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하정우가 또 ㅈ같은 새끼를 데려왔네.

하정우 감독,
『윗집 사람들 :: The People Upstaris』입니다.
# 1.
관람 직후의 감상이다. 좁은 골목길, 서로 어깨가 부딪히지 않으려 한발짝 비켜나는 사회에서 내가 습관처럼 물러서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구~ 고맙습니다~' 스트레칭 하는 꼬라지를 바라보는 당혹감. 억울하고 분하지만 지적 하자니 너무 짜쳐서 티를 낼 수도 없는 나를 음흉하게 입꼬리 들썩이며 관찰하는 느낌적인 느낌. 보통은 절대 하지 않을 법한 에티켓과 위선의 경계에 뻔뻔하게 발가락을 담근 다음,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감각. 이를테면 커여운 김향기를 김냄새라 부른 뒤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을 군내날 것 같은 콧수염 쓰다듬으며 지켜보는 감성이랄까. 문제는 그 의뭉스러움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무릇 아무짝에 쓸모 없는 예술이란 굳이 하지 않을 법한 짓거리를 굳이 하는 데에서 의미를 얻어야만 하는 것일 테니까.
이 ㅈ같은 콧수염 놈을 기어이 스스로 연기해 아랫집 유부녀 침대 위에서 허리를 들썩여야 직성이 풀리는 하정우다. 우아한 이하늬의 입에서 항문섹스라는 단어를 내뱉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하정우다. 특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오르가즘이 걱정스러운 여자로 언제나 사랑스러운 안소희와, 그의 파트너로 노안이 너무한 현봉식을 데려다 붙여 놓은 것은 주책덩어리 아저씨의 짓궂음 그 자체. 물론 일련의 멈블코어 코미디, 이를테면 더 파티나 대학살의 신 같은 영화들이 스릴러와 몸개그 일변도의 한국 영화 시장에서 특히 희소한 탓에 더욱 귀하게 받아들이는 걸 수도 있겠다. 서로의 윤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선이 까발려지는 걸 극도로 방어하는 한국 사회에서 교양의 민낯을 클랜징하는 영화이기에 더더욱 반가운 걸 수도 있겠다.

# 2.
비슷한 영화들이 으레 그러하듯 플롯 자체가 알아서 에스컬레이트되기에, 그 자연발생적인 긴박감에 억지로 거스르지만 않아도 재미는 일정하게 보장된다. 시나리오로 승부를 보는 영화답게 특유의 말맛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고, 그 정도의 능청스러움을 일정한 수다로 양산하는 능력은 감독 하정우가 충분히 증명해온 영역이다. 공효진의 겨드랑이 털이 어그로를 다 빨아먹었던 러브픽션의 배우개그나, 유난히 코가 웅장한 명배우 아빠 디스를 포함한 대사들도 즐거운데, 그걸 소화하는 네 배우의 영량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지다. 민망한데 억지로 하는 건지, 아니면 이 오랄 액션 영화의 촬영 과정에서 배우들 역시 묘한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으로 받아들인다 한들 이 상황 전체를 관음하는 관객에겐 음흉하게 즐겁다.
문제는 수습. 위선과 교양을 해체해 파열시킨 상황을 어떻게 재정의해 되돌려 놓을 것이냐는 것인데, 가장 진부한 방법으로 흘러가버린 것은 결말부 전체를 시시하게 만든다. 도입에서 각방 생활 중인 리스 부부로 두 사람을 소개한 순간, 화해해 합방하며 새로운 부부생활의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라는 건 너무나 손쉬운 예측인 데, 전반부 폭주에 힘입어 일말의 기대를 가지게 해놓고 결국 그럼 그렇지 실망하게 되는 결말이라 유쾌할 수 없다. 막말로 주인공 부부가 내면의 변태 성욕을 발견해 SM 파티에 합류하는 것만도 못하달까.

# 3.
작품의 제목은 두층사람들이 아닌 윗집사람들이고, 말인즉 나와 나의 위층이 피아로 구분된다는 뜻이다. 실제 영화는 김동욱과 공효진만 사람이고, 나머지 둘은 서사적 측면에서는 재난, 장르적 측면에서는 광대로 쓰이는 것이 전부라, 네 캐릭터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해 앙상하다. 이야기의 짐을 모조리 공효진에게 짬처리해버린 것도 지나치게 단순한 어프로치. 중간중간 집을 나서려는 위층 부부를 계속 붙잡아야 하는 감독의 필요가 있고 그것을 정아 혼자 짊어지다보니, 이 인물은 유튜버 광팬이면서 창가에서 홀딱 벗는 노출증 환자이면서 그룹 섹스에 흥미를 가지다 금새 평범한 부부로 돌아오는 해괴한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적당히 위층 부부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그래도 자신의 바닥을 직시하며 성찰하는 데 성공한 남편과 비교하면 더욱 기괴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련의 이물감이 영화를 좌초시킬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과, 그 부족분은 배우들이 넉넉하게 채워준다는 점. 김동욱은 열등감에 찌든 엘리트 특유의 리드미컬한 비아냥과 억눌린 폭력성 따위로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고, 공효진은 관계가 고픈 리스 부부라기엔 지나치게 사랑스럽다는 것만 제외하면 정확히 120도로 벌어져 각기 세 방향에서 끌어당기는 사람들의 리액션을 잘 받아내고 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미친 인간은 하정우가 아니라 이하늬다. 김선생이 그냥 나오는대로 내뱉고 보는 본능 덩어리라면 수경이야말로 확신범. 자기확신에 충전된 사람의 은은한 광기와 흥분감을 과하지 않게 연기하는 모습은, 대체 이런 캐릭터는 이하늬가 아니면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롤러코스터부터 허삼관, 로비, 윗층사람들까지. 점점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고 그 완성도는 이제 완숙미까지 느껴진다는 인상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젠 그 너머가 필요해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요구다. 아조씨 취향은 이만하면 됐으니까. 이젠 발전을 기대해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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