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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재판 -2- [하우 투 겟어웨이 위드 머더, 피터 노윅 제작]

그냥_ 2019. 8. 2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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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


'각자 나름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기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자신이 똑똑하다 믿는 멍청함을 뽐내는 것'이 이 드라마의 포인트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자기 생각대로 순진하게 행동하며 자신에겐 거짓말을 일체 하지 않는다는 천진난만한 가정을 하고, 그 와중에 자신만 거짓말을 적절히 하면 문제가 이상적으로 해결될 거라는 망상을 주저없이 실행에 옮깁니다. 하지만 모든 인물이 이따위로 생각하는 탓에 결과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거짓말을 쏟아내는 무한 츠쿠요미에 빠지죠. 이 드라마에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는 아마도 "나는 너를 못 믿어"일 텐데요. 웃긴 건 눈 시뻘게져서 거짓말을 추궁하는 본인들도 그 순간에 조차 어마어마하게 거짓말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 속 이 답답하고 멍청한 인간들이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건 '회의'입니다. 드라마에서 생기는 사단의 99.9999%는 그냥 일을 저지르기 전에 옹기종기 모여 침착하고 허심탄회하게 회의만 거쳤어도 터지지 않았을 일들이죠. 자신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릴 기회가 너무나도 많았음에도 이 멍청이들 중 그걸 깨닫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요. 시즌 1까지는 그럴 수 있습니다. 각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아직은 다르니까. 내 이익이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익과 다르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통수에 통수를 칠 수도 있죠. 서로가 면책권을 근거로 다른 사람을 팔아먹지 않았을까라는 의심과, 그 와중에 자신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싶은 야망을 위해 성과 경쟁까지 해야 한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즌 1이 지나면서부터 이 설득력은 싹 사라지죠. '샘'을 공동 살해했고 절대 누구 하나만 따로 죽을 수 없는 운명공동체와 같은 상황에 멤버 모두가 빠져드는 순간, 언젠가부터 성적이니 트로피니 하는 것들을 등장인물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순간, 이 등신들은 반드시 '회의'를 했어야 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비밀을 양산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와중에, 서로가 서로에게 뒤통수를 오지게 갈기면서도 자기가 갈기는 뒤통수는 착한 뒤통수고, 다른 사람은 나쁜 뒤통수를 갈긴다고 징징대면서, 또 이 년놈들은 발정이라도 났는지 방금 직전까지 치고받고 싸우던 애들끼리 삼삼오오 돌아가며 남녀노소 동성이성을 가리지 않고 섹스를 하죠.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군요.











법정스릴러를 빙자한 액션물


드라마에게 영화 수준의 범죄 설계 완성도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한 작품을 위해 소화해야 하는 사건의 수와, 각 사건에 할당할 수 있는 런타임의 총량과, 이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제작 여건의 차이는 분명한 현실입니다. 『명탐정 코난』 속 에피소드들에게 『주홍색 연구』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건 미련한 일이죠. 하지만 그런 여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법정 드라마로서 사건을 둘러싼 서사의 퀄리티는 냉정히 수준 이하입니다. 심지어 드라마 스스로가 자신의 동력을 법정 스릴러에서 찾지 않고 있다는 인상마저 느껴집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액션물에 가깝습니다. 고전게임 『역전 재판 시리즈』의 '나루호도'처럼 멋들어지게 "이의 있소!"라는 간지 나는 말로 주먹을 날리는 모습으로 대리 만족하는 액션물 말이죠. 때문에 되돌아보면 세상 유능한 변호사라는 '애널리스'가 소송 과정에서 직접 하는 게 전혀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로스쿨 성적을 빌미로 열정 페이 강제 노역 중인 저렴한 고급 인력들을 부추겨 해결책을 찾아오라고 닦달하는 게 전부죠. 포켓몬을 들판에 풀어 넣고 각각의 포켓몬들이 열심히 짱구를 굴려 단서를 물어오면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대가로 자기가 간지를 챙기는 구조입니다. 이러고 보니 살인마 꼬맹이들이 교수에게 네가 몽땅 수습하라고 징징대는 게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하는군요.


액션물답게 가장 중요한 매력은 '얼마나 멋지게 대사를 내뱉느냐'에 달려있을 뿐 그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법정 스릴러 작품들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논리의 설득력에 작품의 성패를 의존하고 있다는 걸 감안할 때 상당히 특이한 작품인 셈이죠. 일례로 이 드라마는 엽기적일 정도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많습니다. 뭔가 꼬인다 싶으면 그냥 '코너'나 '미카엘라'가 섹스해서 알아냈다고 넘어갑니다. 그냥 '로렐' 물어보니 알려주더라라고 퉁치면 넘어갑니다. 그냥 '올리버'가 해킹했더니 필요한 정보가 죄다 곱게 담겨있더라라고 뭉개며 넘어갑니다. 그냥 '웨스'가 증거를 찾았다 치면서 넘어갑니다. 알고보니 아는 사람이었답니다. 여차하면 '애셔'나 '로렐'의 아빠가 도와줬다하고 넘어갑니다. 


각 화마다 할당된 소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상식을 벗어날 정도의 수많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동원됩니다만, 재미있는 건 드라마의 매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왜? 액션물이니까요. 관객은 액션물의 주인공이 주먹을 날리는 모습에 관심이 있을 뿐, 누구도 그 주먹이 어떤 훈련을 통해 얻어진 것인지에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미국에도 막장드라마가?!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설정의 엘리트들과 그런 인물들을 일반인의 레벨로 끌어내리게끔 만드는 지저분하고 번잡한 치정과 치부. 그리고 그런 치정을 따라가기 위해 동원된 캐릭터들의 행동이 합리성이나 일관성을 무시하며 무지막지하게 내달려 나갑니다. 사이사이 주유소에서 연료 채우듯 말초적 자극을 충전하기 위해 인물들을 번호표 뽑은 듯 갈아 넣구요. 네. 딱 막장드라마죠.


때문에 이 드라마 역시 막장 드라마 특유의 재미는 있습니다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찐따들을 보는 동안 지치는 것 역시 부정하기 힘듭니다. 솔직히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시즌4를 굳이 봐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묘하게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나오면 볼 것 긴 한 드라마랄까요. 역시 막장드라마가 욕먹는 것과 별개로 시청률은 잘 뽑히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터 노윜' 제작 ABC 드라마, 『살인죄를 피하는 방법 _ How to get away with murder』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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