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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미스터리 체리피킹 _ 나이브스 아웃, 라이언 존슨 감독

그냥_ 2022. 12.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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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크리스마스엔 역시 살인이지

 

 

 

 

 

 

 

 

라이언 존슨 감독,

『나이브스 아웃 :: Knives Out입니다.

 

 

 

 

 

# 1.

 

영화를 검색하다 보면 '후더닛'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뜨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Who done it? 을 들리는 대로 옮겨놓은 건데요. 미스터리 사건 속 수수께끼를 풀어 진범을 찾아내는 플롯의 추리물의 별칭 정도로 이해하시면 무난합니다. <나이브스 아웃>은 아주 오랜만에 나온 후더닛 무비, 그것도 어설픈 퓨전 따위를 곁들이지 않은 정통 후더닛의 특성을 정석적으로 따라가는 작품이죠.

 

무고한 것이 확실한 주인공과 그의 누명을 벗기고 진실을 밝혀내는 섹도시발 천재 탐정 vs 진범의 정체와 트릭이라는 형식을 빌린 작가 간의 흥미진진 머리싸움입니다. 상황과 공간을 폐쇄적으로 제한한 후 몇몇의 용의자를 특정해 이들의 정체와 관계, 살인 동기, 알리바이 따위를 나열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예열하고 나면. 서로의 증언과 증거가 적당한 고성과 함께 오가는 동안 빈틈을 예리하게 공략해 나가는 일종의 퍼즐 게임인 것이죠.

 

관객의 오기를 차곡차곡 키우기도 할 겸 일정한 볼륨을 확보하기도 할 겸 적당한 수의 오답들을 징검다리로 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다지선다 사이에 서서 그럴싸한 오답들을 하나씩 소거하고 나면, 이를 진득하게 소파에 걸터앉아 지켜보던 탐정이 사건의 전말을 짜잔~ 밝히는 식이죠. ⑴ 오답의 징검다리를 얼마나 그럴싸하게 연출할 것인가. ⑵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관객의 집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⑶ 그렇게 준비한 결말의 반전과 트릭은 얼마나 창의적인가. ⑷ 청중을 휘어잡아야 할 탐정의 카리스마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등에 의해 작품의 성패는 결정됩니다.

 

 

 

 

 

 

# 2.

 

whodunit ?

 

후더닛이라는 장르의 본질은 후더닛이라는 '글자'보다 그 뒤에 숨겨진 '물음표'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지적 유희일 수도, 악당을 징벌하고 싶은 도덕감정일 수도, 두뇌싸움에서 승리하고 싶은 경쟁심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관객의 호기심이야 말로 장르의 가장 큰 동력이라는 것이죠.

 

문제는 '호기심'이라는 것이 마냥 긍정적인 경험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처음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라며 궁금해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해하기도 하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슬슬 답답하다 못해 결국 짜증스럽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어떤 사람들에겐 평생을 탐닉하게 만들 만큼 클래시컬 추리물이 가진 매력과 폭발력이 분명함에도, 역설적으로 그것이 '클래시컬'이 되어버린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잘 짜인 이야기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마지막 범인을 찾는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지불해야 할 지루함과 답답함의 비용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작가에게 속아 끊임없이 오답의 구렁텅이를 빠졌다 나왔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피로감도 무시할 수는 없을 테구요.

 

 

 

 

 

 

# 3.

 

<나이브스 아웃>은 후더닛의 클리셰를 유려한 완성도로 따라가면서도 그 형식에 있어 단점들은 상당히 보완한 듯한 인상입니다. 결과적으로 2시간이 훌쩍 넘는 런타임, 수많은 등장인물, 제법 복잡난해한 내막과, 무지막지한 떡밥들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편안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관객이 거의 오답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범인이 누구게? 라는 하나의 거대한 질문에 대한 무수히 많은 오답을 찍게 만드는 대신 작고 사소한 질문 속에 들어가 10분 이내에 정답을 찾아들고 나오기를 반복하도록 짜여 있다는 것이죠. 형사 뒤에 숨어 피아노 건반 누르는 애 누구게? 천재 사설탐정 브누아 블랑. 정답. 오프닝의 불안해하던 여자애는 누구게? 거짓말하면 구역질하는 간병인 역의 주인공 마르타. 정답.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란은 어떻게 죽은 거지? 이렇게. 그래서 마르타는 어떻게 했다는 거야? 저렇게. 4개의 퀴즈를 지나는 것만으로 트롬비 가문 사람들의 설정과 저택이라는 공간의 위엄은 편안하게 전달받으면서도 40분에 달하는 런타임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피로감은 놀라울 정도로 최소화됩니다.

 

10분 이내 분량으로 분절된 퀴즈와 서스펜스와 코미디를 지나는 동안 관객은 미스터리라는 케이크 위에 놓인 가장 맛있는 체리, '정답 맞히기'만 골라 먹는 체리피커가 됩니다. 호기심은 유효기간 내의 즐거움으로만 환원되어 오답을 짚는 동안 기만당하고 있다거나 놀림당하고 있다는 식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됩니다. 수많은 정답 사이 우쭐해하다 보면 어느새 누적된 정보들이 조립되어 반전의 진범 앞에 도달하는 경험은 위력적이죠.

 

 

 

 

 

 

# 4.

 

물론 언제나의 추리소설들처럼 물증보다는 심리와 논리 중심적이라 뜬구름을 잡는 듯한 느낌은 없잖아 있습니다. 전개의 상당 부분을 우연에 기대고 있어 허술하다 느껴지는 지점들도 있구요. 탐정 블랑의 카리스마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연출의 조력에 기대고 있기에 홈즈와 같은 세계적인 탐정 캐릭터에 비해 무게감은 다소 부족하다 느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일련의 나이브함은 유려한 플롯과 적당한 위트, 노골적인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와 귀신같은 떡밥 회수, 몇몇의 재기 넘치는 미장센으로 충분히 보완됩니다. 특히 결말에 얽힌 실타래, 아니 천 개의 칼날로 만들어진 구멍 난 도넛을 채우는 순간의 폭발력은 추리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즐거움의 진수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죠. 블랑 역시 설정에 걸맞은 수준의 유능함을 과시하지는 못하지만 속편을 기대케 할 정도의 능력은 선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여타 사이코패스 같기만 한 고전 탐정 캐릭터들에게서는 기대하기 힘든 감정선과 유머러스함은 고유의 입체적인 캐릭터성으로 승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캐릭터 얘기가 나온 김에 추리물을 떠나 캐릭터 쇼로서의 완성도만 보더라도 상당하다는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무리 지은 덩어리가 아닌 각자의 영역을 점유하면서도 비중의 격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해야겠죠. 각각의 인물들이 단순히 기믹성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후더닛에 관객을 안착시키는 데 유의미한 퀴즈로서 혁혁하게 기여합니다. 흘러가는 앤딩 크레디트를 멍하니 바라보며 이리저리 곱씹어봐도 기가 막힌 각본의 영화라는 감탄 밖에 들지 않을 작품이랄까요. 라이언 존슨 감독, <나이브스 아웃>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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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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