음악 또한 기억할만하다. 크리스토프 줄리엥의 음악은 작품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보완한다.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우울한 선율은 영화의 감정적 흐름을 따라가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에두아르의 작업 장면에서의 음악은 인물의 혼란과 창작열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전후 프랑스의 재현과 논평의 균형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전쟁과 전후, 도시와 전장, 희생자와 생존자, 자본과 인간, 웃음과 좌절의 대비 속에서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지목하면서도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품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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