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이 단독시리즈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것도 무려 믿고보는 배우 톰 하디와 함께!! 기대가 안될 수가 없죠. 데드풀 게 섯거라! 소니-형 안티히어로가 간다! 분명 피 칠갑하는 쿨간지 내뿜는 빌런의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쿨 시크하게 귀찮게 하는 놈들이라면 착한 놈이든 나쁜 놈이든 다 때려잡는 박력! 짐승과 괴물의 중간 어딘가의 괴기한 움직임! 멀리서 지켜보는 스파이디의 뒷모습을 쿠키영상으로 땋! 흥미진진한 새로운 유니버스의 시작!!! 응? PG-13이라고요? 그럼 15세란 거잖아? 베놈인데? 설마! 또 닦을 거라고? 아니야!!! 이 기생충 녀석, 내 머리에서 나가!!!!!
'루벤 플레셔' 감독,
『베놈 :: Venom』 입니다.
사랑꾼, 베놈
영화를 보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상 당신의 친절한 이웃은 땅그지 너드, 스파이더-맨이 아닙니다. 우리의 사랑꾼, 베놈이죠. 이 영화의 베놈은 DC, 마블을 막론하고 역대 모든 양키 히어로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좋은 친구입니다. 데드풀보다 수다스럽고, 스파이디보다 위트가 넘치며, 슈퍼맨보다 착한 친구죠. 이 친구~ 이거 이거 알고 보니 우주에서 온 게 아니라 술집 출신인 거 아냐? 슈퍼맨이 망했다던데, 베놈으로 환생한 거 아냐?
미사여구가 뭐 필요합니까. 공기 없이 살아도 사랑 없이는 못 사는 빌런, 사랑 노래 전문가, 사랑해요 한마디에 힘이 불끈 솟는 점액,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내가 말했지!, 큐피드도 손이 오글거려 화살을 쏠 수 없는 기생충, 하늘에서 사랑하라고 내려보내 준 외계인, 빌런 계의 최수종, 사랑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고 사랑 꿈만 꾸는 참-히어로, 영화 찍다가 빨래 때문에 영화를 망치는 애완견. 베놈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시죠.
롯데타워 비스무리 해 보이는 유리 건물도 뚝딱 오르고, 한강 비스무리 해 보이는 강도 뚝딱 건너지만,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에디 브룩을 살인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베놈은 맞아봐야 씨알도 안 먹히는 총 들고 깝치는 악당들을 피해 굳이! 굳이! 오토바이를 타고 체이싱을 해주십니다. 눈물나지 않습니까? 안티-베놈? 웃기고 있네. 진짜 치료제 셔틀은 찐 베놈이십니다. 얘는 지가 살려고 귀찮지만 에디를 고쳐놓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약혼자 에디를 위해 쿨타임 무제한 힐링포션 셔틀을 하십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영화관에서 졸지 않는 데 성공하신 분들은 보셨겠지만, 톰 하디가 베놈과 동거한 이후 영화 내내 한 거라곤 쓰레기통에서 치느님 주워 먹다가 탈 나서 변기통 잡는 거랑, 뷔페 수족관에서 반신욕 하면서 생식한 거밖에 없거든요? 근데 베놈, 니가 왜! 에디 어디를 봐서 착해지는 거냐고!!!
하다 하다 이젠 에디와 애니의 연애 상담까지 해줍니다. 진짜루요. 배고프다고 사람 머리통을 츄파춥스처럼 깨 먹는 베놈이요, 촉수 촙촙 꺼내서 사람들을 도넛 모양으로 데코 해주는 그 베놈이요. 그치만 놀라기엔 이릅니다. 에디와 무려, 무려 키스까지 하시거든요. 거봐, 이 새끼들... 잣지? 잣지?? 잣어. 잣네. 잣어, 아주. 잣어!!!
클라이맥스에 라이엇과 싸우다 불길로 떨어질 때. 사랑하는 에디를 두고 가는 베놈의 절절한 세레나데가 터져 나오는 부분은 신과 함께에서 감독이 억지로 벙어리로 만든 엄마가 아들 꿈에서 방언을 터트리는 장면만큼이나 감동적입니다. 편집했다는 30분에 분명 에디와 베놈의 상견례나 침대 머리에서 가족계획 하는 장면도 들어있었다는 데 500원 겁니다. 쫄리면 뒈지시던가. 마지막 에디와 베놈의 만담은 분홍빛깔 로맨스에 취해 혼수성태에 빠진 관객들에게 'BADASS'한 확인 사살을 건넵니다.
"착한 사람들도 많어~ 착한 사람은 건들면 안되구! 나쁜 사람만 죽여야 돼^^ 알겠지?"
"응!!! 알았다구, 친구!!!" ... 앜!!!!!!!!!!!!!!!!!!!!!!!!!!!!!!!!!!!!!!!!
사라진 간지를 찾습니다.
...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 어릴 땐 후레시맨, 바이오맨, 다간, 썬가드, 스필반에 눈이 돌아가고, 다 커서도 스파이디, 뱃신 아이템을 사 모으고, 심지어 아직도 스톤콜드의 민머리만 보여도 하앜하앜 거리는 건, 딱 한 가지 이유에서 였습니다. 그냥 간지나니까.
