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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거기서 거기 _ 내가 잠들기 전에, 로완 조페 감독

그냥_ 2022. 4.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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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예요.

 

 

 

 

 

 

 

 

'로완 조페' 감독,

『내가 잠들기 전에 :: Before I Go to Sleep』입니다.

 

 

 

 

 

# 1.

 

슈퍼스타 캐스팅에 마케팅을 올인합니다. 관객을 혹하게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극적이지만 너무 난해하지는 않은 직관적인 설정이 작품의 동력이 됩니다. 인물 구도와 상황 전개는 지극히 단조롭지만 불륜과 치정 따위의 통속적 아이템들이 맛있고 몸에 해로운 인공적 매운맛을 더합니다. 마냥 클리셰라 욕하기에는 찝찝하고 클래식이라 합리화하기도 애매한 그 중간 어딘가의 익숙한 플롯입니다. 지나고 보면 이상하기 그지없는 개연성 붕괴가 속출하지만 관람하는 동안엔 적당히 자극적인 묘사와 배우진의 열연에 가려 크게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

 

몸값과 인지도 순에 따라 주연과 조연의 위계가 명확한 가운데 조연 중 하나가 감독의 편의를 위한 설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합니다. 반전으로 달려가는 동안의 함정으로 기능한다거나 '주인공에게 필요한 정보'로 치장된 '관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인처럼 떠다 먹이는 역할 따위죠. 대충 1시간쯤 지나 '영화 잘못 골랐나?' 싶은 후회가 슬금슬금 드려는 무렵 적당한 액션을 곁들인 적당한 반전이 공개됩니다. 한 바탕 우당탕탕 소동극이 지나고 나면 그 끝은 언제나 따뜻 따뜻한 신파성 갬성 마무리로 귀결되죠.

 

 

 

 

 

 

# 2.

 

흔히 잘 알려진 K-신파 드라마의 공식입니다.

만, 사실 세상 통속극이 대부분 그러합니다.

 

물론 관객들이 물리다 못해 진절머리를 낼 정도로 한국 신파 드라마의 농도가 진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 사는 방식이라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요. 앞선 단락에서 말씀드린 공식 위에 초단위로 교훈 집어넣으면 일본 드라마구요. 서로 짝 바꿔가며 섹스하면 미국 드라마, 동성애나 이민자 집어넣으면 프랑스 드라마, 카메라 45도로 기울여 이리저리 휘둘러대면 영국 드라마, 떼로 몰려나와 춤추고 노래하면 인도 드라마인 식입니다.

 

이 영화 역시 그 전형이라 할 법합니다. 충무로만 유독 '신파를 곁들인 양산형 스릴러'에 쩔어있다는 가혹한 모함에 대한 훌륭한 알리바이라 할 수 있죠. 익숙한 K-스릴러 드라마에 스킨만 영국제로 갈아 끼워둔 느낌이랄까요.

 

 

 

 

 

 

# 3.

 

주연으로 슈퍼스타 니콜 키드먼과 콜린 퍼스를 섭외합니다. 수십 년 전부터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잠자고 일어나면 모든 걸 잊는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이 작품의 동력 전부입니다. 플롯 상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은 니콜 키드먼의 '크리스티'와 콜린 퍼스의 '벤', 마크 스트롱의 '내쉬 박사', 주인공의 친구 앤 마리 더프의 '클레어', 4명이 전부죠. 언제나처럼 인물을 엮어내는 관계는 치정과 불륜뿐이구요.

 

몸값 순으로 주연과 조연의 위계가 명확히 나뉘어 있는 가운데 향후 킹스맨에서도 주인공 뒤치다꺼리하게 되는 마크 스트롱은 이번에도 온갖 번잡한 설정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적당히 주인공을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이 되구요, 적당히 몇 달이 지나도록 남편이 없을 때만 전화를 하게 되구요, 적당한 낚시를 위해 이름은 마이크여야 했던 거구요, 적당히 지멋대로 트렁크에 넣어둔 주사를 환자에게 놓는 식이죠. 왜 이 인물이 이런 음습한 방법으로만 크리스틴을 도와야 했는지에 대한 합리성 따위가 전무한 건, 애초에 감독의 편의를 위해 기능적으로 탄생한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 4.

 

불안해하는 주인공의 동어반복에 지칠 무렵 콜린 퍼스가 니콜 키드먼을 줘 패는 반전이 적당한 액션과 함께 공개됩니다. 소동이 끝나면 언제나처럼 경찰이 뒤늦게 몰려와 사건을 수습하고. 왜 때문인지 가짜 남편보다 10배는 더 범죄자 같이 생긴 진짜 남편이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을 예토 전생시켜 엄마 품에 안깁니다. 뜨뜻한 신파극의 마무리는 언제나처럼 기억상실의 극복이죠.

 

검증된 상업적 성공 공식을 기계적으로 답습한 '덕에' 무난한 관객들로부터 무난히 볼만 하던데?라는 관람평을 받을 수 있을만한 완성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합니다. 검증된 상업적 성공 공식을 기계적으로 답습한 '탓에' 조금이라도 장르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결말이 눈에 훤히 보이다시피 한 나태한 작품이 되고 말죠. 서로의 호평과 혹평이 적당히 희석되어 결과적으로 2.5점 언저리의 평점에 소집되면 평작 즈음에 포지셔닝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게 됩니다. iptv나 ott 쪽으로 계약이 잘 풀려 저나 여러분과 같이 지구 반대편 사람에게까지 보여줄 수 있다면 수익률은 더더욱 높아지겠죠. 달달하겠네요.

 

 

 

 

 

 

# 5.

 

벤이 나쁜 놈이냐, 내쉬 박사가 나쁜 놈이냐 라는 야바위 플롯이 익숙한 형태로 전개되는 동안 개연성 붕괴가 속출합니다. 잠에 들고나면 그날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됨에도 꼬박꼬박 정시에 잠드는 나태함이나, 온데 돌아다닐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지만 카메라 녹화만큼은 굳이 남편이 돌아오기 직전 화장실에 숨어서만 한다거나, 유아 퇴행도 아닌 고작 14년짜리 기억상실임에도 20년 이상의 기억에 남아있는 시간에 대한 활용이 전무하다는 점은 황당합니다. 박사와 내연남의 이름이 같은 '마이크'였다는 설정은 느금마사급 충격이죠. 정체성에 대한 스릴러 영화가 모성에 대한 드라마 영화로 마무리되는 결말도 황당하지만 어쨌든 감동적이니까 적당히 꺼져야 합니다.

 

그래도 연기력은 인정.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이쁘고 연기 잘하는 니콜 키드먼의 표정과 언제나처럼 멋지고 자상한 콜린 퍼스의 연기력이 개판 난 개연성을 적당히 수습하는 데 성공합니다. 극을 전개시킬 추가적인 정보나 상황 변화 없는 나태한 작품에서 혼란과 불안은 니콜 키드먼의 똥꼬쇼로 해결됩니다. 콜린 퍼스 역시 특유의 모호함을 안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지막 호텔에서 반전이 공개되는 순간 몸 쓰는 방식이나 말투의 변화는 과연 탁월합니다. 게런티가 비싼 덴 다 이유가 있어요.

 

# 6.

 

킬링 타임 통속극입니다. 그 이상의 의의는 없지만 그보다 더 폄훼당할 만큼 망작도 아닙니다. 기대는 살포시 내려놓고 뇌 정지시키시고 연기 잘하는 두 중년배우의 표현을 구경한다는 감각이면 나쁘지 않을 듯하네요. '로완 조페' 감독, <내가 잠들기 전에>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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