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질 보다 양

# 1.
뒷심이 약하다는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고질병이죠. 제법 호기로운 아이디어가 막강한 자본력에 힘입어 밀고 나가다가 후반부에 지지부진해지며 대충 마무리하는 식인데요. 그러고 보면 일단 앞부분에 힘을 줘서 클릭을 유도하는 게 중요한 건 기사든 음악이든 쇼츠든 공통이긴 한가 봐요. 아, 물론 넷플 오리지널이 다 그렇냐 하면 그렇진 않을 거예요. 나태한 인상 비평이죠.
사실이건 아니건 저 같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 생기는 건 바람직하진 않을 거예요. 불만도 비용이거든요. 넷플릭스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거예요. 물론 정석적으로 뒷심을 키우면 좋죠. 모든 영화를 끝까지 재미있게 만들면 모두가 행복할 거예요. 무지 어려워서 그렇지. 질로 승부를 볼 수 없다면 그냥 양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한 개 테마의 클리셰가 90분을 버터지 못한다면 두 개를 접붙이면 뭐라도 되지 않겠어요.
예고편이랑 시놉을 본 사람이라면 크롤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두 개의 테마가 접붙여져 있다는 면에서 같은 방법론이죠. 최근에 워 머신이라는 영화도 비슷해요. 전쟁영화처럼 가다가 갑자기 외계 괴수물로 장르 믹스를 시도한 영화인데, 그게 제법 잘 먹히고 있는 걸 보면 트렌드 같기도 해요.

# 2.
쓰나미 재난이랑 죠스를 섞었어요. 재난 영화로 전반부를 버티고 뒷심은 크리처물로 받아내려는 거군요. 어차피 질 보다 양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주인공도 늘리면 좋겠죠? 전혀 상관없는 두 개의 이야기가 나오는 데 마지막에 서로 만난다거나 하는 것도 없어요. 그냥 같은 재난만 공유하는 다른 이야기인데 컷을 막 잘라다 교차시켜 놨어요. 이거보다 지루하면 저거 보고, 저거보다 식상하면 다시 이거 보고.
그래서 기준이 딱 하나 있긴 해요. 그림은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할 것. 하나가 외부면 다른 하나는 내부. 하나가 원경이면 다른 하나는 근경. 하나가 협력이면 다른 하나라면 투쟁인 식이죠.
그 어떤 영화라 한들 최소한의 드라마적 기반은 필요하잖아요. 재난 영화에서 뭐 특별한 걸 하긴 힘들고 대부분 가족 드라마 쪽으로 가죠. 밑밥을 깔아 두길래 역시나 했는데요. 의외로 드라마에 힘을 싣진 않아요. 개개인의 동기로만 쓰일 뿐이죠. 의지할 게 형제뿐이니 의기투합해야 되고, 조카 구해야 되니까 가야 되고, 임산부 엄마는 어렵게 낳은 애 지켜야 되고. 가볍게 터치하고 지나가서 감정적으로 육중한 느낌은 아예 없어요. 누가 죽어도 별로 슬프지 않을 정도죠.
시작부터 뜸 들이는 거 없이 쓰나미가 몰아쳐요. 좋게 말하면 익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진부한 재난 액션이 이어지죠. 폭풍치고 쓰나미가 제방 밀고 물 쏟아지고, 길거리에 자동차와 나무가 밀려다니고 그런데 그럭저럭 볼만해요. 재난 영화는 말만 되게 만들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데, 그걸 못하는 영화들이 있었어 칭찬해야 한다는 게 슬프군요.

# 3.
생각보다 상어로 빨리 넘어가는데, 그 상어가 구려요. 물속에서 파닥거리는 상어는 생짜 그래픽이라 완성도가 떨어지고, 수조 위로 삐져나온 지느러미는 모형인 거 같은 데 두 질감이 너무 달라서 이물감이 심해요. 활용도도 심히 떨어져요. 사람 물어뜯는 그림을 만들려면 cg값이 많이 나와서 그런 걸까요. 수면에서 깔짝 거리면서 핏물 뿌리는 게 대부분이고, 나중에 이미 잘려나간 신체만 분장을 통해 보여주는 식으로 연출돼요. 그러니까, 그냥 수중 부비트랩이에요. 죠스 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많이 실망스러울 거예요.
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요. 뜻밖에 장르 전환이 한 번 더 일어나요. 1+1인 줄 알았는데 1+2였던 거죠. B급 크리쳐 호러로의 전환이에요. 갑자기 스포티파이로 음악 틀면서 장난치구요, 점프 컷으로 장난치구요, 전반부 수중분만 드립을 실제 받아내기도 해요. 내내 무서워만 하던 상어를 임산부 엄마가 죽창으로 조지구요, 작살총 구해서 사냥하고, 다이너마이트로 터트려 상어 스시 피티 열더니, 마지막에 백상아리를 끌고 와 하트 오브 더 씨를 찍어요.
호불호 많이 탈 거예요. 해가 뜨면서 확 밝아지는 게 장르 전환의 시그널인데요. 그 시그널이 좀 약해서 설득이 안되거나 준비가 안된 관객들은 좀 개 같았을 거예요. 갑자기 감독이 자기 영화를 던지는 걸로 보일 테니까요. 저는 이 영화의 기획 자체가 장르 전환 놀이구나 하고 본 상황이었어서 그럭저럭 봤어요. 물론, 장르 전환을 받아들인 입장에서도 좀 더 다이내믹하게 전환하거나, 이르게 넘어가거나, 더 도발적이고 창의적이었어야 했다는 생각은 해요.
킬러들의 비행이라고 있어요. 이것도 넷플릭스 킬링 타임 팝콘 무비인데 그것도 항공 재난 스릴러로 가다가 갑자기 B급 액션 코미디로 드라이브를 걸거든요. 그 영화도 잘 만든 영화라고는 차마 말 못 하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조시 하트넷이 뽕맞고 날아가는 장면의 폭발력은 있었거든요. 이 영화는 그것도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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