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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버리기 경쟁 _ 피지컬 아시아

그냥_ 2025. 11.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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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어느 팀이 가장 효율적으로 여자를 버릴 것인가

 

 

 

 

 

 

 

 

넷플릭스 버라이어티 시리즈,

『피지컬 아시아 :: Physical Asia』입니다.

 

 

 

 

 

# 1.

 

출연도 좋다. 다소 동남아시아권에 편중된 감은 있지만, 그래도 각기 다른 8개국 참가자 모두 매력적이다. 아모띠를 비롯해 전작에서 훌륭한 활약을 선보인 이들을 다시 섭외해 세계관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씨름선수 김민재나 크로스핏 최승연 같은 뉴페이스가 더해줄 신선함도 놓치지 않았다. 파퀴아오나 휘태커 같은 글로벌 스포츠 스타는 물론, 몽골 전통 씨름의 어르헝바야르, 터키 오일 레슬링의 레젭 카라 등 전통 스포츠 강자를 섭외, 단순히 범세계적 운동인 크루를 넘어 문화 교류의 정체성을 더한 것도 썩 영리하다. 곡예사 라그바오치르와 파쿠르 선수 돔 토마토, 스트롱맨 에디 윌리엄스와 레이 퀘루빈 등 이질적인 이력의 출연자가 적재적소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걸 지켜보는 것 역시 충분히 즐거운 요소다.

 

연출도 좋다. 모티브는 근정전이라 알려진다. 오래전 외국 사신을 맞이했던 공간을 메인 콘셉트로 삼아 호스트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도, 적당한 추상화를 통해 아시아 범용의 미학으로 확장시켜 타국 출연자들이 소외되지 않게끔 밸런스를 잘 잡았다. 각각의 라운드가 정의하는 테마들과 이를 구현하는 미술, 직관적인 색조, 영리한 명암 배분 또한 충분히 심미적이라 눈이 즐거운데, 심지어 시인성까지 좋아 편안하기까지 하다.

 

제작은 좋다는 말도 부족하다. 경이롭다. 자긍심과 투쟁심과 경계심으로 한껏 충전된 혈기왕성한 48명의 출연진에, 불상사를 대비한 예비 인원과 보조 인원까지. 이들의 출입국과 체류, 일정, 동선, 컨디션 관리, 비밀 유지 등을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모조리 통제한다는 건 가늠조차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촬영의 난도는 못지않게 까마득하다. 급격하게 운동하는 48명의 음성을 하나하나 따야 하는 사운드와, 언제 어떻게 변수를 창출할지 모를 출연자들 각각의 모션을 따는 카메라, 서로의 앵글이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치밀한 세트 디자인, 카메라 뒤에서 몸소 작동하는 프로세스 관리에, 방대한 데이터를 분류/편집하는 제작 능력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영화, 드라마, 버라이어티를 막론한 영상 제작 분야 전반에 걸쳐 한국의 프로덕션 능력이 세계 최고 레벨임을 과시하는 데 또 한 번 성공했다 해도 전혀 유난스럽지 않을 정도다.

 

 

 

 

 

 

# 2.

 

문제는 기획이다. 제작진은 '순수한 신체 능력 대결'이란 시리즈의 기대를 방기한 채, 자꾸만 더 지니어스 류의 전략 요소를 어설프게 이식한다. 모름지기 뇌지컬이란 공을 던지는 가장 효율적인 자세나 오래 매달리기 위한 근육 운용 같은 '신체 지능'이지, 팀 내 분란을 조장하는 '사회적 지능'이 아님에도 철학적으로 빈곤한 기획은 그것을 구별할 줄 모른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팀 전략 요소가 추가되면 추가될수록 배치의 중요성이 과장될 수밖에 없고, 혼성 팀전이란 구조 속에서 절대적 근력이 부족한 여성 출연자는 '눈에 띄는 약한 고리'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즉, 사회적 지능이 강조되면 될수록 경쟁의 성패는 '어떻게 하면 여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제할 것인가'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실제 여자 출연자를 믿고 출전시키거나 어설프게 혼성을 시도하면 대체로 진다. 가장 힘이 덜 드는 작은 역할에 여자가 아닌 남자를 낭비한 팀 역시 따박따박 대가를 치른다.

 

결국 쇼의 정체를 파악한 시점에서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은 최대한 듣는 여자가 기분 나쁘지 않게 당신을 버리는 패로 쓰겠다는 위선적인 말장난을 반복하게 된다. 지목당한 여성 출연자는 그 결정에 대승적으로 동의하며 팀의 사기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연기를 강요당하고 말이다. 더욱 끔찍한 것은 국가대항전이라는 테마와의 폭력적인 시너지다. 국기를 등에 업은 출연자들은 '조국의 승리'라는 대의 아래 이 부당한 역할 분담에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심리적 압박에 놓이고, 가만히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아무 죄도 없이 끌려 나와 그 폭력에 가담할 것을 요구받는다.

 

 

 

 

 

 

# 3.

 

특히 결승 직행권을 놓고 경쟁한 네 번째 미션은 보기 불쾌할 정도다. 여지없이 여자 버리기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호주는 최선을 다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고, 한국은 비겁했기 때문에 이익을 보는 모습. 여기에 대체 무슨 정직한 신체적 감동과 스포츠맨십이 있나. 그럼 한국의 출연자, 특히 전략을 제안한 주장 김동현이 잘못했다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그는 이 빌어먹을 룰 안에서 팀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궁리했을 뿐이고, 모든 책임은 기만적인 판을 설계한 제작진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혼성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개인전에서는 여자 출연자들 또한 나름의 최선을 다한 후 이탈할 수라도 있지, 팀전이 되는 순간 이 '여자 버리기 경쟁'은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그러한 양상이지 않나. 진짜 ㅈ같은 건 이 대목이다. 연출자는 성별을 분리해 '정치적으로 올바른' 그림을 거스를 용기도 없었던 것이고, 그렇다고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매칭시켜 상황을 정돈할 책임감도 없었던 셈이다.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혼성으로 가면서 파생될 윤리적 딜레마와 비난의 화살은 출연자들에게 '니들이 알아서 욕먹고 맘고생하라'라고 떠넘겨 버리는 연출자라니. 이쯤 되면 한국의 경쟁 프로그램의 연출자란 사람들은 대체 어떤 가정환경에서 어떤 유년기를 보낸 건가 진지하게 궁금해진다. 버라이어티 연출자가 되려면 인성 파탄이 필수 소양이기라도 한 건가.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Netflix, Tving, WatchaPlay, CoupangPlay, Appletv,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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