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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모두에 대한 모욕 _ 창궐, 김성훈 감독

그냥_ 2018. 10. 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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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면전에 대놓고 욕을 들으면 이런 기분일까요. 감독이 나타나 얼굴에 침을 뱉고 도망가면 이런 기분일까요. 아닙니다. 그래도 이거보단 기분이 덜 나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얼마들지 않은 관객 중 1/3이 중간에 일어났습니다. 몇몇으로부터는 욕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만 그게 제가 한 소린지 나가는 사람들이 한 소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은 관객들은 주요 인물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실소를 터트리거나 짜증을 냅니다. 앞의 관객이 휴대폰을 꺼내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누가 전화 통화를 하며 큰 소리로 "야! 지금 ㅈ같은 영화 보고 있어!"라 소리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대단한 영화를 봤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습니다. 빨리 가죠.

 

 

 

 

 

 

 

 

'김성훈' 감독,

『창궐 :: Rampant』 입니다.

 

 

 

 

 

# 1.

 

시작부터 관객은 버려둔 채 냅다 달려 나갑니다. 잭 스페로우가 갑툭튀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블럭펄이 잠시 나오더니 금방 불태워 버립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외쿸인 형아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구석에서 육회 생식을 하는 왠 거렁뱅이는 쉴새없이 방언을 터트립니다. 인물은 계속해서 나오는 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와중에 서로 앞다퉈 죽어나갑니다.

 

김태우가 등장하면서 '아! 드디어 아는 사람 나온다!!' 하기 무섭게 얘는 또 냉큼 할복자살합니다. 조선의 세자가 뭔 놈의 할복이야 짜증나게 쪽바리도 아니고. 곤룡포 두른 스트레이트 아저씨가 나오고, 이양선이니 화승총이니 하는 걸 보니 조선시대인 거 같긴한데 그 이상의 시대 설명은 매우 부실합니다.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거야? 이거 그냥 몽땅 픽션인가? 짐작만 하다 중반 쯤 지나서야 삼전도 얘기가 나오며 아, ㅅㅂ 인조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현빈, 정만식 콤비가 등장할 때부터 지겨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정만식은 등장에서부터 귀여운 척하는 역겨운 바보연기를 시전합니다. '아... 이거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 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 옆옆자리에 앉으신 어느 남성분은 팝콘을 드시며 심드렁한 말투로 "저 새끼 죽겠네." 라 하시더군요. 결과는 뭐, 예상대로... 정만식은 누가봐도 박살나 폐허가 된 마을에서 밥달라고 사람을 찾습니다. 대낮부터 해가 질때까지. 이 병신이 진짜... 

 

 

 

 

 

 

# 2.

 

갑자기 현빈을 죽이기 위해 장동건이 보낸 살수가 도착하고 곧 이어 좀비떼가 들이닥칩니다. '현빈 멋있게 보이기 용' 검술 액션이 시작되는 거죠. 현빈, 정만식 콤비가 위기에 빠지자 이후 영화 내내 현빈 근처를 알짱거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주인공 파티가 결성됩니다. 어째 이 파티... 옛날 디아2 때 쯤의 RPG게임의 향수가 물씬 풍기네요. 힘스텟 몰빵 무투계 삭발승 조달환, 민첩 긴머리 여캐 궁수 이선빈, 올스텟 밸런스형 검사 조우진이 합류합니다. 스테프 휘두르는 소서리스와 곰 드루가 없는 게 영 허전합니다. 

 

온갖 똥폼잡으며 등장하는 이 파티가 이후 충분한 활약을 하느냐? 에이... 티켓 팔아먹으려면 멋있는 건 우리 현빈이 다 해야 합니다. 그 귀한 걸 조달환들에게 나눠 줄 리가 없죠. 좀비 도륙내고 나서 현빈이 갑자기 뭐 대단한 거라도 발견했다는 듯 씩 쪼개며 조우진의 목에 칼을 들이밉니다. 그리고 CF에나 나올법한 얼짱각도로 묻죠. "니네 살수냐?"

 

... 야 이 병신아! 방금 너 살려준 사람이 살수겠냐? 그게 뭐 대단한 대사라고 똥폼을 잡고 지랄이야!!!!!!

제가 조우진이였으면 왕자고 나발이고 그 시점에서 그냥 쳐죽였을겁니다. 

