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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하염없는 더하기 _ 멍뭉이, 김주환 감독

그냥_ 2023. 3.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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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유연석 좋아하는 사람 +

차태현 좋아하는 사람 +

개 좋아하는 사람 +

엄마 사랑하는 사람 +

제주 풍경 좋아하는 사람 +

스튜어디스 좋아하는 사람 = ?

 

 

 

 

 

 

 

 

김주환 감독,

『멍뭉이 :: My Heart Puppy입니다.

 

 

 

 

 

# 1.

 

호감력 만렙인 주연배우 빨로 개떡 같은 영화를 찰떡 같이 흥행시킨 감독이 같은 방식으로 재탕에 도전합니다. 그것도 귀염뽀짝 강아지들을 뭉탱이로 쏟아부으면서 말이죠. 영화는 이런저런 곁가지들도 이야기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핵심은 개입니다. 아래 레트리버 혓바닥 귀여운 거 보세요. 산책 가까?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두 형제가 차 타고 여행하는 동안

개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 파이팅"

 

이라는 주제의식의 좌충우돌 코믹 감동 가족 힐링 우정 핑계고 자연 행복 아싸 좋구나 뭐 고런 작품 되시겠습니다. 살짝 고상하게 말한다면, 귀여운 강아지들과 반가운 카메오와 소소한 코미디가 감상의 수평적인 폭을, 가족의 상실과 극복, 인간과 반려견의 관계 등의 메시지가 수직적 깊이를 담당하고 있는 작품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 2.

 

영화는 전반적으로 너무나 기계적이고 또 계산적입니다. 각 시퀀스마다 관객에게 주고 싶은 효과가 단정되어 있고, 그 효과를 주기 위해 설정과 캐릭터와 구성이 역산逆算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만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예를 들어 진국의 직업은 웨이트 트레이너인데요. 해당 직업은 이야기 속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거니와 애초에 차태현의 몸은 누가 보더라도 트레이너와 어울리지 않죠. 그럼 왜 진국은 트레이너'여야' 했을까. 타이즈 입은 이쁜 몸매 눈나와, 살집 있는 회원과의 소소한 콩트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초반에 섹스어필 하나 가볍게 찍먹 하면서 코미디 한 방 놓고 가자는 목적을 먼저 잡아 놓고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후에 만들어 붙인 인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영화에는 반복적으로 술자리가 등장하는데요. 마찬가지 의미에서 두 형제의 술자리는 인물들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개와 제주 풍경의 말랑말랑 감성과, 눈물 쥐어짜는 유기견 학대 신파에 최대한의 공간을 할애하기 위해 설정과 배경과 전개를 대사에 얹어 압축시켜 둔 기능적인 씬에 불과하죠. 민망하긴 했는지 각 술자리 씬이 끝날 때마다 콩트를 하나씩 집어넣고는 있는데요. 코미디의 퀄리티는 크게 떨어지는 가운데 수습은 오롯이 두 주연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합니다.

 

 

 

 

 

 

# 3.

 

아기 엄마 박진주와 결벽증 환자 태원석의 씬은 두 주인공을 로드 무비에 올리기 전 최소한의 구색입니다. 형제를 제주로 바로 내려보내기엔 조금 애매했을 테니까요. 두 장면의 가치는 '어? 박진주도 나오네?'와 '어? 나 저 사람 예능에서 봤는데?'라는 말초적 감상이 전부입니다. 분명한 것은 다른 효과를 기대했으나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애초에 그 목적, 두 카메오의 인지도와 개인기로 해당 분량을 때우겠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씬이라는 것이죠.

 

전반부 감동 코드를 찍먹 하기 위해 펫 로스를 겪은 아이를 위로하는 장면을 만들면서, 그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동원한다는 게 고작 주먹질이라는 발상이 짜증스럽습니다만, 그보다 더 불쾌한 것은 카메라를 잡는 방식입니다. 유연석을 앉혀놓고 헤드룸 다 날아갈 정도로 가까이 큼지막하게 그것도 정면에서 잡아 관객을 응시하도록 하는 장면은, 사실상 방 안의 아이를 위로하기 위함이 아니라 관객을 방 안에 집어넣어 놓고 울어라~ 울어라~ 시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니까요.

 

 

 

 

 

 

# 4.

 

김지영이 등장하는 유기견 보호 센터를 지나 식용견을 구매하는 상황,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강아지 보호자를 만나기까지 극단적인 상황이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데요. 이 모든 씬들은 이야기의 완성도보다는 영화의 주 타겟층인 애견인들의 감정을 동요시키기 위한 목적에 철저히 복무합니다.

