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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리빙 포인트 _ 마스크, 척 러셀 감독

그냥_ 2020. 9.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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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판타지 계열 만화 혹은 게임 원작 영화라고 하면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툼 레이더』나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수작들이 없는 것은 아니거니와 설령 평가는 좋지 않다 하더라도 원작 팬덤의 세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까지 포함한다면 제법 수가 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타율이 좋다 이야기하기엔 좀 민망하죠. 때문에 적지 않은 수의 원작 팬들은 아예 자신이 애정 하는 작품이 영화화되지 않길 바라기도 합니다. 괜히 개판으로 만들어놔서 시리즈에 오점을 남기는 게 싫거든요.

 

 

 

 

 

 

 

 

'척 러셀' 감독,

『마스크 :: The Mask』입니다.

 

 

 

 

 

# 1.

 

만화나 게임 원작 영화가 흥행하기 힘든 이유는 표현의 질감과 수용자의 마인트, 경험적 목표 따위가 본질적으로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화 속에서 파란 쫄쫄이에 빨간 빤스를 겹쳐 입은 근육남은 위화감이 없지만 실사 영화에서 고스란히 따라 했다간 민망한 변태로 내몰리기 딱 좋을 겁니다. 만화 속에서 '부르마'의 팬티를 보고 코피를 뿜는 '무천도사'는 개그가 되지만 영화에서 쌍코피를 분수처럼 내뿜는 100세 노인의 모습은 호러죠.

 

게임에서라면 상단과 하단을 절묘하게 섞어 공격하는 빌런의 패턴은 충분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겠지만 영화에서 단순하게 둘이 마주 보고 상하단 주고받는 그림은 지루한 액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펫으로 몹들의 어그로를 끌고 막힌 길을 뚫는 건 멀티태스킹 컨트롤을 뽐낼 수 있는 흥미로운 스테이지 구성이겠지만 영화에서 강아지를 악당들에게 던져주고 나 몰라라 빤스런을 했다간 극장에 폭동이 일어나기 딱 좋을 테죠.

 

 

 

 

 

 

# 2.

 

대부분의 감독들은 이와 같은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원작의 매력'과 '영화의 매력' 중 한 가지를 포기합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토드 필립스'의 『조커』와 같은 D.C 코믹스 기반의 영화들은 대부분 주요 설정과 주제의식 외에 몇몇 파편적 코드 정도만 원작에서 차용할 뿐 사실상 온전히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선택을 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 역시 위의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락성을 더 가미했을 뿐 본질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죠. 그에 반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나 무수히 많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은 영화의 상업적 여건만을 빌려왔을 뿐 만화를 통째로 이식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설프게 욕심을 내며 두 분야 모두의 매력을 잡겠다고 덤빈 영화는 없냐구요? 왜 없을까요. 『그린랜턴』이나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닦이 영화들이나 '주윤발' 따거와 '와썹맨'의 흑역사 『드래곤볼 에볼루션』으로 대표되는 숱한 양덕 코스프레 물, 이 분야 원탑인 일본식 실사화 영화 등 사례는 차고 넘치죠.

 

 

 

 

 

 

# 3.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수많은 제작자들을 노숙자로 만들었던 '만화와 영화의 매력을 모두 가진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사실 이미 나와 있습니다. 우리의 '척 러셀' 감독은 무려 26년도 더 전에 코믹스와 영화의 매력을 동시에 완벽히 휘어잡는 데 성공하며 초대박 흥행을 거둡니다.

 

비결은 간단합니다. 감독을 포함한 다른 모두는 '영화'를 찍고 '만화'의 매력은 코미디의 제왕 '짐 캐리'의 개인기로 비벼버리는 거죠. 점유율 70~80% 넘는 티키타카 어떻게 하냐구요? 메시랑 세 얼간이만 있으면 쉽습니다. 음식이 싱거우면 어떻게 하냐구요? 소금을 넣으면 좋습니다. 무슨 리빙 포인트 같네요.

