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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다각적인 대조 _ 워페어, 알렉스 가랜드 / 레이 멘도자 감독

그냥_ 2026. 1.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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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고통스러운 권태. 인식이 부재한 규율. 데이터화된 인간. 그들이 없는 우리.

 

 

 

 

 

 

 

 

알렉스 가랜드 / 레이 멘도자 감독,

『워페어 :: Warfare』입니다.

 

 

 

 

 

# 1.

 

영화는 두 번의 대조로 소개된다. 화면 속 에어로빅 하는 여성들과 옹기종기 모여 열광하는 군인들, 소란스러운 베이스캠프와 어두운 밤 고요한 군사 작전이다. 연이은 대조는 이 작품이 각기 다른 무언가에 대한 영화가 아닌, 대조된 모습의 괴리감 그 자체에 천착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유난히 미니멀한 알렉스 가랜드의 전쟁 영화란 대조에 관한 것이며, 워페어를 본다는 것은 곧 무엇과 무엇이 대조되어 있는가, 그 대조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탐구하는 것이다.

 

초반 30여분은 전투 장면 하나 없이 건조하게 흘러간다. 민간인 가옥 2층에 네스트를 차린 대원들은 가벼운 장난으로 시시덕거리거나, 특정 연령대 남성의 동향을 보고하는 등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 할리우드 전쟁 영화들이 애용해 온 영웅주의적 카타르시스와 달리 실제 전쟁은 '지루한 긴장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교전을 포함한 95분의 런타임을 실시간으로 전개하는 것 역시 전통적인 전쟁 영화의 3막 구조와 강하게 대비되는 장치다. 지루한 긴장감, 심지어 '고통스러운 권태'는 짐짓 모순적이지만 분명 실존하는 것으로 영화가 경험한 전쟁의 부조리다. 이후 폭발과 혼돈으로 야기된 대원들의 폐쇄 공포와 방향감 상실은 이 권태가 얼마나 유의미하고 고통스러운가 후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2.

 

내러티브에는 거시 작전이나 정치 대의가 끼어들 틈이 없다. 대원들은 왜 그 집을 점거해야 하는지, 왜 그 시장을 감시해야 하는지 모르고, 이는 전황을 내려다보는 데 익숙한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무전기 소음에 얹은 명령만이 존재하는 답답한 환경은 전장의 안개를 서사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명확한 행동 규율'과 '상황 인식의 부재'라는 대조적 개념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야말로 직시한 전쟁인 셈이다. 전투 역시 명확한 인과나 영웅적 결단보다는 우연한 불운과 우발적인 실수에 의해 좌우된다. 엘리트 스나이퍼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미숙한 후임이 적을 놓친다거나, 부상병 구출을 위한 장갑차가 비용 절감 논리 등으로 지연되는 전개는 개인의 내러티브가 시스템의 무관심 속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보여준다.

 

내러티브가 부재한 상황이기에 캐릭터 구축 역시 거부될 수밖에 없다. 인물들에게는 흔한 백스토리, 이를테면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나 연인의 사진, 복무를 끝낸 후 미래 계획은커녕, 이 교전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적 고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윌 폴터, 조셉 퀸, 찰스 멜튼, 코스모 자비스, 디파로 운아타이 등 화려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영웅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직책과 부호로 판별되는 전문가 집단만이 있을 뿐이다. 대원들은 동료의 사지가 찢겨 나갈 때조차 감정적으로 통곡하는 대신 기계적으로 지혈대를 묶고 무전을 친다. 감정이 메마른 것은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이 인지 기능을 마비시킨 것이고, 때문에 관객은 이들에게 감정적으로 유착 내지 의존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그들의 수행 중인 일(Job)의 끔찍함에 억지로 참여당할 따름이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랜드의 영화는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말을 비틀어 마치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의미를 분해한다 주장하는 듯도 하다. 관객은 대원들의 땀방울 하나하나, 찢어진 살점 하나하나를 목격할 정도로 가까이 있지만, 정작 이 전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통찰은 그 가까움으로 인해 철저히 가로막힌다.

