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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_ 차인표, 김동규 감독

그냥_ 2021. 1.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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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자학성 풍자개그와 병맛 코미디를 동시에 잡고자 했습니다만 풍자와 코미디가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남은 건 자학하는 병X 뿐이란 의미죠. 저런...

 

 

 

 

 

 

 

 

'김동규' 감독,

『차인표 :: What Happened to Mr. Cha?』입니다.

 

 

 

 

 

# 1.

 

애초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은 아이템입니다. 스스로를 놀림감으로 삼는 풍자물을 만들려면 풍자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의 높은 리얼리티가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데 리얼리티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병맛 코미디를 펼치기엔 되려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병맛 코미디에 무리하게 포커싱을 했다간 자학개그들에 페이소스가 상실되며 풍자가 아닌 가상의 바보연기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이 영화가 정확히 그러하죠.

 

굳이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면 병맛 코미디 보다는 풍자 개그에 올인하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냐구요? 영화의 제목부터가 <슈퍼스타인 내가 샤워하다 건물에 깔리며 치한으로 몰린 건에 대하여...>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차인표> 라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영화의 제목과 아이템과 예고편을 본 관객의 입장에서 범국민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근년 간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남기지는 못한 배우 차인표의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촘촘한 리얼리티를 활용한 장르물을 기대했을 것이라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그 리얼리티를 풀어내는 데 있어 코미디는 안정적인 선택이고 코미디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인공을 불필요하게 비하하지 않으려면 치열하게 사는 개인으로서의 페이소스를 함께 담아내야 하는 데 그러다 보면 내용이 있는 풍자와 해학으로 가닥이 잡힐 공산이 크다는 식이죠.

 

 

 

 

 

 

# 2.

 

하지만 불행하게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서만 살 것 같은 톱스타를 평범한 관객과 같은 일반인의 눈높이로 끌어내렸어야 할 영화가 최선을 다해 일반인 이하의 레벨로 추락시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은 어쩌면 코미디를 수학으로 이해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이를테면 망가짐 +1 = 웃음 +1, 슬랩스틱 +1 = 웃음 +1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주인공을 더 많이 추락시키고 더 많이 수치스럽게 만들면 마냥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라는 사고방식이 런타임 내내 투영됩니다. 이와 같은 영화의 성패는 대체로 리얼리티 속에 숨은 희극을 찾아내는 센스에 달려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감독은 배우에게 바보짓을 향한 전력질주를 주문합니다.

 

주연배우 차인표의 팬들이 기대했을 결과물은 조금 더 열정적이고 코믹한 버전의 <여배우는 오늘도>가 아녔을까 싶은 생각인데요. 실제로 <여배우는 오늘도>는 페이소스와 웃음이 절묘하게 조화된 수작 코미디였죠. 문소리 감독의 작품 속 코미디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주인공 배우의 삶과 사고방식에 대한 높은 이해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배우와 배역과 감독이 동일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그에 반해 이 영화는 '유명 배우 차인표'의 이면에 숨겨진 '자연인 차인표'에 대한 이해가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차인표의 몇몇 이미지만이 반복적으로 나열될 뿐이죠. 그나마의 선입견마저도 부정적이고 무례한 것만 수집해 전시할 뿐이라 사실상 악플 재연물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가운데 책임감-진정성 만랩인 주연 배우의 눈물 나는 자기 비하와 몸을 던진 고군분투가 영화를 억지로 끌고 갈 뿐입니다.

 

 

 

 

 

 

# 3.

 

배우 '차인표'에 대한 낮은 이해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도입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시작부터 꼬인 티가 나는 영화라 봐도 무방하죠. 광고 촬영 현장입니다.

 

광고 촬영씬은 감독이 차인표 이전에 배우에 대한 이해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자백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을 가진 배우라면 기본적으로 배역과 작품의 테마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콧대 높은 톱스타라 거지 역할을 거절할는지는 몰라도 거지 역을 하기로 했다면 더 확실히 거지스럽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라는 거죠.

