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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이런 영화'를 본다는 것 _ 내 이름은 마더, 니키 카로 감독

그냥_ 2023. 5.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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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아직 못 본 영화가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대충 기천 편은 넘어가고 있으니 적잖이 영화를 좋아한다 해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관람 편수가 그 정도가 되면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감이라는 게 오기 마련인데요. 요컨대 '이런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기대할 만큼 미련하지는 않다는 것이죠.

 

 

 

 

 

 

 

 

니키 카로 감독,

『내 이름은 마더 :: The Mother입니다.

 

 

 

 

 

# 1.

 

주연은 제니퍼 로페즈입니다. 포스터를 대문짝만 하게 장악하고 있는 걸로 보아 전형적인 원탑영화처럼 보이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총질 난사하는 예고편과, 노골적인 제목에 미루어 본다면 적당히 모성코드를 비벼낸 액션 영화쯤 될 겁니다. 최근의 <길복순>이나 <정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악녀>나 <미옥> 같은 작품들이 얼핏 떠오르는 데요. 죄다 실망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이 해당 코드를 편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증명하는 듯하군요.

 

노골적인 배우 마케팅과, 액션의 물량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가 너무나 분명한 예고편, 캐릭터를 납작하게 짓누르는 모성 코드와, 제작사 넷플릭스의 누적된 신뢰도에, 태만하기 그지없는 한국어 제목까지 더해지면 싸한 기분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 불길한 예감대로라면 어쩌고 저쩌고 주인공이 우당탕탕 악당들 죽이는데, 귀염뽀짝 딸은 인질에서 시작해 짐덩어리를 지나 전리품으로 전락하게 될 테고, 그동안의 전개는 앙상하고 직선적인 가운데 감정적 완급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모성이 동원되고, 표현은 십중팔구 블러 잔뜩 먹인 눈뽕 회상 씬의 형태를 빌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죠.

 

 

 

 

 

 

# 2.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인공인 것만은 확실한 제니퍼 로페즈가 누군지 모를 사람들과 말다툼을 하는데요. 급습을 당해 몽땅 죽습니다.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욕조에 숨고 메인 빌런처럼 보이는 인물이 서서히 다가오는 데요. 아... 이 자식이 말을 하네요? "거기 있는 거 알아. 숨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전 수행 중인 인간이 어느 거리 어느 방향에서 누가 다가오고 있는지 광고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감독의 총기 액션 연출 능력에 대한 기대는 깔끔하게 내려놓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고작 영화시작 5분.

 

어떻게 구조한 건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사한 주인공은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만삭의 배에 칼을 찔리지만 아무튼 딸은 순산하는데요. 뭐 이 정도는 영화적 허용이라 치고 넘어가도 괜찮은 거겠죠. 또 다른 요원 하나가 다가와 브리핑을 하는데요. 딸이 위험하니 네가 키울 수 없다며 데려가겠노라 통보하는군요.

 

제니퍼 로페즈가 자신이 업보 덩어리 암살자라는 것과, 직업 특성상 복수를 위해 이를 갈고 있을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다는 것과, 그 사람들이 딸을 해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은 새로운 변수가 아닙니다. 딸을 데리고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은 급습을 당하면서 예기치 못하게 생긴 딜레마가 아니라는 것이죠. 말인즉 데리고 키울 생각이었다면 10달 동안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고, 감당이 안된다 판단했다면 애초에 마음의 준비와 이후의 대비를 했어야 한다는 뜻이죠. 액션이 감정의 크기와 시청각적인 은유를 전담한다면, 모성은 인물의 행동과 선택의 근간이 되는 드라마적 깊이가 되어야 할 텐데요. 시작부터 세팅이 이 모양이라면 일련의 감동에 대한 기대도 다소곳이 내려놓는 것이 합당합니다. 여기까지는 9분.

 

 

 

 

 

 

# 3.

 

어쨌든 딸과의 이별을 선택하고 눈 쌓인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우리의 주인공. -12년 후-라는 태만한 텍스트가 지나는 데 신기하게도 주연 배우 얼굴은 그대로입니다. 흙바닥 구르던 군인 출신 주인공이, 자외선 반사광 개 때려 맞는 산골짜기에서, 피부 쩍쩍 갈라지게 만들 칼바람 맞으며, 야생 동물 잡아먹어 가며 12년을 살았지만 그대로라는 건데요. 회당 수십만 원을 상회하는 강남 피부과 레이저 시술을 산골짜기에 옮겨두지라도 않는 한 말이 안 되죠.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자연스럽지만 늙은 모습을 허락할 수 없는 배우에게도, 배우에게 그런 모습을 요구할 수 없는 미술 감독에게도 이 영화는 그 정도의 애정을 들일만한 작품이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 여기까지가 15분.