 

하지만 영화의 런타임을 지켜야 했던 조우진은 평정심을 되찾고 폐허가 된 제물포는 좀비가 창궐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역병이 돈다고 나라에서 폐쇄한 곳 한복판에 자국의 왕자(가 드랍된다는 데서 어처구니가 승천하지만, 아까 정만식의 연기를 본 이후부터 멘탈이 날아가 침 흘리며 실실 쪼개는 중이였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서로 잡아먹는 좀비가 되고 식량이 바닥나 진퇴양난에 빠진 와중에 현빈은 발정이라도 났는지 얼굴 반반한 궁수 이선빈에게 자기랑 청나라로 가자며 꼬십니다. 아침드라마식 망상포르노의 백미, 신데렐라 컴플렉스의 기념비적인 스크린 진출입니다.

 

 

 

 

 

 

# 3.

 

스토리는 어영부영 흘러갑니다. 왕은 역모의 불안감에 미쳐있고, 장동건은 왜 뭐 그런거 있잖아요? 악당, 실세, 권력자, 그겁니다. 장동건이 나오는 순간부터 물괴의 기시감이 폭발합니다. 또경영이 약간 젊어지고 조금 더 잘생겨지는 대신 곱절로 멍청해지면 장동건이 됩니다. 이 인물의 멍청함은 이후에 다시 얘기하죠. 현빈은 죽은 형 마누라 데리러 궁에 들어오고 온김에 좀비도 죽이겠다 하고 장동건도 조지겠다고도 합니다. 왕의 후궁 서지혜는 하는 짓을 보니 장동건 편인 거 같은데 갑자기 장동건이 좀비로 만들어 버립니다. 응? 왜??? 

 

서지혜를 좀비로 만들어서 왕을 감염시켜 죽이겠다. 뭐 이딴 되지도 않는 개소리인거 같은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좀비 하나가 필요한 거면 굳이 이후에라도 쓸모가 있을지 모를 후궁으로 만들 이유도 없거니와, 왕을 죽이는 데 하고 많은 암살 방법 중에서 굳이 좀비를 쓸 이유 역시 더더욱 없습니다. 되려 억하심정을 품은 서지혜가 눈 돌아가 장동건한테 덤벼들면 어쩌려구요.

 

더 골때리는 건 서지혜가 좀비가 되는 장면에서 주변에 맛 좋은 인간이 차고 넘치는 데, 굳이 그걸 다 헤집고 왕에게 달려들어 준다는 겁니다. 좀비가 되고도 이성이 남아있어서 그런가? 라 생각해도 장동건에 배신당한 시점에서 서지혜가 왕을 조지며 장동건을 도와줄 이유가 하나도 없거니와, 그 이전에 영화 초반부 좀비가 된 아빠가 자기 아이를 잡아먹는 장면 하나로 이성이 있는 거 아냐?라는 추측은 개박살이 납니다. 감독 너 이 새...

 

 

 

 

 

 

# 4.

 

왕이 좀비에 감염됩니다. 김의성 얼굴에 누가봐도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 싶은 시꺼먼 핏줄이 올라오고 비틀비틀거리고 토할 듯 기침하고 난리부르스를 추는데 누구도 신경을 안씁니다. 얘, 왕인데요. 심지어 어의란 놈은 차도가 있다는 둥의 개소리나 하고 자빠져 있습니다.

 

더 골때리는 건 현빈의 태도입니다. 현빈은 제물포에서 좀비를 직접 보고 직접 조지며 증세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지 아비가 좀비에 물렸다는 걸 알았죠. 왕이, 자기 아버지가 수일 내에 좀비가 되고 사람을 물어 뜯으리라는 걸 이 새끼는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데 그동안 팔자좋게 지네 형 서재나 구경하고 다닙니다. 임금은 무슨 죄로 이 호로새끼를 낳은 걸까요.

 

이 부분 즈음에서부터 보다 본격적으로 총체적 난국이 펼쳐 지는데요. 일단 형동생 관계 묘사가 매우 부실합니다. 형 김태우의 유언은 영화 내내 현빈이 행동하게 하는 동기인데, 형제간의 유대에 대한 묘사가 없으니까 이 병신이 왜 이 고생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이거 이거 지 형수한테 딴맘 품은 거 아냐? 아빠가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나몰라라하고 궁궐 산책을 하던 현빈은 장동건 무리에게 이런 말을 건내기도 합니다. "당신네들이 야귀와 다를 게 뭐요!" 하... 이 빡대가리가 진짜... 영화의 주제의식을 대사로 쳐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대체!!!

