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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버퍼링 주의_ 우로보로스, 계영호 감독

그냥_ 2021. 6.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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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제목이 강스포군요.

 

 

 

 

 

 

 

 

'계영호' 감독,

『우로보로스 :: Ouroboros입니다.

 

 

 

 

 

# 1.

 

'우로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자기 꼬리 물고 있는 형상의 무한동력 마조히스트 뱀을 뜻합니다. 통상 캐릭터보다는 순환이나 윤회, 완전성 따위를 상징하는 심벌로서 더 많이 소비되는 친구인데요. 고딕풍의 호러나 오컬트물 등에서 보통 원형 문고리를 얘 조각으로 만들어두는 경우가 많죠. 감독의 셀프 스포일러대로 인과가 서로의 꼬리를 무는 초현실적 상황 속에서 공포를 발견하는 작품입니다. 시나리오 상 특기할 만한 점은 여타 작품들은 두 개의 분리된 세계를 다루는 데 반해 <현실>과 <꿈> 그리고 <픽션>이라는 '세 층위'가 교차한다는 점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편집입니다. 현실과 꿈을 그림으로 묘사하는 동안 픽션의 느낌은 편집으로 잡아냅니다. 초반부 스페이스 텝에 맞춰 컷을 전환하는 연출은, 이후 관객이 보게 될 이 영화가 민지가 쓴 소설 안에 말려들어 있다는 데 대한 암시라 할 수 있겠죠. 이후로도 컷이 전환되는 리듬은 주인공이 타이핑하는 호흡에 강하게 조응하며 몰입감을 높입니다.

 

모니터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거나 인상적인 결말부 버퍼링은 독립영화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연출이라 할 법합니다. 인과가 말려있을 뿐 경계는 구분되던 현실과 꿈과 픽션이 장렬하게 무너지는 것을 도발적인 연출로 표현합니다. 전반적으로 늘어지는 맛없이 속도감을 살려 쭉쭉 뽑아냈다는 점 또한 관람을 편안하게 하는 장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 2.

 

다만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편집이라는 게 꼭 좋은 것인지는 고민해 볼 법합니다. 호러 영화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무서움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호러 영화는 관객을 무섭게 만드는 영화고, 따라서 '무엇으로 무섭게 만들 것인가'라는 계획이 명확해야 하는 데요. 이 영화의 경우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굴레 속에 갇혀버린 인격의 고립 공포>를 다룰 것인지, 아니면 <끝나지 않는 가위 살인마의 물리적 폭력 공포>를 다룰 것인지가 다소 모호합니다.

 

실제 영화 내내 주인공을 쫓으며 두렵게 만드는 건 '가위 살인마'인데 반해, 정작 클라이맥스는 '우로보로스' 안에 휘말린 상황을 상징하는 '친구의 버퍼링'이 담당하고 있거든요. 물론 감독은 둘 다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각기 다른 두 층위의 공포를 동시에 살리기에 20분의 런타임은 너무 짧습니다.

 

개연성에 대한 대사는 자기 고백인 건지 아니면 그냥 그런 거 기대하지 말라는 충고인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제 개연성이 느슨하긴 합니다. 당장 강당은 왜 자꾸 가는 거야? 라는 것부터가 극복이 쉽지 않거든요. 차라리 영화 내내 모니터 앞에 주인공을 앉혀두는 편이 더 나았을는지도 모르겠네요.

 

매력적인 편집에 비해 촬영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필요할 때만 힘을 줘야 할 텐데 클로즈업이 남용되어 영화를 촌스럽게 만듭니다. 조금 더 사소한 트집을 잡자면 소품과 공간 연출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뭐. 독립 영화니까요.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건 너무 가혹한 거겠죠.

 

 

 

 

 

 

# 3.

 

여기까지의 아쉬움은, 그래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기는 진짜 좀 너무했다는 생각입니다. 민지와 친구 말고 남자 배우의 연기 말이죠.

 

몰입을 상당히 방해합니다. 목 뒤로 넘기고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것조차 카메라를 잔뜩 의식하고 있다는 티가 나 엉거주춤 불편해 보입니다. 대화하면서 웃는 장면은 작품의 전반적 퀄리티를 떨어트리는 수준이구요.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캐릭터 해석 역시 괴랄합니다. 기본적으로 픽션 안에 창작된 캐릭터 특성상 생명력이 제한된 수동성으로 해석되었어야 할 텐데요.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의미심장한 척하며 신나 하면 영 곤란하죠. 이 남자 캐릭터가 의지를 가지고 우로보로스를 만들어 민지를 가둔 게 아니잖아요?

 

# 4.

 

그럼에도 단편영화는 딱 한 가지 매력만 제대로 갖춰도 충분하다는 제 개인적 견해 하에서라면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막 무섭고 오싹한 호러 영화까지는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도 잘 잡았고 몇몇 포인트에서의 파괴력과 편집의 묘는 확실히 맛있게 즐길 수 있을 작품이기 때문이죠. 계영호 감독, <우로보로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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