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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장르는 은혼 _ 은혼, 후쿠다 유이치 감독

그냥_ 2026. 2.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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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조잡한 만화라서 조잡한데... 어찌 조잡하다 생각했느냐 하시면...

 

 

 

 

 

 

 

 

후쿠다 유이치 감독,

『은혼 :: Gintama』입니다.

 

 

 

 

 

# 1.

 

이를테면 진중한 캐릭터 옆에서 심드렁한 캐릭터가 반쯤 감긴 눈으로 코를 후빈다면, 그건 코를 후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루하다'는 기의를 표현하기 위한 기표일 뿐이다. 해당 컷을 실사 영화화 한답시고 다 큰 성년 배우가 코를 후벼 파고 있다면, 관객은 일차원적인 기의뿐 아니라 '무안하다', '지저분하다', '민망하다', '무례하다'를 포함한 복합적 의미로 읽어내게 된다. 동시에 관객도 바보가 아니기에 그 장면에서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기의란 단순히 '지루하다' 하나뿐이란 것도 알고 있다. 일련의 사고 프로세스가 순식간에 주르륵 흐르면 결과적으로 '고작 지루하다는 걸 코파는 식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거야?', 한마디로 '유치하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대부분의 일본식 실사 영화들을 보는 동안 관객이 사지를 베베 꼬는 건, 이 동일한 묘사에 대한 만화와 실사 영화 간 격차가 만드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미칠듯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헤어와 패션 스타일 역시 각기 다른 장르 문법을 성의껏 번역하지 않은 탓이다. 만화는 회화가 아니기에 수많은 인물들이 수만 번 등장함에도 그들의 표정, 이목구비, 피부 톤, 피부 질감 따위를 모두 표현할 수 없다. 만화가의 특정한 그림체가 제공하는, 많아야 네댓 개의 얼굴 표현이 있을 뿐이고 그것을 돌려 쓰게 되다 보니 인물 변별을 위해 헤어와 의상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즉, 헤어가 곧 이목구비고 의상이 곧 표정인 셈. 반면 실사 배우들은 당연하게도 각각 개성적인 마스크를 가지고 있고, 관객은 현실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통해 인물을 변별하지 헤어나 패션에 의존하지 않는다. 과장된 헤어와 패션은 이미 그 기능을 잃었음에도 고스란히 이식되다 보니 캐릭터 하나하나 과개성적인 상태에 노출되며 위화감을 낳는다. 머리통을 두 배 크기로 만드는 억지스러운 가발이라거나, 왁스를 떡칠해야만 만들 수 있을 더벅머리, 장신구를 100개씩 달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코스튬 등 기괴한 묘사의 정체다.

 

 

 

 

 

 

# 2.

 

말투도 마찬가지. 만화 캐릭터들의 개성 강한 말투들은 인물의 음성 지문을 대신하기 위함이다. 만화에는 캐릭터의 목소리 질감이나 억양, 호흡 등과 같은 사소한 버릇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각기 다른 배우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와 억양과 호흡과 리듬이 지문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구태여 특정 말투를 기계적으로 이식받아 반복하게 되면 자꾸만 나를 봐 달라 호들갑 떠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 어색함이 도드라질 수밖에.

 

만화가 실사에 비해 자유롭다는 건 옛말이다. 현대 CGI로 구현하지 못할 상상은 거의 없다. 물론 만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작비가 왕창 깨지긴 하겠지만. 문제는 질감. 만화에서 '그림체'는 단순히 표현의 양식뿐 아니라 그 자체로 물리 법칙, 어쩌면 그 이상의 역할을 겸한다. 가령 전지전능한 그림체는 사물의 질감을 일원화시키기에 만화가가 각기 다른 위계의 무언가 이를테면 인간과 요괴와 자연과 사물을 같은 그림체로 그린다면 독자는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 반면 실사 영화에는 그런 '그림체'의 역할을 대신해 줄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 옆에 데포르마시옹 된 캐릭터가 앉아 있어도 만화에선 위화감이 없겠지만 실사에선 어색함을 피하기 힘들다. CG에 의존하면 허우적거리는 티가 너무 나고, 인형탈을 씌우면 그것대로 꼬마아이 구현동화를 보는 것처럼 조잡해 보인다.

 

후쿠다 유이치의 실사 역시 앞서 줄줄 늘어놓은 일본식 실사 영화의 난점들을 단 하나도, 정말이지 하나도 빗겨 나지 않는다. 앞서 예시로 든 것들은, 과장되게 주먹질하는 장면이나 긴토키가 코파는 장면, 우스꽝스러운 헤어와 유난스러운 의상, 무한 반복되는 카구라의 말투, 엘리자베스의 인형탈과 사다하루의 CGI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고, 덕분에 실제 영화 감상은 미친 듯이 조잡하다.

 

 

 

 

 

 

# 3.

 

문제는 이 조잡한 영화의 제목이 '은혼'이라는 것. 원래부터 조잡한 만화라서 조잡한데... 어찌 조잡하다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은혼 맛이 나서 조잡하다 생각한 것이 온데...라고 밖엔 달리 할 말이 없고, 그래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은혼의 재미'가 있냐 없냐라는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인 질문에 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대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필자의 대답은 '있음'이다. 온갖 캐릭터들이 난사하는 개소리 개그씬이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세배 빨리 움직이는 로봇 파일럿, 바람계곡을 벗어나서도 운용이 가능하게끔 마개조 된 탈 것이나, 어쩌면 고무인간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뭇거뭇한 멜론, 아카데미 연기상을 노릴 법한 드래곤볼 낭독회라거나, 혼자 한국어와 아랍어를 집어넣어 컴퓨터로 대충 만든 오프닝, 대부분의 원작 기반 영화들이 겪는 일부 원작 팬들의 원리주의 지랄병을 미리 짚고 가는 것 따위의 은혼의 재미를 고스란히 이식하려 애썼고, 덕분에 그 재미는 충분히 유효하다. 되려 서사의 기반으로 동원된 시리어스 메인 플롯이 단점으로 느껴질 지경. 검 만드는 장인의 죽음부터 외눈박이 친구와의 나루토/사스케 놀이로 이어지는 부분까지 근 20분은 지루한 점프식 소년만화로 추락해 버리기에 은혼이라는 핑계로도 변호가 되진 않는다. 물론 어쨌든 영화 제작은 큰돈이 들어가는 현실이니까 최소한의 구색을 위한 이야기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게 굳이 은혼을 영화로 볼 사람들에게까지 범용적으로 설득이 될지는 몰?루.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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