 

 

 

 

 

 

# 5.

 

아직 1/3도 안왔는데 흥분하면 안되지... 심호흡을 한번하고 영화로 돌아옵니다. 청나라 대신을 위한 연회장에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던 불쌍한 왕이 좀비가 됩니다. 이때다! 하고 장동건이 왕을 죽이는데요. 갑자기 장동건이 청나라 대신들을 깝니다. 우리 조선은 자주적으로 간다!!! 갑자기?? 굳이??? 왜???? 장동건이 조선을 먹을 작정이라면 굳이 청나라와의 갈등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걸 차치하고서라도, 이 청나라 대신들은 장동건 지가 풀은 좀비들에게 물려 죽습니다. 그러니까 왕을 죽이고 내지르는 장동건의 이 외침은 하나부터 끝까지 멍청한 뻘소리란 거죠.

 

왕이 무희를 물어뜯고 궁이 좀비떼로 난장판이 되는 걸 보며 직관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장동건은 대체 어쩌려고 저러는 거지?' 이후의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 자기가 왕이 되는데 성공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둘째치고, 일단 자기도 궁궐 한복판에 있는데 거기다 좀비를 떼거지로 풀어버리는 건 너무 위험한거 아닌가? 하고 말이죠. 

 

장동건이 바보연기를 뽐내는 동안 현빈은 백마 탄 왕자님에 빙의 해 형수를 데리고 짝피구하는 자세로 칼싸움을 하다 '임산부'를 '말에 태워' 보냅니다. 차라리 그냥 유산하라고 제사를 지내는 건 어떨까요? 이후 쏟아지는 좀비 액션... 같은 걸 다른 영화들의 장면을 마이너카피로 따다 쓰는데 클리쉐란 클리쉐는 다 동원됩니다. 왜 있잖아요, 창문 딱 열리면 막아둔 문 딱 무너지고 그런거. 그런 거 주구장창 나옵니다. 물론 여전히 주인공 파티는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습니다. 현빈 혼자 다 합니다. 이 새끼는 왕자인 건지, 장군인 건지, 캡틴 조선인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 어쩌면 슈퍼히어로물인 걸까요.

 

 

 

 

 

 

# 6.

 

그리고 드디어 장동건이 좀비에 물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가 거꾸로 도는 기분입니다. 척추가 뒤틀리는 기분입니다. 야귀가 빰을 후려갈기고 가는 기분입니다. 단언컨데 지금껏 본 모든 영화의 악역 중에서 제일 멍청한 악역이 이 장동건이 연기한 '김자준'입니다. 물괴의 또경영도 어지간히 멍청한 인물이지만 적어도 진짜 물괴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설명은 됩니다. 창궐의 장동건은 지가 좀비를 수입해서 지가 사육하고 지가 궁궐에 풀더니 지가 물린겁니다. 물괴도 진짜 어지간히 개판인 영화란 걸 생각하면 이 영화의 허접함은 기념비적인 수준입니다. 세상 멍청한 짓은 다하면서 잘생긴 배우가 되지도 않는 똥폼까지 잡아대니 더 빡칩니다. 

 

좀동건은 대책도 없이 지 손목을 대검으로 냅다 자릅니다. 손목 아래 지나는 동맥은 씨발, 엿바꿔 먹었나 보죠. 그 자해를 저지르고 정체모를 가루를 쳐바르고 쳐먹고선 대충 넘어갑니다. 조선의 약방엔 진통제나 항생제가 널려있기라도 했나 봐요. 장동건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감독이 만든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악역을 연기하는 동안, 현빈은 임산부인 형수랑 멜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거봐, 이 새끼 흑심 품고 있다니까?

 

어찌저찌 첫날밤이 지나고 무슨 뱀파이어도 아니고 왜 때문에 좀비들이 햇빛을 받으면 불에 타는 지는 도무지 1도 이해가 안가지만, 영화가 그렇다니 그러려니 합니다. 해를 피해 좀비들은 건물에 숨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자,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네. 낮 동안 건물 태우면 되겠네요. 목재 건물이기도 하니까 불도 잘 붙겠죠. 물론 궁궐이 타는 게 뼈아프긴 하겠지만 그래도 좀비 하나라도 새어나가면 나라가 절단 날텐데, 그거보단 백배 낫잖아요? 근데 우리의 주인공 파티는 뭐하느냐... 지하던전 탐험하면서 노닥거립니다. 이 새끼들 RPG게임 아니랄까봐 파밍하러 갔나봐요.

 

 

 

 

 

 

# 7.

 

파밍 던전에서 장동건 만납니다. 장동건은 좀비가 됐는데 말짱하게 모델 워킹을 합니다. 심지어 가오 상할까봐 깨물러 다니는 게 아니라 칼싸움을 합니다. 세상에... 칼싸움하는 좀비라니. 이... ㅅㅂ...