기본적으로 영화는 이야기라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모든 영화에서 서사와 개연성과 몰입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죠. 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은 영화의 목적에 부합하느냐죠. 공포영화는 무서우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스릴러는 쫄깃쫄깃하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로맨스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하고, 재난 영화는 눈뽕이 확실하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하고, 코미디는 웃기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게 기본이고, 그다음에 이야기도 탄탄하고, 개연성도 좋고, 연기도 좋고, 메시지도 좋으면 고마운 거죠. 그럼 슈퍼히어로물의 핵심은 뭘까요. 말해 뭐합니까. 당연히 간지입니다.
맨 오브 스틸이 몇몇 삑사리에도 불구하고 DC 팬들에게 인정받는 건 적어도 슈퍼맨은 확실히 간지가 났기 때문입니다. 다크나이트에서 크리스찬 베일보다 히스 레저가 더 사랑받는 건 조커가 더 간지 났기 때문입니다. 피터 파커가 평소엔 아무리 까이더라도, 쫄쫄이 입고 거미줄로 건물 탈 땐 무조건 멋있어야 합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그렇게 욕먹으면서도 할리퀸과 데드샷만은 사랑받은 건 그 둘만은 간지났기 때문이고, 마사닦이가 욕먹는 건 엄마 이름 맞추기 하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멋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캐릭터 해석에서부터 어그러져 있습니다. 아니, 플롯 설계에서부터 어그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얘기하기 이전에 이 영화의 베놈은 멋있지가 않습니다. 몇몇 장면에서의 액션은 볼만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솔직히 물어보죠. 안티히어로 '베놈'이 멋있는 건가요? 톰 하디가 멋있는 건가요?
뉴 안티히어로를 소개하면서 캐릭터성을 강조하고, 멋있다는 인식을 심어 넣고, 그래서 저 BADASS 한 놈이 다음엔 무슨 짓을 저지를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일으켜야 할 유니버스의 첫 작품에서 더 크고, 더 힘 세고, 더 나쁜 라이엇을 빌런으로 가져오면 어쩌자는 겁니까? 빌런이 더 멋있으면 주인공이 죽잖아요? 캐릭터가 어두우면 주변은 밝게 하면서 대신 음영이 필요한 부분은 그림자를 적절히 이용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멋있고 나발이고 이전에 뭐가 좀 보이죠. 뭐가 뭔지도 알아볼 수 없는 칠흙같은 야밤에 똑같이 시꺼멓고 더 큰 애를 불러다 반죽을 합쳤다 뗐다 하면 클라이맥스 전투에서도 스펙터클이 전달되지 않잖아요? 그 욕 먹은 퍼시픽림의 달밤의 체조보다도 더 뭐가 뭔지 안 보입니다. 대체 무슨 수로 이 더러운 점액 기생충을 좋아하란 겁니까?
최소한 말이라도 되게 만들던가
물론, 이런 근본적인 헛발질 외에도 뭐 하는 곳인지도 제대로 소개받지 못한 회사에서(!) 우주선을 띄워(!!) 외계인을 떼와서(!!!) 인간과 합체를 시켜(!!!!) 우주에서 살게 하려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나,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뜬금없이 데바데 게임화면 같은 좀비 영상이 나왔다 사라진다거나, 괴물과 접붙이기 하는 실험 방이란 데가 소화기 들고 너댓 번 후려갈기면 깨지는 허술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거나, 우주에서 날아온 베놈이 언제 야나두라도 했는지 영어 회화를 겁나 잘한다거나, 몸에 흡수됐는데 어떻게 한건지 옷 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변신 합체를 한다거나,
베놈을 잡으러 간 병력은 지네가 다수인데 셀프로 눈갱탄을 쳐 쏜다거나, 심비오트와 접붙이기하다 특별히 궁합이 좋지 않으면 줄초상이 나지만, 주인공 여친은 베놈 잘만 달고 다닌다거나, 전 여친이란 인간은 네비게이션을 내장이라도 한 건지 필요할 때마다 꼬박꼬박 주인공 앞에 나타난다거나, 변호사가 언제 엔지니어링도 배운 건지 처음 보는 우주선 발사대에서 스피커를 찾아 정확히 심비오트에게 치명적인 주파수대역의 소음을 발사시킨다거나, 바다 건너 삼엄한 경비가 갖춰진 연구소에 웬 꼬마 여자애가 쫄래쫄래 나타났는데 사장이란 놈이 '길 잃었니?'라는 헛소리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디테일한 개소리가 4dx로 난무하지만, 캐릭터가 박살 난 마당에 흠도 안 되니 넘어갑시다.
솔직히, 더 이상 슈퍼히어로 팬들의 눈이 높지 않습니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 이... 이 놈들이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눈높이를 낮춰 주셨죠. 팬들이 바라는 건 소박합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조금만 멋있게 만들어 줘. 피규어, 굿즈 사줄테니까, 그거 보면서 흐뭇할 수 있게만 해줘. 근데 이걸 하는 놈들이 마블 외엔 진정 한 놈이 없는 겁니까. 절망적인 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소니가 가지고 있는 마블 히어로 판권이 900여 개나 된다는 겁니다. 앞으로 베놈 같은 똥이 900여 개가 더 나올 수 있단 거죠. 진짜 빌런은 소니 놈들이 아닐까요.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참~화려한 시작, 루벤 플레셔 감독의 맹독 닦이, 베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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