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Mystery & Thriller

두 번째 맥거핀 _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라이언 존슨 감독

그냥_ 2025. 12. 22. 06:30
반응형

 

 

# 0.

 

탐정을 맥거핀으로 써먹는 추리물이 있다?!

 

 

 

 

 

 

 

 

라이언 존슨 감독,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 Wake Up Dead Man』입니다.

 

 

 

 

 

# 1.

 

(당연하게도) 추리극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기에, 대척점으로 애먼 종교의 머리채를 잡는 경우가 더러 있다. 비이성적이고 광신적인 교단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탐정의 대결. 이라는 식인데, 라이언 존슨의 신작은 추리극의 플랫폼 위로 종교의 역할을 탐구한다는 면에서 의외성이 있다. 핵심 사건은 네 개의 종교적 죽음으로 요약되고, 두 명은 죄악의 죽음, 다른 두 명은 회개의 죽음으로 다시 구분된다. 몬시뇰 윅스와 의사 냇은 유황이 끓는 지옥에서 최후를 맞이한 반면, 신도 마사와 정원사 샘슨은 각각 사제와 연인의 품에서 영면에 들었으니, 그들이 천국에 닿았으리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맥거핀 이브의 사과도 마찬가지다. 창세기에서 이름을 빌려온 영롱한 보석은, 결국 나무로 조각된 그리스도상 안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선악과가 에덴으로 돌아갔다는 암시와 다르지 않으니 이쯤 되면 추리물은커녕 종교 영화라 분류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처럼 아브라함계 종교의 모티브를 적극 차용하고 있지만 굳이 기독교에 한정하진 않는다. 각기 다른 사정과 불안을 가진 신도들이다. 감독은 개성적인 조연들을 통해 종교 영화가 아닌 종교 '가치'에 대한 영화로의 보편성을 꾀하고 있고, 이는 당대 미국 사회의 이슈를 날카롭게 지목해 온 시리즈의 블랙코미디적 전통을 성실하게 계승한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유튜브, 사제를 테러하는 페이스북, 출판회에 줄지어 선 레드넥. 이들은 '반종교적'이라 할 수는 없으나 '반종교가치적'인 것임에는 분명하기에, 현대 사회의 종교란 세계에 대한 진술 대신 인간이 지켜야 할 규범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영역이 있음을 주창하는 셈이다.

 

또한 종교 영화가 아닌 가치에 대한 영화이기에 종교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통렬할 수 있다. 당장 이 모든 사단이 종교의 타락에서부터 기인했다는 것은 더없이 좋은 증거다. 주먹을 부르는 밉상 사제와, 말 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제와, 그런 사제가 얻어맞은 것에 통쾌해하는 못난 사제들로 이루어진 한심한 교단이다. 특정한 교회와 신도가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고, 심지어 그곳을 정치적 유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현대 종교의 타락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 2.

 

종교의 민낯을 발가벗긴 끝에 가치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면, 제목에서 지목하고 있는 '다시 일어난 데드맨'은 종교 가치 그 자체일 것이다. 윅스 대신 무덤을 걸어 나온 샘슨이다. 그는 감독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종교인을 의인화한 것과 같다. 부끄러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반성하고 회개한 사람, 값비싼 보석을 손에 들고서도 현혹되기보다 사랑을 먼저 생각한 사람. 다른 무엇보다 나무관을 만든 '목수'라는 설정은 노골적인 암시이기도 하고 말이다. 반면 사제 주드는 현대 종교의 방황을 대신한다.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신을 저버리고, 분노에 눈멀어 손쉽게 폭행하며, 이단에게 충동적인 저항감을 보이는 그의 방황은 기독교의 행보를 축약한 것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 윅스는 아니다, 윅스가 되는 것은 방지하고 있다 자평하며 안주하는 종교를 향해 당신들은 주드처럼 미숙하고 폭력적이며 성급한 존재들이라는 단호한 진단이다.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점은 결국 올바른 종교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길을 찾아 스스로 고행에 나서고, 두려운 윅스의 얼굴을 마주하고, 각자의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방어와 폭력 대신 사랑과 포용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온갖 장르적 유희 끝에 당연하다는 듯 선량한 메시지로 돌아온다는 면에서 과연 라이언 존슨다운 영화다.