 

짜잔!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 정만식이 죽는 쿨타임이죠. 옆옆자리 팝콘 아저씨의 촉은 정확했습니다. 죽습니다. 갑자기 슬로우 걸고 관객들에게 울라고 사정 사정을 합니다. 사실 이 장면도 말도 안되는 게 정만식은 그냥 넘어졌거든요? 안 물렸어요. 말씀 드렸다시피 장동건은 사람 안 뭅니다. 장동건 뒤로 좀비들이 많느냐? 아니에요. 혼자있어요. 반면 이쪽엔 주인공 파티가 다 모여있습니다. 아까보니까 다들 싸움 겁나 잘하드만요. 그냥 우라돌격해서 정만식 구하면 됩니다. 근데 눈 앞에서 죽는 걸 보면서 울고만 있죠. 대체 뭐하자는 건지. 물론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앞서, 언제 좀동건이 총기창고에서 좀비에 물리고 약방에서 손목 자르고 약 쳐먹고 왕 숙소가서 곤룡포 훔쳐입고 지하던전까지 걸어 갔는 지는 넘어갑시다. 그런거까지 다 따지만 글 영원히 못 끝냅니다.

 

현빈에게 버려진 정만식을 뒤로하고 주인공 파티는 궁을 탈출하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형수가 겐세이를 놓네요. 이대로 도망가면 죽은 남편 볼 낯이 없답니다. 저기 님아, 님 좀 제발 도망가라는 게 그 남편의 유언이잖아요? 심지어 이 정신나간 여자는 죽은 남편 아이도 배고 있습니다. 니가 뻐팅기다 좀비에 물려 뒤져버리기라도 하면 아이도 죽는 거 잖아요? 최소한의 모성은 지나가는 개한테 줘버린 건가요?

 

그렇다고 이 여자가 전력에 도움이라도 되느냐, 당연히 짐덩어리입니다. 이건 용기 있거나 강단 있는 게 아니라 멍청하고 무책임한거죠. 당연히 이럴 땐 화이팅! 한마디 던지고 안전한 데서 조용히 버프나 넣는 게 죽은 남편을 포함한 모두를 도와주는 겁니다. 지르라는 불은 안지르고 던전탐험하다 애꿎은 정만식만 리타이어 시킨 주인공 파티에게 다음 밤이 찾아오고 다시금 좀비들이 창궐합니다. 처음보는 도끼 쓰는 NPC 하나가 짐덩어리 형수님을 구하려다 좀비에 물리게 되죠. 거봐 이 멍청한 년아, 좀 나가랄 때 나가라니까?

 

 

 

 

 

 

# 8.

 

좀비를 잡기 위해 이 주인공 파티가 내놓은 대답은 큰 궁궐 하나에 좀비를 불러모아 태워 죽이겠다는 건데요. 큰 북 하나 냅다 치면 좀비들 어그로가 다 끌린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말이 될리가 없죠. 그런데 어라? 우리의 착한 좀비들이 북소리에 왼발 오른발 맞춰가면 몰려들어 주네요? 참 세상 쉽게 쉽게 살고 좋으시겠어요? 

 

좀비 한가운데서 북을 치다가 건물에 불을 지를 사람이 필요합니다. 멋있는 역할 같죠? 누가 할까요? 눈치없는 조우진이 지가 하겠다고 설치자 감독은 장동건을 시켜 죽여버립니다. 당연히 이런 건 현빈이 해야죠. 사실 현빈이 좀비 구덩이로 들어간다는 것도 조금만 생각하면 말도 안됩니다. 궁궐 내에 변이 생겼으니 조선의 왕족은 사실상 다 죽고 현빈 혼자 남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왕은 애저녁에 죽었고 장동건은 좀비가 됐다지만 궐 밖에 권력의 기회만 노리는 간신들이 드글드글할 테죠. 여기서 현빈이 북 치다 불타 뒤져버리면 조선은 간신들 손에 떨어지는 겁니다. 이건 용감한 게 아니라 무책임한거고 멍청한 거죠.

