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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너무 단순한 은유는 직설만 못하다 _ 그림자 도둑, 김희예 감독

그냥_ 2020. 7.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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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너무 단순한 은유는 직설만 못하다

 

라는 제가 방금 대충 만든 명제의 훌륭한 예라 할 법합니다.

 

 

 

 

 

 

 

 

'김희예' 감독,

『그림자 도둑 :: Shadow Thief』입니다.

 

 

 

 

 

# 1.

 

'화창한 날씨, 화려한 마천루' 아래 행복한 '인형'이 등장하는 'TV 채용 광고'와, 그걸 보고 있는 어두컴컴하고 삭막한 '지하철' 속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비슷한 외모,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들은 외향과 대조되는 각기 다른 모양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고 그런 사람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옮겨지죠.

 

면접장에서 주인공은 열심히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채용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그림자의 모양에 의해 결정되게 됩니다. '규격화된 모양'에 맞춰 그림자를 억지로 '늘리고 조으고' 묶는 동안 주인공은 자신의 '한계'와 '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다다른 주인공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멋들어진 그림자를 가진 사람을 쫓아가 그의 그림자를 뜯어내며 영화는 마무리되죠.

 

 

 

 

 

 

# 2.

 

영화에서 동원하고 있는 은유는 대부분,

은유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수사적 관용구에 머물러 있습니다.

 

'화창한 날씨와 화려한 마천루'는 화려하고 풍요로운 것으로만 분칠 된 현대 도시의 외면을 의미합니다. '어두컴컴한 지하철'은 그런 도시의 이면에 가려진 어둠을 은유하는 거겠죠. '인형'과 '컨베이어 벨트'는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도시인을, 'TV 광고'는 자본 논리에 잠식된 사회를 은유하는 걸 테구요. '비슷한 스타일'은 사회가 강요하는 올바른 도시인 상을, '그림자'는 그런 연출된 외향에 가려진 본연의 다채롭고 자유로운 개인성을 비유하는 걸 겁니다.

 

면접장에서 보인 주인공의 '열변'은 보다 사려 깊고 가치 있게 평가되었어야 할 퍼스널리티에 대한 은유일 테구요. '규격화된 그림자'는 개인성이 배제된 삭막한 스펙의 허들을 은유하는 걸 테구요. 그림자를 늘리고 조으고 묶는 건 스펙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한계와 압박감, 스트레스라 할 수 있겠죠. 마지막 압도적인 그림자를 가진 경쟁자를 쫓아가 해치는 장면은 임계점에 다다른 스트레스가 터져 나오는 순간의 폭력성일 테고 이 부분을 통해 감독은 현대 사회가 이런 폭력성이 발현될 임계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싶었던 거겠죠.

 

 

 

 

 

 

# 3.

 

기껏해야 나는 인형처럼 살고 싶지 않아!! 류의 한마디 대사 안에 녹여 소화할법한 수사들을 대충 조립하는 걸로 손쉽게 때워질 만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 만들기라는 게 만만하지 않습니다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수사가 유치하면 문제의식까지 함께 폄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충분한 고찰이 동반된 문제의식의 전달이 되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고 말거든요.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그래서 보고 듣는 사람 역시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끔 하고 싶다면 만드는 사람부터가 그만큼 진지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저라면 같은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풀어낸 작품보다는 취업준비생의 비루한 일상과 떨어진 면접장에서의 비참한 하루를 정직하게 직설적으로 전달한 영화에 더 큰 문제의식을 느낄 것 같습니다. 노아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까지 가지 않더라도 장나리 감독의 <한심해서 죄송합니다.>만 해도 이 영화와 비교하는 게 미안할만큼 훨씬 감동적이죠. 김희예 감독, <그림자 도둑>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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