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한예리다.

강미자 감독,
『봄밤 :: Spring Night』입니다.
# 1.
국어교사였던 영경과 철공소를 운영하던 수환. 각자의 첫 결혼을 실패한 뒤, 알코올과 병으로 모든 것을 잃고 죽음과 마주한 시간을 지낸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어느새 서로의 상처를 응시하며 그저 함께할 뿐이다. 마침내 슬픔이 우리를 건질 것이니 눈물이여 흐르라. 상처의 끝에서 외는 두 사람의 사랑이 밤과 함께 흘러간다.
김수영의 동명 시 봄밤을 모티브로 함에도 시인의 생애나 4.19와의 연관성은 옅다. 희망적인 봄과 절망적인 밤이 접붙여진 아이러니에 취해, 시구 하나하나의 처절한 감상을 정직하게 곱씹어 외워나갈 따름이다. '애타는 마음'과 '무거운 몸'이 교차하는 허무한 공간, '피곤한 마음'과 '서두는 몸'이 유리되어 퇴행하는 시간에 갇혀 간절히 절제를 비는 이의 무수한 상념. 서로가 서로의 봄(구원)과 밤(죽음)을 구체화하고 있는 존재들 간에 지독하게 침잠하는 사랑, 그래 사랑이다. 혹여나 따스한 봄이 오실까 하릴없이 밤길을 헤매는 여인. 쓰러지지 않고 고꾸라지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멈춰 서지 않고 너무 늦지 않고 헤어지지 않으려 애씀에도, 여지없이 쓰러지고 고꾸라지고 상처받고 멈춰 서며 늦어버린 끝에 헤어지고 마는 영경의 내면과 치성하듯 조우하는 것이다.
그러함으로 김수영과 강미자와 김설진이 공들이고 비워내고 받아낸 자리에서 피어난 한예리다. 그의 등에 기대 눌러 담아 무한히 응축되는 시의 구절은 마치 고개 숙여 되뇌는 기도문처럼 들리고, 움직임은 특별히 운율감에 기대지 않음에도 이미 누군가에게 바치는 살풀이와 같아 보인다. 황홀한 영화적 경험. 한껏 다가선 카메라를 장악하는 폭발적인 표정과, 초라하게 움츠러들어 하나 되길 빌 듯 뒤섞인 포옹과, 저 멀리 각자의 이유로 쓰러져 허우적거리는 모습과, 스스로 채우고 비우길 반복하는 술잔과, 갈지자 그리는 병원에서의 걸음뿐 아니라, 평범한 전화 통화 장면에서의 실루엣, 심지어 칠흑같이 어두운 밤 흰 꽃이 만개한 나무를 올려다보는 뒷모습조차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시이고, 손끝마다 발끝마다 간절한 춤이며, 그래서 그녀 스스로 영화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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