 

하지만 다음 CF를 찍기 위해 멋짐을 놓칠 수 없었던 현빈은 조선왕실 따위 나몰라라하고 궁궐로 우라돌격을 합니다. 만, 응? 좀비가 안 달려듭니다? 지하 감옥에선 개떼처럼 몰려들던 좀비들이 이번엔 굳이 차근차근 번호표 뽑고서 1:1만 해주시네요? 아니 이게 무슨 좀비물이야!!! 좀동건은 끝까지 개폼 잡으며 칼싸움을 합니다. 우당탕탕 긴장감 하나 없는 칼싸움이 반복되다가 현빈이 결국 불을 놓고 화마를 피해 건물 옥상으로 도망가는 데요. 짜잔! 장동건이 옥상으로 따라 올라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는 날개라도 달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서전트가 한 10m는 되는 걸까요. 아니면 주인공 파티에 비어있는 소서리스가 장동건인 걸까요. 텔레포트라도 쓰신건가? 현빈은 좀비들 밟고 올라왔다 치지만, (물론 이것도 말도 안됩니다. 목재 기둥 건물에 불이 붙었는 데 위로 올라가면 어쩌자는 건지. 뭐 헬기가 구하러라도 온다나요?) 장동건은 현빈이 올라온 곳과 다른 곳으로 올라 옵니다. 그 쪽에 엘리베이터라도 있나봐요. 

 

35년 전에 개봉한 라이온킹 스카와 심바의 싸움만도 못한 옥상 결투씬이 지나고 아래를 보니 궐 밖에서 부른 총기로 무장한 병사들이 남은 좀비들을 때려잡습니다. 아니 이럴꺼면 좀비 한복판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이 ㅈㄹ은 왜 한거야 싶지만 영화가 끝나가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후 CF를 노리는 현빈의 극혐 나레이션이 방언처럼 터지고 제물포로 병사들이 동원되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 9.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방면에서 구립니다. 처참할 정도로 구립니다. 서사는 말이 되는 부분을 찾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좀비물로서의 장르적 매력도 한없이 0에 수렴합니다. 설정이 부실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 좀비물이 재미있으면 그게 이상한거죠. 장동건은 존재감도 없고 설득력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습니다. 폼을 잡으면 잡을수록 더 머저리같이만 보입니다. 현빈은 CF식 폼잡기와 멜로연기 밖에 할 줄 모르는 배우란 사실을 공조, 꾼, 협상에 이어 증명합니다. 그 외 모든 조연들은 이 두 배우를 멋있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다가 멋있게 보이게 하기 위해 죽어 나갑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가장 역겨운 점은 오락 영화의 기본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촛불을 팔아 장사하려는 심보까지 보인다는 겁니다. '내가 이러려고 왕을 했나' 라거나 '이게 나라냐' 같은 맥락과 전혀 상관없는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스크린에 침을 뱉어주고 싶어집니다. '스스로 구하고 스스로 왕을 세워라' 라구요? 씨발, 거기 조선시대라며!!! 

 

 

 

 

 

 

# 10.

 

'당신네들이 야귀와 다를게 뭐요?' 같은 어처구니 없는 대사들도 관객에게 아첨해 티켓 한장 더 팔아먹으려는 목적이 너무 뻔해 짜증만 납니다. 앞서 멍청한 형수님 구하던 도끼아재가 좀비에 물리고 아재가 사람으로 죽고 싶다고 하자 조달환이 아저씨를 죽여주며 이런 대사를 칩니다. "다신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지 마십시오." 이 아저씨 죽는거랑 시대랑 무슨 상관인데요. 부조리한 세상에 억울하게 죽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냥 재수없게 좀비한테 잘 못 물려 죽는 거죠. 뭔 뜬금없는 시대탓입니까. 뇌의 전원을 내리고 생각이란 걸 멈추고 그냥 관객한테 아부하는 대사를 싸지르니까 이런 ㅈ같은 게 나오는 겁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모욕'입니다. 감독은 이 한편의 영화를 통해 연기력이 나쁘지 않은 잘생긴 주연배우 장동건의 커리어를 망작의 구렁텅이에 처박습니다. 힘든 액션을 감당했을 젊은 여배우 이선빈은 숫자맞추기식 꽃병풍으로 쓰고 버려집니다. 불편한 궁중 한복에 과격한 좀비 분장을 하고 난해한 각기연기를 소화한 서지혜는 캐릭터에서부터 철저히 도구적으로 낭비됩니다. 

 

삭발 투혼을 감행한 절륜한 연기력의 조연 조달환은 몇컷 되지 않는 액션을 소화한 후 눈물 짜는 기계로 쓰였고, 찬찬히 자기 커리어를 구축하던 배우 조우진은 설명충으로 전락합니다. 고생한 스태프 및 엑스트라는 또 무슨 죕니까. 믿고 170억을 꼬라박은 투자자들은 결과물을 보고 야귀가 되게 생겼습니다. 좀비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관객과, 사극에 대한 애정을 가진 관객과, 정치극에 애정을 가진 관객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모욕을 당했고, 그 이전에 평화로운 방법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국민 모두는 돈벌이 취급을 당했습니다, 씨발. 야귀 액션 블록버스터라구요? 지X... 김성훈 감독, 창궐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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