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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괜찮을 거예요 _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남소현 감독

그냥_ 2026. 1.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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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그래도 괜찮을 거예요. 우리 여기 살면서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겹게 연습했잖아요.

 

 

 

 

 

 

 

 

남소현 감독,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 Those who leave buy flowers』입니다.

 

 

 

 

 

# 1.

 

은하는 떠나는 사람이다. 베를린이란 도시를 떠나고, 7년이란 시간을 떠난다. 이젠 단짝이 되어버린 룸메이트, 그 자식과의 연애와 이별, 돌이켜보면 민망한 시행착오, 하릴없이 누워있었던 다리 기둥과,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장소, 이 모든 것이 익숙해질 수 있게 해 준 긴 시간까지 모조리 나서게 된 그녀가 떠난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이다. 떠나왔던 이유도, 떠나기 전의 생활도, 떠나게 된 이유도, 떠나고 난 이후도 알 수 없으니 중요하지 않다. 갑작스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만 같아져 버린 은하는 단지 의미가 고프다. 이 출국을 끝으로 마치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만 같았을 테니까.

 

그래서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그녀의 작별 인사는 사라지고 싶지 않은 투정으로 가득하다. 티셔츠, 망원경, 쿠쿠 밥솥. 손수 입고, 손수 보고, 손수 먹었던 것들.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 추억의 물건을 건네는 것으로 자신이 이곳에 살았음을, 그 시간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최소한 헛되지 않은 것임을 확인받으려 하지만 녹록지 않다. 내 오래전을 기억할 친구는 금세 새로운 룸메이트를 얻어 나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표정을 짓는다. 친구와 바람난 그 자식은 일말의 다정함을 기대한 내가 처량할 정도로 매몰차다. 하지만 가장 짜증스러운 건 내가 사라지고 없을 베를린에서 내일을 꿈꾸고 있는 윤정이다. 그런데 이들의 환송을 받으며 내 소원을 불태우라니. 까고 있네.

 

 

 

 

 

 

# 2.

 

은하는 베를린 사람이지만 베를린 사람이 아니고, 서울 사람이지만 서울 사람이 아니다. 해묵은 과거를 기다려 만나지만 끝내 화해할 수 없고, 다가올 미래의 전화에도 걱정하지 말라 말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물건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새로운 의미들로 금세 덧칠될 것이다. 사람은 내 눈을 벗어나는 순간 새로운 기억들로 금세 지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은하의 7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의 지나간 삶은 어디에 있는 걸까.

 

공간도 사람도 시간도 사물도. 그 무엇도 내 살아온 시간을 보관하지 못할 것이기에, 다리 기둥에 기대 누은 은하는 수많은 것들에 나눠 맡겨뒀다 믿었던 인생의 의미를 한 장 한 장 시집을 넘기듯 되뇐다. 결국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없었던 은하는 놓는다. 움켜쥐었던 망원경을 놓고, 쿠쿠 밥솥을 놓고, 캐리어 가방에서 쏟아낸 잡동사니를 놓고, 마침내 비밀스러운 공간과 그곳에서의 추억마저 놓은 그녀는 꽃을 산다. 삶은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다. 피고 지어버린 꽃, 그렇게 쓸쓸한 것이기에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괜찮다. 그립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베를린에 처음 왔을 때 서울을 그리워했던 것처럼 그리운 마음은 지겹게 연습했으니까. 꽃 피웠던 삶은 졌고 어느새 그 향기조차 덧없이 사라지겠지만, 또 다른 꽃이 필 테니까. 그 꽃을 사고 쥐고 보고 맡을 쓸쓸한 내 삶은 그렇게 이어질 테니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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