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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Art

멀리 _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현진식 감독

그냥_ 2020. 9.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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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빨리 말고, 먼저 말고, 잘 말고, 그저 멀리.

멀리멀리. 지희 씨의 노래는 멀리멀리.

 

 

 

 

 

 

 

 

'현진식' 감독,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Free My Soul, Free My Song』입니다.

 

 

 

 

 

# 1.

 

기타리스트 '김지희'씨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기타와 사랑에 빠진 스물넷의 소녀. '정성하'와 '앤디 맥키'를 동경하는 새내기 기타리스트. 아직은 겁도 많지만 엄마의 뒷모습을 마음으로 연주하는 멋진 딸. 늘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무대 위에서라면 강단 있게 곡을 완주하는 아티스트. 열 마디 말 대신 음악과 밝은 웃음으로 소통하는 그녀는 지적 장애인입니다.

 

 

 

 

 

 

# 2.

 

쓸데없이 부자연스러운 비극이나 연출된 희극 없이 담담히 흘러가는 맛이 좋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소 느리기도 하고 때론 서툴기도 하지만 용기 내 내딛는 걸음을 같은 속도로 발맞춰 걸어내는 자상한 다큐멘터리입니다. 평범한 장애인 가정의 상식적인 고민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조급함과, 가슴 시린 실수가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특출 나나 일반인들과는 격차를 느끼는 가운데, 자신의 롤모델에 대한 동경과 가족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동력으로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무던한 서사가 깊이 있게 그려집니다.

 

 

 

 

 

 

# 3.

 

장애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는 언제나 참 조심스럽습니다. 장애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바라보았다간 당사자의 노력을 포함한 일체의 정체성을 과소평가하게 될 수 있습니다. 역으로 장애를 너무 가볍게 대했다간 그것대로 당사자가 넘어야 했을 고단한 시간과 주변인들의 수고로움을 폄하하게 될 수 있죠. 감독은 관객이 그런 부채감을 느끼지 않는 가운데 주인공과 교감할 수 있도록 작품을 통제해야 합니다. 

 

 

 

 

 

 

# 4.

 

자칫 감동이 너무 강조되게 되면 감상의 결과가 주제넘은 연민의 구렁텅이에 처박히게 될 수 있습니다. 역으로 이해가 너무 강조되면 사회나 개인에 대한 비판과 같은 범인 찾기 놀이에 빠질 가능성이 크죠.

 

'감동'과 '이해'.

 

두 방향성 사이에서의 작품 균형은 능숙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장애인'치곤' 훌륭한 음악이라거나 엄마에 대한 이름 모를 부채감 따위가 아닌 기타리스트 '김지희'의 소담한 음악과 아티스트의 행복한 내일을 편안하게 기대하게 합니다. 네. 이 작품은 제법 근사한 다큐멘터리입니다.

 

 

 

 

 

 

# 5.

 

말과, 기타와, 노래와, 걸음과, 선생님과, 자동차와, 기차와, 떡볶이와, 무대와, 엄마와, 아빠와, 깊스와, 뒷모습. 이들 모두가 사소하지만 담대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무수히 많은 다른 관점들과, 각기 다른 관점들이 공통적으로 지지하는 가치들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함께 나눠 들어야 하는 고단함 사이에서 관객도 마음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고민의 종착지가 결국엔 맑은 응원에 다다르는 선량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 6.

 

만, 지희 씨를 잠시 벗어나 다큐멘터리로 돌아와서. 주제의식을 포착하고 균형을 잡아내는 감각과는 별개로 감독의 연출 방식 자체는 다소 고루합니다. 인물의 이야기가 작품의 연출과 충분히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는 인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카메라의 구도나 거리의 활용에 대한 고민은 물리적, 상황적, 서사적, 상징적인 면에서 모두 빈곤합니다. 편집과 구성의 방식은 다소 낡았습니다.

 

 

 

 

 

 

# 7.

 

특히나 몇몇 주요 순간에서 배경음악을 깔아버리는 건 악수였다는 생각입니다. 기타리스트의 '음악'을 다루는 작품에서 핑거스타일 기타 독주보다 필연적으로 더 화려할 수밖에 없는 가사 담긴 대중음악을 깔아 재끼는 건 관객 경험의 측면에서 명백한 연출 실패죠.

 

감독이 인터뷰를 반말로 따는 것 또한 성인인 장애인과의 다큐멘터리에 있어 썩 좋은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감독과 주인공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사전 과정을 알리 없는 관객의 입장에선 무례한 것으로 느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감독이 아티스트 '김지희'를 발견하는 과정을 앞서 충분히 소개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감독의 목소리를 들어내고 자막으로 대체해도 괜찮았을 텐데요.

 

 

 

 

 

 

# 8.

 

이 글을 '휴머니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예술 다큐멘터리'로 분류한 건, 지적장애인의 진솔한 자기실현 이전에, 아름다운 예술가의 기타 독주를 즐겁게 들었다는 데 대한 제가 차릴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습니다. 엄마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소녀가 홀로 바다에 서서, 가녀리지만 힘껏 소리치는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현진식' 감독,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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