 

차라리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광고의 규모'나 '현장에서의 대우'와 관련해 툴툴거리는 거라면 납득할 수 있습니다만 작중 광고감독이 디렉팅 하는, 심지어 광고주가 주장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부정하는 배우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그것도 무슨 바보연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고작 '캐주얼함'을 주문하는 데 그걸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한다는 건 과거의 영광에 젖어 사는 것 따위와는 전혀 무관한 무능의 영역이죠.

 

결과적으로 배역의 성격과 동떨어진 시퀀스가 전개되다 보니 일련의 씬 전체가 아무런 목적성 없이 바람 맞고 다리나 찢는 몸개그 바보 연기 콩트로 전락하고 맙니다. 관객을 만남에 있어 가장 공들여 작품의 성격을 소개하는 첫 번째 상황 연출이 이런 식이면 이후의 전개는 불 보듯 뻔한 것이 당연합니다.

 

 

 

 

 

 

# 4.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풍자 코미디가 나았을 거라는 건 네 생각이고!

감독님은 병맛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을 수도 있잖아!!

 

네. 그럴 수 있죠. 대신 그렇다면 실존 인물 차인표를 걷어냈어야 합니다. 실존 배우와 아무런 상관없는 밑도 끝도 없이 내달리는 소위 신정원식 병맛 코미디였다면 이 영화 속 무수히 많은 비상식적인 바보짓들과 까짓 거 얼마든지 놀아 줄 수 있습니다. TTL 귀신이 그늘진다고 나무를 자르고 오중이 형이 다이아몬드를 뭉텅이로 삼키고 장항선 선생이 우산 들고 몸개그를 펼치고 브로콜리 외계인 탐정이 스타일러 안에서 드라큘라 빙의도 하는 마당에 까짓 거 차인표가 좀 망가지는 게 무슨 대수라구요.

 

문제는 실존 인물의 이름과 이미지를 걸고 자조적 풍자를 곁들이는 작품이 비상식적인 전개를 동시에 뿜어내버리면 코미디 이전에 관객이 위화감을 먼저 느끼고 만다는 점입니다. 건물이 무너져 잔해에 깔린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도 있는 사람이 구조대를 부르지 말라 우기는 모습은 병맛이 아니라 짜증이 됩니다. 아무리 배우가 미쳐서 구조대를 부르지 말라 한들 매니저라는 인간이 그 말 곧이곧대로 듣고 구조대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 역시 코미디가 아니라 답답함이 됩니다. 백번 양보해 우물쭈물할 수 있다 하더라도 포클레인이 건물 잔해를 뒤엎으면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보는 게 상식입니다. 포클레인이 건물 잔해를 헤집고 있는 데 스케줄 전화나 받고 자빠진 모습은 일반적으로 '재미있지 않다'는 것 역시 상식이죠.

 

 

 

 

 

 

# 5.

 

... 그래요. 얘기 나온 김에 앞선 조악한 이야기들을 모두 차치한다 하더라도 솔직히 전 모르겠습니다.

 

매니저 김아랑 역의 조달환이 애완견에게 "개X끼'라 말하는 장면이 재미있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유난스럽고 무례한 등산객 아주머니 두 명이 벌이는 철 지난 콩트가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건물 잔해에 깔려 배가 꼬르륵거린다고 스스로의 뺨을 때리는 슬랩스틱이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고, 박영규가 무려 1999년작 <주유소 습격사건>식의 연기톤으로 드라이빙 스킬을 뽐내는 게 재미있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건물 잔해에 깔려 매니저에게 진정성을 설파하는 게 뭐가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고, 진정성을 설파하던 차인표가 강아지에게 욕설을 내뱉는 데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으며, 시라소니 조상구가 레이스 달린 여자 팬티를 입는 걸 통해 무슨 웃음을 기대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씬에서 개똥을 만질 거라 동네방네 광고한 후 여지없이 만지고, 이번 씬에서 진흙탕에 넘어질 거라 광고한 후 여지없이 철퍼덕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배꼽 잡고 웃기엔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2021년이구요. 인과가 부재한 상황에서 맥락 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 편히 웃기에 배우 차인표는 쉰이 훌쩍 넘은 67년생입니다. 주인공 배우가 '왕년의 슈퍼스타'라고 해서 영화도 '왕년의 스타일'로 만들면 곤란했을 텐데요. 배역의 시대착오적인 모습에서 웃음을 찾으려 한다 해서 영화도 시대착오적이면 곤란했을 텐데요.

