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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우희에게 _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임오정 감독

그냥_ 2021. 1.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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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연락 드럽게 안 하는 우희가 개 구하러 담 넘는 영화입니다.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옴니버스 영화 <한낮의 피크닉> 중 세 번째 단편,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입니다.

 

 

 

 

 

 

 

 

'임오정' 감독,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 Call If You Need Me』입니다.

 

 

 

 

 

# 1.

 

세 단편 중 가장 이질적입니다. 강동완 감독의 <돌아오는 길엔>이 연극, 김한라 감독의 <대풍감>이 동화라 한다면 임오정 감독의 영화는 에세이 쪽에 조금 더 가까워 보입니다. 작가의 통제하에 있는 조직된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한 두 작품에 비해 이 영화는 훨씬 일상성이 강조된 구체적인 서사와 표현으로 전개됩니다.

 

앞선 두 편에서의 피크닉은 각각 캠핑장과 울릉도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그려집니다만, 이 작품에선 독특하게도 그 역할을 [인물]이 대신합니다. 영신이죠. 그녀는 그녀가 가진 풍부한 서사나 감정선과는 별개로 영화 내에서 일종의 사건으로만 기능합니다. 영화를 통해 감독이 주목하고자 하는 주인공은 오직 우희 뿐이죠. 영화의 시작과 끝을 우희 혼자 받아내게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한 우희가 영신이라는 일탈을 거치며 스스로 가두던 껍질 혹은 목줄을 부수고 담을 넘는다. 라는, 일종의 성장 서사입니다. 마지막의 전화에서 전화를 건 대상이 영신이라는 점은 썩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니가 지금 와야 돼. 끊는다." 라 말할 수 있게 된 우희가 중요합니다. 담을 넘어 강아지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개껌을 던지던 우희에게 개를 찾아갈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된 우희의 해방감과 한없이 상쾌한 표정이 중요합니다. 근사하군요.

 

 

 

 

 

 

# 2.

 

오프닝과 결말에 등장하는 상담사와의 대화는, 우희의 성장에 대한 심리 묘사를 대신해 직접적으로 풀어놓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 만들어 둔 듯한데요. 개인적으로 사족이였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헤매는 존재들이 나에게 온다"는 둥의 현학적 대사가 만드는 이물감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일련의 대화는 사실 우희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단, 우희의 심리적 변화를 이해해야 할 관객을 위한 공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희의 변화라는 메시지를 손쉽게 전달하기 위한 감독의 공간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전반부 1분, 후반부 2분에 걸친 상담사와의 대화를 우희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에 대한 감정 묘사에 과감히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조금 더 이우정 배우의 표현을 믿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요. 관객의 이해력을 믿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요. 연출에 자신감을 가졌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3.

 

영화를 보고 난 후 돌이켜보면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라 말하는 화자가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썩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순간마다 우희의 전화를 받게 될 사람은 어쩌면 영신이 아니라, 우희 자신일지도 모르겠군요. 우리는 간절히 필요할 때 스스로에게 언제든 이리 오라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인걸까요. 임오정 감독,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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