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선풍기를 꺼낼 때가 온건가 싶은 생각과 먼지 낀 선풍기를 닦는 것에 귀찮다는 생각이 겹쳐 드는 늦은 봄과 초여름의 중간 즈음 어느 날. 아직 시원함보단 쌀쌀함에 조금은 더 가깝지만 그렇다고 춥다고 잘라 말하기엔 어딘지 호들갑을 떠는 것만 같은 평일의 오후. 둘이 살기엔 조금 답답하지만 홀로 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호젓한 작은 자취방의 창밖으론 한적한 자동차 소리, 어쩌면 지긋한 기차 소리가 썩 나쁘지 않은 호흡으로 적막을 깨고. 멀찌감치 드문드문 들려오는 이름 모를 누군가들의 재잘거림과, 여백을 메우며 멈춘 듯 흘러가는 구름을 멍청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표정한 뺨 위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순간.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입니다. 잃어버린 무언가와 잃어버린 무언가들에 대한 잃어버린 기억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