 

적당히 대충 만든 듯한, 막 만든 듯한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역설적이게도 B급 병맛 코미디는 그 어떤 장르보다 명중률이 중요합니다. 필연적으로 배우가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데 여기서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되려 배우의 열정적인 모습이 짠하게 보이기 때문이죠. 이 영화가 정확히 그러합니다. 배우들의 고군분투를 보는 100분 내내 민망함에 어쩔 줄 모르게 됩니다. 고생하는 배우의 열연에 애잔함만이 가득합니다. 특히나 공감성 수치에 약한 사람이라면 영화를 이어 보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 차라리 그냥 100분을 무표정으로 보게 만드는 영화가 나을 듯합니다. 적어도 제게 있어 이 영화는 연이어 끝까지 보는 것 자체가 너무 고역이었습니다.

 

 

 

 

 

 

# 6.

 

편집의 템포가 무지막지하게 늘어진다는 점 역시 큰 단점입니다. 나름 준비한 회심의 개그를 날릴 때마다 스스로 감동에 북받쳐 뜸을 무지막지하게 들입니다. "두구두구두구~ 자 입 벌려! 개그 들어간다!!!" 라며 김성주마냥 60초를 세고 있으면 웃길 개그도 웃기지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하필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그나마 전반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전개라도 빠르죠. 차인표가 건물에 깔리는 중반부부터 영화는 거의 멈춰서 있는 것과 같아집니다.

 

포클레인으로 팔까, 말까.

 

요거 하나 가지고 1시간을 비비는 걸 보노라면 시간과 정신의 방이 부럽지 않습니다. 특히 사고 현장에 나타난 매니저가 김주사 및 포클레인 기사와 대화하는 장면은 뭐랄까요. 호들갑을 조금 떨자면 '연출 참사'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빠른 리듬으로 착착 주고받아야 할 대사를 연출이 미친 듯이 개입하며 찢어놓는 광경에 넋을 잃게 됩니다.

 

# 7.

 

결국 이 산만하고 지루한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과거의 영광에 벗어나지 못하던 차인표가 우여곡절 끝에 정신을 차린다>라는 건데요. 그걸 서사 속 심리 변화를 통해 풀어내지 못하다 보니 결국 선택한다는 게 매니저의 입을 통해 말로 표현해 버리고 맙니다. 이쯤 오면 이 영화는 뭔가 싶죠.

 

결말에 이르러 차인표의 손가락까지 잘라버리고 여자 팬티를 입히는 꼴을 보노라면 이 영화의 존재 의의를 진지하게 의심하게 됩니다. 나름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잘 쌓아 온 차인표라는 배우를 불러다 커리어 일체를 부정하는 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고 말았으니까요. 차인표 씨는 화려한 재기의 발판 혹은 조금 더 유쾌한 느낌으로 대중에게 선사하는 자신만의 <라디오 스타>가 되길 바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글쎄요. 이 영화를 선택한 건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아닐까 싶군요. 장르만 코미디일 뿐 실상은 수치플. 제목만 차인표 일뿐 주연은 조달환. 병맛의 탈을 쓴 슬랩스틱 유머 일번지. 100분 내내 웃기려 하지만 고통스럽기만 한 영화. '김동규' 감독, <차인표>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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