 

 

 

 

 

 

# 3.

 

반복적으로 인서트 되는 열화상 카메라는 전장에 이입하려는 관객을 다시 한번 소외시킨다. 흑백의 대조 속에서 생명은 적외선을 방출하는 픽셀 덩어리로 추락하고, 이는 처절한 혈투와 끊임없이 대조를 이룬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지휘부에게 대원의 생사는 데이터 변화에 불과하겠지만, 지상에서는 단 한 명의 부상자가 토해내는 비명이 공간 전체를 압도한다는 현실이다. 과정에서 감독은 인물들의 얼굴을 집요하게 따라가기보다 그들이 처한 환경과 신체 반응에 집중하는데, 작품을 통해 관객이 이입해야 할 것은 전장의 누군가가 아닌 전장의 부조리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 배경은 군사 목적으로 무단 점거된 이라크 가정집이다. 평범한 가정은 모래주머니와 관측장비로 가득 차고, 침대 매트리스는 위태롭게 세워져 저격수를 떠받치는 동안 죄 없는 이라크인 가족은 골방에 격리된다. 감독은 좁은 복도와 부서진 벽 사이를 오가는 카메라워크를 통해, 이곳이 공격하는 공간이자 공격당하는 공간이며, 최후의 보루이자 붕괴 직전의 함정임을 대조적으로 전시한다.

 

짧은 오프닝을 제외하면 내내 현장의 소음만이 극대화되어 있다. 옷깃 스치는 소리, 무전기의 노이즈, 멀리 개 짖는 소리 따위는 청각적 민감도를 점층적으로 예열하는 장치들이다. 급작스러운 수류탄 폭발로 시작된 총격전은 어떤 면에선 온몸이 떨리는 듯한 신체적인 압박감으로 전달된다. 총기마다 각기 다른 발사음, 벽에 박히는 탄환의 금속성 파열,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부상 대원의 비명은 소름 끼치고, 무수히 적층 된 소리의 레이어는 상황의 방향감을 잃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물론 재현뿐만은 아니다. 심리 상태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믹싱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의 '시점'이 아닌 '청점'과 동기화되게 한다. 가령 폭발의 여파로 뇌진탕을 겪는 순간 주변 소리는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먹먹하게 변해 고주파의 이명을 느끼게 만드는 식이다.

 

 

 

 

 

 

# 4.

 

다만 이 모든 과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제법 나약하다. 카메라의 초점은 철저히 미군 대원에만 고정되어 있고, 영화 속 이라크, 특히 집을 빼앗긴 이라크인 가족은 배경으로서만 소비될 따름이다. 그들은 그 어떤 목소리도 갖지 못하며 오직 대원들의 인간성을 확인하는 몇몇의 소품으로만 기능한다. 전쟁의 참혹함을 '미군의 고통'과 '이라크인의 고통'이 아닌 '미군의 고통'과 '미군의 죄책감'으로 재구성한다는 면에서 식민주의적인 어프로치라는 비판 앞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특히 이 재현을 위해 공간을 재방문하는 일련의 제작 과정 일체가 우리(미군)의 고통을 위해 그들(이라크인)의 공간을 도구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 앞에 초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항변할 수는 있다. 이 위선 전체가 우리의 한계이자, 피아를 폭력적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 전쟁의 속성이라고 말이다. 최선을 다한 영화조차 괴리된 두 측면을 온전히 결합한 것이 아닌 단편적인 것이며, 제 아무리 충실히 전쟁을 재현한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실제 전쟁은 원론적으로 완벽히 재현할 수 없는 불완전성을 내포한다고 말이다. 또한 그럼에도 미군의 사정과 대조되는 이라크 민간인에 대해서도 나름 배려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사, 세 번의 왜(Why!)를 이라크 가족에게 준 것이 그 증거라 변호할 수도 있겠다. 받아들이고 말고는 관객의 몫이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Netflix, Tving, WatchaPlay, CoupangPlay, Appletv,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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