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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음각에 비추어 _ 엣 더 벤치,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그냥_ 2025. 11.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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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헤어짐이 쓸쓸하다는 건, 그만큼 소중했다는 뜻이겠지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엣 더 벤치 :: アット・ザ・ベンチ』입니다.

 

 

 

 

 

# 1.

 

후타코타마가와 강변의 벤치 하나. 다섯의 이야기. 오쿠야마 요시유키의 데뷔작 엣 더 벤치다. 미니멀한 무대 위 에피소드들은 현대인이 마주한 관계의 문제들로 정직하게 소집된다. 낡은 벤치는 점차 사라져 가는 듯한 진솔하고 순수한 유대감에 대한 갈망을 정직하게 대변한다.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오래된 친구, 권태와 이별을 고민하는 연인, 가출한 자매, 관공서 직원을 연기하는 외계인을 연기하는 배우까지.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의 교차가 만드는 메시지란 결국 '헤어짐이 쓸쓸하다는 건, 그만큼 소중했다는 뜻이겠지'라는 한마디다. 일본식 힐링 드라마 특유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역설적이게도 상실감과 외로움이란 음각에 비춰 낸 작품인 셈이다.

 

남겨진 것들(Leftovers)에서는 오랜만에 재회한 어린 시절 친구인 남녀가 사랑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추억이 담긴 공원의 철거를 앞두고 벤치에 앉은 이들은 '남겨진 자들'이다. 에피소드는 성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뒤쳐지거나 길을 잃었다 느낄 청춘에게 격려와 희망을, 결국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를 담담히 전하고 있고, 특히 히로세 스즈의 연기는 아련함에 크게 기여한다. 쌓여가는 초밥(Sushi Doesn't Go Round)은 이별을 고민하는 연인과, 의도치 않게 개입하게 된 아저씨의 이야기다. 현대인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갈등과 오해, 타인의 삶에 불쑥 끼어들게 되는 몇몇의 순간들을 통해 소통과 단절의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다.

 

지키는 역할(The Guardian's Duty)은 노숙자가 된 언니와 그런 언니를 찾아온 동생의 말다툼으로, 가족 관계 내의 긴장과 '지킨다'는 행위의 양면성을 탐구하는 에피소드다. 방황과 책임감의 맹렬한 충돌은 관계의 부담을 보여주면서도, 마지막 꺼진 화면 뒤 웃음소리를 통해 관계가 품은 사랑을 대비시킨다. 유난히 이질적인 라스트 신(The Final Scene)은 벤치 철거를 계획하는 관공서 직원들의 논의에서 시작해 외계인과 관련된 영화 촬영 서사로 확장되는, 허구성이 극대화된 파트다. 마지막 슬픈 감정은 계속된다(Missing for Good)는 남겨진 것들의 주인공 리코와 노리가 다시 등장해 첫 에피소드 이후를 보인다. 이들의 발전된 관계와 새로 들어서게 될 어린이집 등은 만남과 헤어짐이란 일회성 사건이 아닌 삶의 연속적인 순환임을, 우리는 그 속에서 나아감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 2.

 

사실상 작품의 주인공인 벤치는 영화 속 모든 대화와 관계가 일시적이고 덧없으며, 그렇기에 소중하다는 인상을 담백하게 부여한다. 강가의 뉘앙스도 주요하다. 강둑은 종종 전환과 변형의 장소로 묘사되는 데 극 중에서는 모든 의미에서 삶의 전환기를 은유하고 있고, 이는 영화 속 인물들, 특히 스스로 고립된다 느낄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감정과 서정적으로 공명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석양은 작품의 쓸쓸함을 한껏 증폭시키는 멋진 미장센이다. 빛과 어둠,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경계에 서서 관객들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감정의 여백을 채우려 시도할 것이다.

 

기술적인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지만 짚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야케 쇼의 영화들이 그러한 것처럼 화면의 색감과 질감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즐거움이 있다. 사진작가 출신의 감독은 정교한 색 보정을 통해 관객의 감정 반응을 구조적으로 통제한다. 갈등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어두운 부분에 블루 채널을 살짝 올리고, 그린 채널이 레드 채널에 비해 살짝 내려가 있는 듯한 인상인데, 미세한 색채 조정은 냉소적인 거리감과 함께 인물들이 겪는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데 기여한다. 한편 우호적인 인물들의 장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부분에서 레드가 높고 블루가 낮은 따뜻한 색감을 강조하고 있다. 공간 전체를 온화한 톤으로 구성한 미장센과 결합되어 관계의 소중함과 친밀감을 보강하기 위함일 것이다.

 

 

 

 

 

 

# 3.

 

흥미로운 것은 표면적인 힐링 드라마의 외피 아래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대한 탐구가 의뭉스럽게 숨어 있다는 점이다. 언뜻 에피소드들은 독립적인 듯 보이지만 사실 단계적으로 리얼리티의 정도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배치된다. 콩나물마트 따위의 현실적인 대화에서 시작해, 다소 작위적인 초밥 도시락과 이상한 아저씨와의 만남, 연극적인 느낌마저 드는 자매의 다툼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허구성을 늘려가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 이르러 SF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영화 촬영 서사로 반전되는 극단적인 비약을 보인다. 연출 역시 서사와 함께 노골적으로 에스컬레이트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카메라가 벤치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설정해 인물들의 대화를 엿듣는 효과를 부여, 현실적인 거리감을 최대한 확보하는 반면, 두 번째 파트에서는 정면에서 인물들의 대립구도를 직시하게 만든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한층 동적인 형태로 촬영해 충동적인 인물들의 에너지를 체화하다가, 네 번째 파트에 이르러 흑백의 필터, 하이앵글, 메타영화, SF 묘사 등 가능한 모든 작위적 기교를 쏟아붓는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첫 번째 에피소드와 같은 톤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로 회귀한다. 이 극단적인 회귀는 작품의 의의이자 창작자의 야심임에 틀림없다. 처음의 리코와 노리, 마지막의 리코와 노리는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다시 그들을 지켜보는 관객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에피소드의 맥락과 뉘앙스를 겹쳐 이들을 생각할 것이다. 즉, 현실과 비현실은 명징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오히려 허구는 현실의 소중함을 음각으로 비춰내는 대등한 관계다. 이는 위로와 공감을 이야기하기 위해 상실감과 외로움을 음각으로 비춰 낸 영화의 주제의식과 완벽히 닮았고, 그 위에 앉은 사람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비워둔 벤치에 집중하는 영화의 방법론과도 완벽히 닮았기에, 작품의 옴니버스 구조는 그 자체로 삶과 사물과 리얼리티의 다면성을 내비치는 메타적인 행위인 셈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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