 

 

 

 

 

 

# 4.

 

실제 감독의 연출은 그 시대 평범한 실사 코미디의 문법을 고스란히 따라갑니다.

 

배우의 개인기를 서포트하기 위한 감독만의 특별한 연출 포인트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켈러웨이' 형사가 등장하는 대목이나 '찰리'와 '잎키스'가 은행에서 만담을 나누는 장면, 혹은 '도리언'이 보스에게 압박을 받거나 '티나'를 겁박하는 대목들만 보면 이 영화가 코믹스 원작의 판타지가 맞나 싶은 의구심마저 들죠. 감독이 코믹스를 위해 배려한 건 최대한의 제작비를 때려 넣은 C.G 정도에 불과합니다.

 

 

 

 

 

 

# 5.

 

나머지는 '짐 캐리'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배우가 알아서 과장되게 표정을 지어야 합니다. 알아서 과장되게 걸어야 합니다. 알아서 우스꽝스러운 대사를 알아서 관객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알아서 적절하게 알아서 소화해야 합니다.

 

매 순간 만화의 매력을 물씬 풍기면서도 정극 연기를 수행 중인 '티나'와 '도리언' 등의 다른 인물들과 함께하는 장면에서 위화감이 없게끔 조절해야 합니다. 액션과 멜로와 코미디와 노래와 춤을 모조리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능청스러움과 비굴함을 일정한 톤 아래 시종일관 넘나들면서도 동시에 '내면 깊숙이 숨겨진 욕망'이라는 고차원적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의 특성상 감정 표현도 놓쳐선 안됩니다. 심지어 '마스크를 쓴 잎키스'와 '마스크를 벗은 잎키스'의 1인 2역까지 소화해야 하는 와중에 포인트마다 제4의 벽까지 넘나들어야 하는데.

 

그걸 몽땅 다 해내 버린다? 끝난 거죠.

 

 

 

 

 

 

# 6.

 

결과론적이긴 합니다만 감독에게 있어 『마스크』를 제작하며 '짐 캐리'를 섭외한 순간 성공은 담보된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덤이죠. 감독은 <짐 캐리의 만담 & 슬랩스틱 코미디>와 <마스크라는 캐릭터 본연의 대리만족>이라는 두 개의 단단한 기반 위에 뭔가 대중적으로 먹히겠다 싶은 모든 장르적 요소를 그야말로 때려 박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무명이였던 입 큰 여배우를 섭외해 섹시와 멜로를 더하고, '도리언'을 중심으로 한 시원한 총기 액션도 아낌없이 추가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법한 'Hey Pachuco'나 'Cuban Pete' 등의 흥이 넘치는 음악들 위로, 환상적인 커플 댄스와 떼춤을 추가한 후 그 위로 세상 귀여운 '마일로'의 재롱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완벽한 오락 영화가 완성되죠.

 

 

 

 

 

 

# 7.

 

특히나 리즈 시절의 '카메론 디아즈'는 실로 반칙에 가까운 미모를 선보입니다. 홀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정의합니다. 아주 오래전 처음 이 영화를 본 후 미쳐가지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부터 『미녀 삼총사』, 『당신이 그녀라면』, 『로맨틱 홀리데이』까지 날밤 새며 줄줄이 찾아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아, 좋을 때다.

 

 

 

 

 

 

# 8.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수히 많은 재능러들이 코미디 영화들을 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킬링타임용 코미디 영화에서만큼은 동양엔 '주성치', 서양엔 '짐 캐리' 만한 게 없는 듯합니다. 뭔 소린지 모를 작품성 따위 퍼즐 찾기 식의 메타포 해석 따위 한켠에 치워두고. 역시 휴일엔 장인이 만든 시간 순삭용 코미디가 최고죠. '척 러셀' 감독, 『마스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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