 

고작 도입을 지나는 동안 액션, 드라마, 미술이라는 삼연벙을 당하고 나면 실망을 위한 더 이상의 근거는 필요치 않아 집니다. 이야기도 드라마도 디테일도 없는 작품이라는 건데요. 남는 건 오로지 오락으로서의 액션뿐이라는 것이죠. 이쯤 되면 어떤 설정, 어떤 이름이 새로 등장하든 기억하고 정돈하기 위해 집중을 허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소 경직된 자세를 풀고 허리에는 나쁘다지만 세상 편안한 자세로 등받이에 반쯤 기대 누은 듯 앉아도 좋습니다. 전혀 궁금하지 않은 설정을 늘어놓는 장면이라거나, 지루한 회상씬 따위가 나올 때 도움이 되어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한 손에 쥐고 있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죠.

 

 

 

 

 

 

# 4.

 

좋습니다. 드디어 첫 번째 액션입니다.

 

왜 굳이 백주대낮에 납치를 하는 거지? FBI의 증인보호프로그램은 병신인 건가? 범인들에게 보호인의 신분이 노출되었고, 그 정보가 친모에게까지 흘러들어 갈 정도라면 신분 세탁을 포함한 이후 대책이 진행되었어야 하지 않나? 하다 못해 경호 인력이라도 배치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보편타당한 의문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차치한다 하더라도. 최고의 군인이라는 제니퍼 로페즈는 은폐 엄폐 이런 건 못 배운 건가? 라거나, 장거리에서 실력 좋은 스나이퍼가 총을 갈기는 데 납치범들은 몸을 숨겨야겠다는 자각이 없나?라는 액션 연출과 관련된 문제까지 속출하노라면 액션 원툴인 영화가 액션도 구리면 어쩌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죠.

 

어쨌든 딸 조이를 납치하는 데 성공한 범인들은 멀리서 저격하던 주인공을 찾아가는 데요. 십 수 명의 인원이 딸을 납치하면서 정작 엄마를 처치하기 위한 인원으로는 엑스트라를 하나 붙이는 게 전부군요. 당연하게도 딸의 납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딸의 신분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엄마 제니퍼 로페즈를 위협하기 위한 복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인원 배치 역시 딸의 납치보다는 제니퍼 로페즈를 위협하는 데 더 많이 배치되었어야 말이 됩니다만, 이 영화에서 말이 되는 것을 기대한 내가 나쁜 건지도 모르죠.

 

여하튼 뜻밖에 주인공과 일기토를 벌이게 된 액스트라 하나가 주차장에 덩그러니 떨어집니다. 상대가 권총 한 자루만 가지고 있었어도 뚝배기 날아가기 딱 좋게끔 주차장 한 복판을 어슬렁 거리는 모습이 황당합니다만, 주인공은 왜 자동차 아래를 포복으로 기어 다니며 이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지는 그보다 더 황당하죠. 심지어 이 빡대가리 머머리 액스트라는 후진하는 차를 보고 옆으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차에 총질을 하다 리타이어 합니다. 만세. 여기까지가 23분.

 

 

 

 

 

 

# 5.

 

세 번째 단락에서 오락으로서의 액션뿐인 영화라 말씀드렸는데요. 첫 번째 액션 시퀀스를 통해 확인한 것은 오락으로서의 액션조차 함량 미달이라는 점입니다. 인생이 쓸데없이 알차고 보람되거나 특별히 시간이 남아돌아 굳이 인생을 허비해야겠다 하시는 분 혹은 한번 보기 시작한 영화는 끝까지 봐야만 하는 강박증 환자가 아닌 이상 이 시점이 영화를 끄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뜻이죠.

 

한번 보기 시작한 영화는 끝까지 봐야만 하는 강박증 환자가 선발대로 다녀온 감상을 말씀드린다면 역시나 20여분 언저리에 영화를 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상한 대로 영화는 모든 면에서 앙상한 가운데 그 앙상함을 숨기기 위해 눈을 어지럽히는 돈지랄류 로케이션과, 편집증을 불러일으키는 컷 전환,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슬로 모션,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폭파 장면이 쳐덕쳐덕 발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소위 '마이클 베이'류라는 건데요. 마 선생님 영화가 구린 것과 별개로 심지어 그 양반의 하위호환 따위를 봐야 할 이유는 단 1도 없음에 분명합니다. 니키 카로 감독, <내 이름은 마더>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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