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뭘 하고 싶은 영화인지 모르겠습니다. 암에 걸린 엄마가 등장하긴 합니다. 대립관계의 아들도 등장합니다. 제주 문화도 등장은 하죠. 하지만 평생 물질하며 가정을 건사한 제주 해녀의 생애를 진중하게 조명한 영화를 만든 것도 아니구요. 엄마와 아들의 갈등과 교감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를 만든 것도 아닙니다. 눈 딱 감고 화끈하게 제주 홍보물을 만든 것도 아니죠. '고훈' 감독, 『어멍 :: Eomung』입니다. # 1. 이 영화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숙자'뿐이죠. 나머지 모두는 그녀의 설정을 보강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아들 '율'은 한심해 보이기 위한 요소들을 의식적으로 수집해 기워놓은 인물입니다. 이 인물의 인격과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가운데 마치 천인공노할 죄를 지은 불효자와 같은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