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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무던히 털고 일어날 수 있었으면 _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

그냥_ 2020. 4.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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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선풍기를 꺼낼 때가 온건가 싶은 생각과 먼지 낀 선풍기를 닦는 것에 귀찮다는 생각이 겹쳐 드는 늦은 봄과 초여름의 중간 즈음 어느 날. 아직 시원함보단 쌀쌀함에 조금은 더 가깝지만 그렇다고 춥다고 잘라 말하기엔 어딘지 호들갑을 떠는 것만 같은 평일의 오후. 둘이 살기엔 조금 답답하지만 홀로 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호젓한 작은 자취방의 창밖으론 한적한 자동차 소리, 어쩌면 지긋한 기차 소리가 썩 나쁘지 않은 호흡으로 적막을 깨고. 멀찌감치 드문드문 들려오는 이름 모를 누군가들의 재잘거림과, 여백을 메우며 멈춘 듯 흘러가는 구름을 멍청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표정한 뺨 위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순간.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입니다.

 

 

잃어버린 무언가와 잃어버린 무언가들에 대한 잃어버린 기억들. 가지고 있었던 무언가와 가질 수 없었던 무언가들에 대한 가지고 싶었던 미련들. 서글픔이라 하기엔 조금 가볍고 외로움이라 하기엔 조금 무거운. 허무함이라 하기엔 조금 가볍고 쓸쓸함이라 하기엔 조금 무거운. 슬픔이라 하기엔 조금 가볍고 처연함이라기엔 조금 무거운. 어쩌면 그 모든 건 그리움보다 더 그리운 건지도. 유치하다고 할런지도 모르지만 그런 유치함으로부터 밖에 위로받을 수 없는 젊고 외로운 존재들의 고단함인 건지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쉬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정밀히 배합된 교집합에 홀로 내버려져 이 모든 걸 가득 담은 마음이 멀어진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간절히 닿기를. 간절히 닿기를.

 

 

와락 끌어안는 강아지의 따뜻한 위로보다, 한 발짝 아니 서너 발짝 떨어져 나와 같은 표정과 같은 모양으로 누워 마치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은 고양이만의 존재론적 위로. 그래서 내가 고양이를 바라보듯 저 고양이도 나를 그렇게 바라봐 주었으면. 저 고양이도 나를 바라보고서 자신을 발견해 주었으면. 그렇게 억겁과 같은 간절함의 순간들이 지나 나와 고양이의 경계가 허물어져 내리면 그래서 나도 저 고양이처럼 '어쩔 수 없지'라는 듯한 가볍고 귀여운 끄덕임과 함께 무던히 털고 일어날 수 있었으면.

 

 

'신카이 마코토'가 그림으로 빚어 만든 언젠가의 나와 당신과 우리와 같은 누군가들에게 건넨 첫 번째 단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 :: 彼女と彼女の猫』

였습니다.

 

 

 

 

「彼女と彼女の猫」 http://shinkaimakoto.jp/hercat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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