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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Mystery & Thriller

귀족이라는 환상, 유령이라는 본성 _ 푼돈 도박꾼의 노래, 에드워드 버거 감독

그냥_ 2025. 11.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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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스타일은 이해하나 스토리가 아쉽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

『푼돈 도박꾼의 노래 :: Ballad of a Small Player』입니다.

 

 

 

 

 

# 1.

 

당장 어지러운 마카오가 이목을 끈다. 파편화된 과시적 요소들의 합성된 웅장함은 '거대하면서 공허한 공간'으로 구현되고, 감독은 그런 마카오를 도박 중독자의 왜곡된 심리가 투사된 비현실적 연옥이라 규정한다. 나약한 영혼을 가두어 스스로 파괴하는 순환적 행동, 중독의 본질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연옥으로서의 마카오는 내내 주인공이 짊어진 영적 결핍과 탐욕스러운 외양 사이의 모순을 증폭시킨다. 그 안에서 도일은 낯선 공간의 익명성에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내 억압적인 크기와 치장에 압도되어 고립되길 반복한다. 그래서 관객이 목도하는 도일의 화려함은 본질적으로 내용 없는 경험이다. 끊임없이 물질적 자극을 찾아 헤맴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에 고립된 불쌍한 인물인 것이다.

 

미술 또한 주인공의 심리를 투영하는 것에 전력한다. 제임스 프렌드의 촬영은 카지노 홀의 마감, 머신, 칩 따위를 대단히 날카롭고 공격적인 팔레트로 포착하는 데, 도박 중독자가 느낄 과도하고 병적인 심리 자극을 스크린 위에 직접 투사하기 위함이다. 붉은색(욕망, 위험, 흥분)과 푸른색(고독, 현실, 환영)의 색채 대비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이 규정하는 중독은 일종의 과잉이기에, 비주얼적 하이(visual high)를 상실감과 공허함에 대비시켜 도박 중독자의 심리 메커니즘을 시각적 형식주의로 반영하고 있다. 과감한 더치 앵글, 스핀 등 카메라 워크는 미술의 과잉을 다시 한번 증폭시킴으로써, 도박꾼의 인생 자체를 마치 슬롯머신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한 상태라 묘사한다.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소리, 폴커 베르텔만의 사운드 트랙 또한 요소요소에서 비극성과 아이러니를 더하는 중요한 장치다.

 

혹자는 이 모든 것을 예로 들어 지나친 과잉이라 난색을 표하기도 하는 데, 오히려 정확히 본 것이다. 영화가 규정하는 도박 중독자는 '지나치게 과잉된' 인간이고, 그것을 경험케 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영화를 들어 과잉을 지적하는 것은 마치 언컷 젬스나,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레퀴엠 등을 과잉이라 지적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하다.

 

 

 

 

 

 

# 2.

 

감독은 중독을 단순한 정신과적 문제를 넘어 일종의 '영적 질병'이라 제안한다. 특히 마카오의 문화적 배경과 동양 신화를 연결한 것은 작품의 정체성이다. 도입에서부터 과격하게 등장하는 불교 전통의 아귀(걸신) 신화다. 걸신은 항상 집어삼키지만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로, 이는 도박 중독 역시 승리나 보상으로는 내적 고통과 영적 병폐를 채울 수 없는, 영원히 성공할 수 없는 순환적 행위임을 의미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옅어진다는 중원절, 주인공이 현지인들에게 과이 로(gwai lo, 백인 귀신)라 불리는 것 모두 그의 상태와 문화적 은유를 연결하는 장치다. 강박적으로 폭식한 후 구토한다거나, 순간순간 자신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지는 것을 보는 장면 모두 그의 심리 상태가 영적 파멸에 이르렀음을 입증하고 있다.

