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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Social

참 어렵죠? _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그냥_ 2021. 8.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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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우주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밥 로스'의 일대기에 일상이 지루한 미국인들이 환장할 법한 고소전을 조금 덜고 티타늄 화이트를 섞어 넷플릭스라는 캔버스 위에 펴 바릅니다. 쓱싹쓱싹. 어때요, 참 쉽죠?

 

 

 

 

 

 

 

 

『밥 로스 -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

Bob Ross - Happy Accidents, Betrayal & Greed』입니다.

 

 

 

 

 

# 1.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가 왓챠에 올라올 때만 하더라도 넷플릭스에 이런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올라온 줄은 몰랐습니다. 매번 영화를 보고 나면 (내심은 글을 깨작이기 위해서지만) 관련 지식을 쌓는다는 핑계로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검색하게 되는데요. 요런 유용한 다큐멘터리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구글링 하는 뻘짓을 면할 수 있었을 텐데요.

 

다큐멘터리의 구성은 부제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을 고스란히 따라갑니다. 전반부는 림프종으로 사망한 화가 밥 로스의 생애와 그를 회상하는 아들과 친구 등의 소회라는 '행복한 사고'로 구성되어 있구요, 후반부는 밥 로스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와 관련된 판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코왈스키 부부의 '배신과 탐욕'에 대한 비토로 구성되어 있죠.

 

 

 

 

 

 

# 2.

 

물감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덧칠하는 동안의 우연적 표현을 적극 활용하는 Wet-on-wet 기법과, 나고자란 알래스카의 풍경들에 얽힌 짙은 노스탤지어로 소집되는 작품 테마, 완벽주의자이면서 하드 워커였던 직업인으로서의 에고와, 그림을 통해 인본주의적 가치 실현과 전파를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로서의 철학과, 무한한 가능성의 아이들과 마음이 아픈 어른들을 어루만지는 미술 치료 영역에 대한 통찰.

 

유명인으로서의 밥 로스 이면에 숨겨져 있던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들의 아버지로서의 밥 로스의 정체성과, 전직 군인이 화가의 인생을 사는 데 있어 큰 영감이 된 윌리엄 알렉산더라는 이름과, 오랜 사업 파트너로서 아네트 코왈스키라는 이름 등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몰랐을 밥 로스의 기본적인 이해를 넓히게끔 돕는 작품입니다.

 

다만 기본적인 이해에 굳이 볼드를 먹인 이유가 있습니다. 다큐에서 소화하는 밥 로스에 대한 내용은 막말로 위키백과 수준조차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곧이어 말씀드리긴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다큐멘터리의 후반부 구성이 판권을 둘러싼 소송전이라는, 일종의 정통성 논쟁식으로 흘러간다는 측면에서 이 다큐멘터리가 밥 로스의 프라이빗한 자료를 다수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할 수 있겠죠.

 

 

 

 

 

 

# 3.

 

작품 후반부는 밥 로스의 사후 그의 이름을 둘러싼 상표 경쟁 중인 코왈스키 부부 측과 아들 스티브 로스 간의 소송전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철저히 아들 스티브 로스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작되어 있죠. 그림에 대한 순수성과 열정 등의 긍정적 이미지는 모조리 아들 스티브에게 연결되고 사업과 돈, 계약 등의 악랄한 이미지 등은 모조리 코왈스키 부부와 밥 로스 주식회사 Bob Ross Inc.에 연결되어 있거든요. 특히나 꽃 그림을 그리던 동료 예술가 젠킨스 부부는 밥 로스를 증언하기 위해 등장한 인물이 아니라 철저히 코왈스키 부부를 비토 하기 위해 섭외된 인물이라는 면에서 노골적이라 해야겠죠.

 

따라서 무비판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수용한다면 순진한 아티스트를 노예로 부려먹은 악랄한 사업가 부부의 거대 경제 권력과, 이에 저항하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아들의 고군분투로 이해하기 딱 좋습니다. 하지만 한 발짝만 떨어져서 다큐가 설명하고 있는 이 구도를 바라본다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밥 로스와 평생을 함께 했던 영혼의 파트너가 임종 이후에도 그의 유지를 살려 세상에 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으나, 이에 배가 아팠던 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소송전을 벌였다가 패소했다. 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점이죠.

 

 

 

 

 

 

# 4.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스티브 로스측과 다큐멘터리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다큐멘터리 보기 전까지 밥 로스하면 "참 쉽죠?" 밖에 모르던 문외한이 뭘 알까요. 당연히 아들 스티브 로스 측의 주장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도 있죠. 다만,

 

언제부턴가 가치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조명하기 위한 목적의식으로 만든 탐사 다큐멘터리보다, 사건 안에 있는 이해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 있어 여론의 조력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써, 다큐멘터리라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신뢰성이 합의된 장르를 손쉽게 차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관객의 가치판단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달까요. 얼마 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씨스피라시>도 정확히 그러한 작품이었구요. 킬링타임용 교양 다큐 하나 보면서도 비판적 사고라는 중립기어를 힘껏 틀어줘야 하는 세상입니다. 새삼... 피곤하네요. <밥 로스 -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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