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세상사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

야마구치 준타 감독,
『2분마다 타임루프 :: リバー、流れないでよ』입니다.
# 1.
수많은 사람들이 타임루프를 상상하고 즐기는 건 무수한 시행착오의 비용을 무상으로 처리해 주는 편리함과 자유로움을 막연하게 갈망하기 때문이다. 1초, 1초 쫓기듯 사는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껏 폭식할 수도, 밀린 잠을 몰아 잘 수도, 거침없는 일탈을 저지를 수도, 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상상. 그런 의미에서 2분은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짧다. 세상에 2분이라니. 루프가 시작되는 곳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시간이 쓰일 텐데 대체 뭘 하란 말이야.
어차피 이 소소한 군상극을 보러 온 관객들 중에 '타임루프'가 핵심이라 생각할 바보는 없다. '2분마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건 손쉽게 추측할 수 있고, 뭇 관객들은 그것을 더없이 하찮은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그 2분이 생각만큼 하찮지 않다 말하는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2분짜리 루프에서 이렇게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하듯 흘러간다는 뜻이다. 실제 영화 속 인물들은 고작 2분짜리 루프 속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고, 멱살 잡고 다투기도 하며, 발코니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새로운 직업적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고, 묵은 고민을 정리해 이후의 삶을 계획할 수도 있으며, 최애의 콘서트 티켓을 구할 수도 있고, 심지어 미래인의 고장 난 타임머신을 고칠 수도 있다.

# 2.
따라서 영화의 재미는 객관적으로 짧은 시간(Chronos)과 그것을 긴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주관적 인식(Kairos)의 불일치다. 감독은 이 2분이라는 친숙한 시간감에서 시작된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가치의 역전을 시간, 공간, 인생 등 다방면에서 확장시킨다. 이를테면 세상과 동떨어진 듯 단조로운 마을 키부네는 루프로 말미암아 훨씬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조명된다. 권태로운 마음으로 매일같이 내려다보던 강은, 이쪽에서 걸을 때 다르고, 건너편에서 걸을 때 다르며, (평소엔 기모노가 젖을까 생각조차 못했지만) 직접 물속을 첨벙일 때 또 다르다. 익숙한 료칸 후지야는 좁고 긴 복도와 온천과 주방과 숨겨진 접객실과 정문과 후문과 발코니가 이리저리 뒤엉킨 어드벤처적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그 역동성은 마을사람들과의 추격전에서 극대화된다.
등장인물 역시 모두 묘하게 하찮다. 오해하지 않아야 할 것은 그들의 직업이나 사정을 낮잡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가 이들을 묘사하는 방식, 이를테면 줄어들지 않는 죽을 하염없이 먹는 모습이라거나, 발가벗고 욕실을 뛰쳐나온 손님의 행색, 술병이 데워지지 않는 것에 좌절하는 직원의 표정 등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진지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언제나 침착해 보였던 사장님은 사실 그녀만의 고충이 있었고, 실없어 보였던 주방직원은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었으며, 유능하게만 보였던 매니저는 보통의 아버지였음을 알게 되고, 이는 숱한 동료 직원들과 고작 하룻밤 거쳐갈 제각각의 손님들 모두 마찬가지다.

# 3.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미코토다.1 메인 스토리는 그녀와 그녀의 연인 타쿠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이지만 타쿠에게는 프랑스 요리 셰프라는 꿈이 있고, 그래서 프랑스 유학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상황. 미코토는 프랑스라는 정량적으로 먼 공간과 어쩌면 1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를 정량적으로 긴 시간에 압박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하지만 일련의 소동 끝에 미코토는 2분이란 짧은 시간이 마음먹기 따라 충분히 긴 시간이 될 수 있듯 역으로 10년이라는 시간과 프랑스라는 공간 역시 마음먹기 따라 충분히 가까운 것이 될 수 있음을 배운다. 프랑스는 달에 비하면 멀지 않은 것처럼. 타쿠의 유학이 언젠가 북적이게 될 키부네의 미래에 비하면 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촬영이다. 감독은 루프를 모조리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어 원테이크로 촬영하고 있다. 관객은 루프로서의 2분은 지나치게 짧지만, 영화 문법으로서의 2분짜리 롱테이크는 매우 길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고, 이는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가치의 불일치를 직접 감각하는 것과 같다. 또한 영화의 군상극을 충분히 즐긴 사람들에겐 2분짜리 루프가 차곡차곡 누적된 영화의 86분은 짧다 느낄 것이다. 짧다 생각했던 2분은 길지만 그것이 무려 43개나 모여 만들어진 86분은 짧다 느끼는 아이러니. 결국 시간이 길고 짧은 것도, 공간이 멀고 가까운 것도 모두 마음먹기 나름이라면, 설령 관객의 현실엔 루프가 없을지언정 매 순간 타임머신을 탄 것과 다르지 않기에 우리 모두 이미 루프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Netflix, Tving, WatchaPlay, CoupangPlay, Appletv,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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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프가 시작되는 순간마다 끔뻑이는 후지타니 리코의 표정만 봐도 즐거울 정도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