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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레디 오어 낫2 (2026, dir. 맷 베티넬리-올핀 & 타일러 질레트): 염소를 끌어야 한다

그냥_ 2026. 5.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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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부자들만 탐욕적이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 탐욕에 자격이 있을 리가 없잖아.

 

 

 

 

 

 

# 1.

 

전작은 엘리트 가문의 물욕을 조롱하는 영화였어요. 가난한 그레이스는 부유한 엘리트들의 부조리를 들춰내는 트리거이자, 평범한 관객의 시선을 대신하는 역할이었기에, 사마라 위빙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도구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슬래셔 호러 코미디의 재미는 분명했지만, 균형은 망가져 있었던 거예요. 차기작은 그 기울어진 균형을 회복하는 방향에서 모멘텀을 찾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 그러하고 있어요.

 

레디 오어 낫 2는 전작의 엔딩에서부터 시작해요. 간신히 살아남은 그레이스는 혼절하는데요. 앰뷸런스에 누은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마도... 후회였지 않을까요? 적어도 아깝다는 생각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요? 궁핍한 기존의 삶을 끝내고 호화저택에서 엘리트의 일원으로 살 수 있었잖아요. 이전의 삶과는 질적으로 다른 장밋빛 미래를 눈앞에 두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약혼자 알렉스와의 달콤한 순간들이 플래시백으로 연출되는 거예요. 쓰러진 그녀가 병원에 도착하자 경찰이 체포해요. 일가가 몰살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니까 용의자로서 체포한다는 건데요. 가난에 다시 붙잡힌 그레이스의 절망감을 은유하는 것이라 이해해요. 가난과, 그 가난을 탈출하고 싶은 물욕이 그녀에겐 수갑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직후 동생이 찾아와요. 동생의 이름은 페이트. 그녀가 '우아함'을 얻으려 외면했던, 너를 위한 것이라 합리화했던 '운명'이 다시 찾아온 거예요. 동생이 그레이스의 약혼과 똑닮은, '존재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지어낸 이유죠.

 

 

 

 

 

 

# 2.

 

새로운 숨바꼭질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전작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한 숨바꼭질'이었다면, 이번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기 위해 벌이는 숨바꼭질'이에요. 그 탐욕적인 마음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부터,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까지 다를 바 없어요. 인간 본성인 거예요.

 

관객의 시점에선 사냥꾼과 사냥감, 부유층과 빈곤층이 나뉠지 몰라도, 르 베일의 눈엔 어차피 똑같은 인간일 뿐이에요. 앞서 그레이스는 병상에 누워있었잖아요. 재미있는 건 댄포스 가문의 가주 역시 병상에 누워 등장한다는 거예요. 경제적으로 양 극단에 있는 두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장치죠. 직후 가주는 자식들에게 자신을 살해할 것을 지시해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이미 자신도 거쳐온 과정이었다는 듯 말이죠.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유산'을 받으려 애쓰는 거구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결혼'하려 애쓸 뿐이에요. 전작의 글에서, 르 베일의 저주란, 가족의 의미를 사랑과 신뢰가 아닌, 물질을 지키기 위한 방범장치로 타락시킨 것이라 설명했는 데요. 이 '가문'이란 방범장치를 관리하기 위한 두 개의 기계장치가 바로 '상속'과 '혼인'인 거예요.

 

그래서 레디 오어 낫의 세계에서 상속과 혼인은 구분할 수 없어요. 이러한 작품의 내적 논리를 투사하는 장치가 바로 '서명'이죠. 몇몇의 장면에서 서약과 서명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이유예요. 르 베일 본인임이 강하게 암시되는 일라이저 우드가 하는 일이라곤, 두꺼운 책 앞에 서서 서명을 관리하는 것뿐이었던 이유이기도 해요.

 

이 대목에서 '다른 가문은 죽여선 안되지만 자기 가족은 죽여도 된다'는 규칙이 힘을 얻어요. 상속과 혼인은 모두 부의 이전을 위해 가족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영화 속 악마는 그것을 관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탐욕이 가족의 윤리를 대신해 버린 세계에 대해 시니컬하게 진단하는 영화로서 그 예리함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죠.

 

 

 

 

 

 

# 3.

 

그럼 상속하지도 말고, 결혼하지도 말아야 하는 걸까요. 설마요. 그런 미친 이야기를 할 리가 없고, 따라서 감독은 나름의 답을 제시해야만 해요.

 

그레이스는 페이트를 구하기 위해 결혼에 서약해요. 이때의 결혼은 탐욕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수단이니까 괜찮아요. 타이투스에게 자신과 동생을 해치지 않겠다는 서약을 얻은 후, 결혼은 그 목적을 잃고 댄포스 가문의 일원으로서의 탐욕의 도구로 이동해요. 우르슬라가 찾아오는 장면의 함의죠.

 

우르슬라가 타이투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는 모습을 보며 그레이스는 결심해요. 타이투스를 살해하는 장면은 사실상 이혼의 과격한 과장과 다를 바 없어요. 무슨 전능한 힘 어쩌고 하는 것은 오컬트적인 분위기와 결말을 연출하기 위한 핑계일 뿐, 그 선택의 진짜 함의는 결혼반지를 뺀다는 것. 전작의 결착이기도 했던 알렉스와의 이혼을 끌고 오는 거예요.

 

앤딩에서 저택이 멀쩡하다는 게 중요해요. 전작에서 불타는 저택 앞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그레이스는 미련이 남아있는 인물이었던 건데요. 속편에서는 저택이 멀쩡함에도 그것에 뒤돌아 스스로 걸어 나오는 사람이 된 거예요. 전작과 비슷한 결말이지만, 전작의 그레이스와 본 작의 그레이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거죠. 그레이스는 묶여 있던 염소를 끌고 나와요. 염소는 통상 악마를 상징하는 심벌이잖아요. 염소는 르 베일과 같고, 르 베일이 대변하고 있는 탐욕과도 같아요. 즉, 르 베일에게 끌려다니던 그레이스가 그 잘난 르 베일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 된 것이에요.

 

어차피 탐욕이 없는 인간은 없어요. 모두가 수도자가 되어야 한다 주장한다면 황당한 거예요. 우리는 영원히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핸들링할 수는 있어요. 염소를 끌고 걷는 그레이스 옆으로 더 이상 떨어져 살지 않게 될 페이트는 긴 칼을 꺼내 들어요. 언제고 염소가 그레이스에게 달려들면 그녀는 가차 없이 염소의 목을 겨눠 자신을 지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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