 

주인공이 '도일 경(Lord Doyle)'이라는 가짜 신분을 고집하는 것은, 본국에서 저지른 죄와 부채로부터 도피해 스스로를 재구성하려는 절박한 시도다. 콜린 파렐은 자기 파괴의 망상 속에서 이 '일시적으로 당황한 귀족'이라는 판타지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고, 그의 귀족 행세는 스스로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일종의 식민지적 환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실의 책임을 회피하고 신분 상승의 환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으로 굳이 마카오를 선택한 이유이자, 몇몇의 장면에서 그를 둘러싸 동경하는 표정으로 우러러보는 숱한 현지인들이 적극 묘사되는 이유다. 따라서 작품의 제목 푼돈 도박꾼의 노래는 결국 도일의 도박 규모가 아니다. 그의 도덕적, 인격적 옹졸함(smallness)과 기만적 태도를 엄정하게 지적하는 것이다.

 

 

 

 

 

 

# 3.

 

두 명의 여성 캐릭터는 도일의 실존적 위기에 대한 상반된 반응과 경로를 제시한다.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사립 탐정 블리테는 도일이 도망쳐 온 현실의 책임과 죄의 대가를 구체화하는 존재다. 만화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창백한 피부, 노란 곱슬머리, 뭉툭한 신발, 괴상한 걸음걸이)은 도일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도피 세계와 냉엄한 현실을 마찰시키고 있고, 도박 중독의 비극성을 희화화하는 장르 믹스 요소로도 일부 기능한다. 한편, 팔라 첸이 연기한 다오 밍은 차분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도일에게 재정적 생명선을 제공하는 카지노 직원이다. 그녀는 주인공에게 구원의 경로를 제시하며 그가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스스로 도일의 죄책감과 구원 욕구의 구체화와 다르지 않다. 블리테가 도일을 외부에서 압박하는 존재라면, 다오는 도일에게 물질적 부채와 영적 부채 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 내부에서 압박하는 존재고, 그렇기에 후반부 그녀가 이미 죽었음이 밝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도일의 구원이란 현실의 승리가 아닌 내면의 영적 투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일은 최후의 도박에서 승리하며 재정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기회를 얻지만, 마침내 이를 거부하고 더 이상 도박하지 않겠다 선언한다. 상금을 불태우고, 탐욕과 기만을 상징했던 노란 장갑을 버리며, 중독의 삶으로부터 걸어 나오는 결말이다. 비장미 넘치는 엔딩은 단순한 물질적 포기가 아니다. 불교 전통에서 죽은 자를 위로하기 위해 돈을 태우는 노잣돈과 같은 제의적 의식처럼 표현되는 데, 도일은 자신의 탐욕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다오 밍의 영혼을 기리는 형식으로 죄책감에 속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박 중독으로부터의 구원이란 승리가 아닌 항복뿐이라 말하는 영화다. '도일 경'이라는 환상과, '과이 로'라는 본성 모두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해방될 수 있다고 말이다.

 

 

 

 

 

 

# 4.

 

결국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콘클라베>를 통해, 거대한 시스템이 인간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주관적 시점으로 파고들었던 에드워드 버거의 신작은, 누적된 기조에 장르적 혼종성을 더한 시도로 정의된다. 일인칭에 준하는 심리 드라마, 하이-스테이크스 도박 스릴러, 틸다 스윈튼이 제공하는 부조리한 슬랩스틱-누아르와, 팔라 첸과 함께하는 서정적인 오리엔탈 고스트 스토리의 혼합이라고 말이다. 일련의 복잡한 톤과 장르 믹스는 도일의 불안정하고 혼돈스러운 내면을 메타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당연하게도 상당수 관객에게 까다로운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때문에 '지나치게 연출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스타일적 과잉은 심리 묘사를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 이해한다.

 

차라리 이 다양한 테마를 응집시켜야 했을 스토리의 밀도가 아쉽다는 지적에는 넉넉하게 동의할 수 있다. 가령 구원의 계기가 되는 다오 밍과의 관계는 충분한 감정 교류 없이 급진전되어 마지막 선택을 온전히 지지하지 못하며, 현실의 위협을 대변하는 블리테의 등장 역시 서스펜스보다 희극적 장치로만 기능해 안 그래도 가벼운 이야기의 무게를 크게 덜어낸다. 또한 콜린 퍼렐의 분투에 힘입어 도일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를 파멸과 구원으로 이끄는 외부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엮는 데 소홀하기에 마지막 속죄의 행위는 주제적으로는 명료할지언정, 한 인간의 절박한 선택으로서의 감정적 파급은 다소 약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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