 

백미는 김유정이 연기한 재벌집 딸과의 만남입니다. 너무 노골적이라 황당하기까지 하죠. '물질적으로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을 안 주면 소용없어요.'라는 말을 하기 위한 시퀀스인데요. 그래서 [물질적으로 아무리 잘해줘도]를 만들기 위해 [재벌집 딸]이라는 설정이 붙은 것이고, [마음을 안 주면 소용없어요]를 하기 위해 [파킨슨 병]이라는 설정이 덧붙여진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너무 조악하잖아요.

 

그럼에도 최악은 민수 엄마의 죽음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상황을 종료시킬 필요가 있을 때마다 편의적으로 이야기를 끊어내기 위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 내내 죽은 엄마 플래시백으로 이야기를 끊어내다 나태한 마무리를 숨기는 용도로까지 동원되는 지경에 다다르면, 어차피 관객들은 자신이 느낀 감동의 성격이 어떤 건지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거나 멍청한 관객들은 메시지가 착하면 잘 만든 영화, 울려주기만 하면 좋은 영화라고 착각하지 않을까?라는 태만한 접근으로 밖엔 달리 해석할 수 없을 겁니다.

 

 

 

 

 

 

# 5.

 

오직 덧셈일 뿐, 곱셈은 없습니다. 단편적 목적에 복무하는 시퀀스들이 나열되는 동안 그 어떤 시너지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주인공만 나뉘어 있었더라면 옴니버스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인과에서 벗나 늘어져만 있죠. 눈 감고 손에 잡히는 아무 장면을 걷어내더라도 영화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에 의미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작고 소소한 이야기의 영화가 얼개까지 너무 가볍다 보니 관객의 집중을 눌러 줄 최소한의 질량조차 확보하지 못한 인상인 것이죠.

 

코미디의 적중률은 처참합니다. 핸드폰 깨 먹은 차태현의 과장된 얼굴과 대사라거나, 운전 중 핸드폰 떨어트린다 광고하고 떨어트린 후 지그재그 달리기 하는 콩트는 너무 편의적이라 헛웃음이 날 지경이죠. 영화가 선택하고 있는, 좋게 말하면 친절하고 박하게 말하면 유치한 코미디 문법은 냉정하게 2023년의 트렌드, 아니 영화를 촬영했다던 2020년의 트렌드에도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강신일의 눈썹 문신 분장 개그는 자괴감 마저 느껴질 정도죠.

 

 

 

 

 

 

# 6.

 

적지 않은 사회 비판 역시 겸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기견 문제에서부터 보호센터의 열악한 환경, 보호자로서의 책임 따위에 대해 비판 등을 징검다리로 넘는 영화라면 대안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는 결말은 제시했어야 할 텐데요. 마무리가 태만하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큰 단점이라는 생각입니다.

 

작품의 결말은, 어쨌든 부자 작은 아빠가 빚 청산해 줬어요. 마당 딸린 집에서 살래요. 돈 없어 폰 액정 하나 못 바꾸지만 카페는 열거예요. 동물 카페 운영이 얼마나 힘든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경험 하나 없는 초보 보호자 혼자 개 7마리를 키우지만 뭐 어떻게든 될 거예요.라는 건 데요. 이건 너무하죠.

 

민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통상 훈련사들이 절대 권장하지 않는 집 안에서 키우던 개 밖에서 키우면 행복해요. 개 알레르기 문제는 대충 여자친구가 ok 했으니까 괜찮아요.라는 것으로 넘어가고 있는데요. 이 따위의 결말을 가지고 사회 비판이 먹힐 리가 있나요.

 

 

 

 

 

 

# 7.

 

작품은 유일한 동력으로서 배우 개인의 이미지에 극단적으로 기생합니다. 감성을 맡은 유연석은 영화 내내 바보처럼 웃다가 웁니다. 호감 배우 차태현은 영화 내내 긍정의 화신이죠. 특히 정인선은 사실상 감독의 입으로만 소비되는 식이라 감독이 직접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구절절 쏟아내는 와중에, 이 인물이 왜 스튜어디스인지는 '스튜어디스복 입은 정인선과 친구들 보여주기' 말고는 이유를 누구도 알지 못할 겁니다.

 

마이너스가 나지 않을 요소들을 끌어 모아 하염없이 더하고 더하고 또 더하다 보면 손익분기점은 넘기지 않을까?라는 태만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리고 서두에 말씀드린 유연석 좋아하는 사람 + 차태현 좋아하는 사람 + 개 좋아하는 사람 + 엄마 사랑하는 사람 + 제주 풍경 좋아하는 사람 + 스튜어디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한심한 산수의 결과는 고작 12만 명이었군요.

 

유연석도 차태현도 개도 엄마도 제주 풍경도 전부 인터넷에 무료로 널려 있는 세상입니다. 굳이 영화를 만들 거라면. 영화 멍뭉이만의 고유한 시너지가 있었어야 합니다만 그런 것 하나 없이 성공을 기대했다면 애견인과 영화팬 모두 너무 쉽게 본 것이죠. 김주환 감독, <멍뭉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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