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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오그리 토그리 _ 대풍감, 김한라 감독

그냥_ 2021. 1.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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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나온 모솔 남자가 '여고 생활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면... 이런 비슷한 게 나오지 않을까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옴니버스 영화 <한낮의 피크닉> 중 두 번째 단편, <대풍감> 입니다.

 

 

 

 

 

 

 

'김한라' 감독,

『대풍감 :: The Silver Lining』입니다.

 

 

 

 

 

# 1.

 

내러티브를 이해하는 게 어려운 영화는 아닙니다. '대풍감'이라는 지역 명소에 얽힌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곳을 찾아가는 밝고 건강한 청년들의 여행기라는 이미지를 엮은 후, 순풍 불면 쭉쭉 나아갈 수 있다 뭐 이런 류의 응원 메시지라는 뼈대 위에, 굳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설정의 집 나간 아빠와 빛이 뿜어져 나오는 열린 문으로 나가는 벌레 등의 메타포를 집어넣어 요리조리 적당히 만들면 아이 따뜻해. 뭐 그런 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를 보고 난 후 얻은 가장 선명한 감상은 청춘에 대한 위로 같은 게 아니라 "배우들이 고생이 참 많았겠다" 였습니다. 특별히 힘든 촬영이라서 아니라 남자들의 여행이나 술자리가 이렇게 오그라들지 않는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배우들이 참고 찍느라 힘들었겠다 싶었던 거죠.

 

 

 

 

 

 

# 2.

 

남자들은 대체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친구들이랑 여행 가서까지 인상 팍 쓰며 분위기를 조지지 않습니다. 세상 한심해 보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남자들은 대체로 친구들이랑 좋다고 물놀이하고 나와서 뜬금없이 "그 새끼(집 나간 아빠) 죽었대..."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멋있지도 않고 병신 같기만 하거든요. 배우 지망생인 애가 같은 연기자도 아닌 친구들 앞에서 연기 연습은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않습니다. 미친 듯이 쪽팔리거든요.

 

갑자기 물에 빠진 게 아니라면 수영을 할 땐 보통 스마트폰은 빼놓고 물에 들어갑니다. 폰이 물을 왜 먹어요 대체. 남자들은 친구가 죽어서 관에 누워라도 있지 않는 한 농담으로라도 절대 "사랑한다고!" 따위의 말은 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굳이 남자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보통의 사람들은 공공칠빵을 하고 자기소개하는 게 아니라, 자기소개를 먼저 하고 게임을 합니다. 잘 놀다가 왜 갑자기 '본격적으로 자기소개'를 하나요. 더군다나 쌍팔년도도 아니고, 요즘 남자애들 누가 불알친구라고 서로를 소개하나요...

 

 

 

 

 

 

# 3.

 

남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병신 단역 새끼라고 까면서 놀릴지언정 다른 사람이 있을 때엔 무조건 쉴드를 칩니다. 자존심과 관련된 부분은 절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암묵적으로 알고 있거든요. 보통의 아저씨들은 "좋을 때다 꽃필 때. 허나 봄에는 봄이 온 줄 모르는 법!!" 같은 손발 오그라드는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낯빛을 보니까 다들 금시초문이구만!" 같은 문어체를 쓰는 사람도 거의 없죠. 

 

숙박업소 하시는 아저씨들이 여행지를 안내할 땐 보통 '대풍감'의 그림을, 그것도 졸라 잘 그린 그림을 꺼내는 대신 울릉도청에서 만들어 배포한 여행 홍보 책자를 보여준답니다. 그쪽이 사진도 잘 나와있고 가는 길도 잘 설명되어 있고 손에 쥐어 줄 수 있어 편하거든요. 여행... 안 좋아하시나 봐요?

 

남자들은 대체로 친구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데 자기 여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징징대지 않습니다. 저런 식으로 친구 대하면 불알친구고 나발이고 얄짤없이 연 끊겨요. 백번 양보해 눈치 없는 친구가 징징댄다면 그 얘기로 잠시 기분을 전환하면 했지 자긴 더 불행하다고 불행 배틀을 하지도 않습니다. 갑분싸 만들어대면 역시 얄짤없이 연 끊기거든요. 여행 가서 술김에 멱살 잡고 싸울 수는 있다 쳐도. 그걸 축구공 차면서 청춘 만화스럽게 화해하지는 않습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걸 주워 들으신 거예요.

 

 

 

 

 

 

# 4.

 

세상에 어떤 남자애들이 여행 분위기 작살나게 <죽겠다 게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걸 하나요. "순풍 불면 한 번에 육지까지 간다고. 우리 인생에도 대. 풍. 감. 같은 거 있지 않겠냐?" 라는 대사를 쳐야 했던 배우의 손발은 무사하긴 한건가요. 술 처먹다 말고 뛰긴 왜 뛰는 건데요. 문 앞에 딱정벌레가 순풍을 타고 날아가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으셨다면 엉덩이 쳐들고 꼬꾸라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그림을 만들 정도의 시도는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요.

 

... 취재를 조금 더 많이 하고서 영화를 만들지 그러셨어요... 주변에 친구들한테 물어보기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혹 친구가 없으셧다면 배우들한테라도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그랬더라면 최소한 관객들 손발은 지킬 수 있었을 텐데요... ㅠㅠ '김한라' 감독, <대풍감>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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