 

 

 

 

 

 

# 3.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의 주인공, 브누아 블랑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작중 추리는 종교와 대결하긴커녕 사건을 뒤따르며 구술하는 화자에 가깝거니와, 때론 이단과 대립하는 동안 올바른 신성 추구를 위한 논리를 공급하기 위한 수단처럼 보일 정도다. 스스로 후더닛 게임이 아니라 말하는 둥 의뭉스러운 떡밥을 계속 던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다른 무엇보다 사건에 연루된 악인 모두 죗값을 영혼(죽음)으로 치를 뿐 법정에 서지 않았다는 것은 더없이 좋은 증거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값비싼 보석뿐 아니라, 브누아 블랑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맥거핀이고, 그 점, 추리 영화에서 탐정을 맥거핀으로 쓰겠다는 것이야 말로 웨이크 업 데드 맨의 가장 비장한 야심이라 하겠다. 이를 의식하며 마사의 클라이맥스를 다시 보면 기분이 묘하다. 열연하는 글렌 클로즈의 곁에서 톡톡 끼어들며 깐족대는 대니얼 크레이그의 모습이, 마치 블랑의 활약을 기대한 관객을 놀리는 라이언 존슨의 장난기처럼 느껴진달까. 물론 그럼에도 블랑이 완전히 소외된 것은 아니다. 두터운 기독교적 상징과 은유 속에서 블랑은 신앙심의 갑옷 안에 숨겨진 가치를 논평하는 무신론자적 시선을 성실히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직전 추리극의 탐정 블랑은 맥거핀과 다를 바 없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영화로서의 블랑은 명백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기에 지나치게 보조적인 캐릭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정당하지 않다.

 

결국 추리를 어둠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역설적인 추리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성과 논리가 박애와 성찰에 반드시 우선하는가. 밝혀내고 찾아내고 공개하는 것이 다른 모든 가치를 대신할만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작게는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것을 넘어 합리성을 신봉하며 철학을 등한시하는 현대인의 지적 오만을 회의하는 것이다.

 

 

 

 

 

 

# 4.

 

내면, 특히 스스로에 대한 진실성에 관한 영화라는 면에서, 거의 한 시간에 달하는 전반부를 신용할 수 없는 화자의 플래시백에 투자한 플롯은 대단한 스토리텔링적 야심이라 하겠다. 기능적으로도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런타임을 윅스 살인 사건의 전말과 되살아난 시체의 트릭으로 밀고 가는 것은 다소 힘에 부칠 수도 있는 데, 그걸 1부의 서술 트릭으로 돌파한 것은 과연 영리하다. 코미디는 지나치게 교조적일 수도 있었을 서사의 균형을 잡아낸 핵심적인 요소다. 특히 (그리 어려운 영어는 아니니) 대사에 집중해서 본다면 기대보다 큰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복수는 나의 것 드립이나, 굳이 청개구리처럼 스타워즈 팬을 한번 긁고 지나가는 대목 따위다.

 

물론 지금까지 말한 종교 가치에 대한 영화라는 둥, 탐정이 맥거핀이라는 둥 하는 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설령 그것이 라이언 존슨의 의도와 같다 하더라도 지 생각일 뿐이다. 어쨌든 영화는 추리극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기에 보편의 관객은 추리극을 기대하며 즐겼을 것이므로 그 점에서 평가받는 것은 겸허히 감수함이 옳다.

 

전반적으로 정통 후더닛을 기대한 사람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다. 신도들은 상실한 삶의 의미를 회복한 사람으로서는 설득되지만 용의자로서는 전혀 역할하지 못하는 병풍일 뿐이다. 블랑은 종교 가치를 논평하는 무신론자로써는 기능하지만 탐정으로서는 손쉽게 전지적 존재로 묘사되거나 지나치게 우연에 기댄다. 전개는 복잡할지언정 내막은 단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종 빌런 마사의 행각은 지나치게 번거롭고 조잡하다. 추리의 측면에서도 가장 광신적인 마사가 최종 흑막이라 추측하는 건 너무 쉽다. 비슷한 경우 모두가 범인이거나 의사가 공범이기 마련인데 변호사 베라가 담배 피우며 사건에서 이탈하는 시점에서 의사와 마사의 공모라는 게 들통난다는 것도 너무 뻔하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Netflix, Tving, WatchaPlay, CoupangPlay, Appletv,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 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