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내일 걱정 없는 오늘 저녁의 노래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
『요수도시 :: 妖獣都市』입니다.
# 1.
내일 걱정 없는 오늘 저녁의 노래. 이름 모를 누군가가 80년대 일본 시티팝을 듣고서 남겼다는 한 마디다. Stay with me. 일본의 부동산 버블 시기, 겪어보지 않은 사람조차 노스탤지어를 느낄 법한 그 희망적이면서 서정적이었던 시대의 정서를 대신하는 말로 이보다 더 근사한 표현이 있을까.
꿈꾸는 욕망은 모두 이룰 수 있고 바라는 쾌락은 모두 얻을 수 있는 꺼지지 않는 네온사인의 도시.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이들은 그 걱정 없는 내일에 마음껏 몸을 던졌을 것이다. 드라마틱하게 쌓아 올려졌던 버블이 증명하듯 말이다. 하지만 세상엔 유난히 걱정 많은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런 이들에겐 막연한 낙관이 묘하게 불안하기도 하다. 너무 일이 잘 풀린다 싶을 때면 오히려 가슴이 콩닥거리는 그 느낌. 아무 문제가 없고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잘 굴러가는 것에서 되려 위화감이 느껴지는 순간들. 나도 모르는 사이 불행의 적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난히 운이 좋았던 그날이 그렇게나 께름칙했다던 김첨지의 마음처럼 말이다.
요수도시는 일본의 장르소설가 키쿠치 히데유키가 1985년 출판한 소설이고, 소설 원작의 애니메이션은 그로부터 2년 후 극장개봉한다. 일본 버블의 한복판을 지나는 작품인 셈으로, 시대의 희망적인 분위기가 몇몇의 걱정 많은 누군가에겐 '불쾌할 정도로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 2.
버블 시대 화려한 외피 아래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공포는, 겉보기엔 멀쩡한 비즈니스맨과 매력적인 여성이 한순간 끔찍한 괴물로 돌변하는 설정들에 투사된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싶은 막연한 불안은, 코 앞에 닥친 불가침조약의 기한과 그로테스크한 요수의 디자인으로 표현된다. 끝없이 솟아나는 부와 쾌락 속에 잠식되는 인간성은, 무너지는 안전구역과 최종 빌런의 무한 재생 등으로 상징되고,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욕망과 쾌락에 대한 걱정은, 예외 없이 죽음의 전조나 폭력적 파멸로 귀결되는 자기 파괴적 섹스의 함의다.
자극적인 성애 묘사로 이목을 끈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로망포르노들이 그러했듯 편리한 쾌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이유다. 오히려 일정한 그로테스크 미학 덕에 역설적인 금욕주의 영화라 이해해도 이상하지 않다. 쾌락과 욕망에 반대되는 가치들, 진심(사랑)과 미래(임신)로 결말지어진 것은 그렇기에 당연하다. 초점 잃은 신음 대신 또렷한 눈물을, 젖가슴 드러낸 헐벗은 몸 대신 고결한 드레스를, 폭력과 포기 대신 미래와 책임을 품은 마키에는 그 자체로 작가가 바라마지 않던 일본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키 렌자부로 또한 흥미로운 캐릭터다. 겉으론 버블의 풍요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종일관 하드보일드적인 그는 시대의 이면적 감성을 인격화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마계의 요수들과 싸우는 야미가드를 넘어 버블 시대의 낙관론 자체와 싸우는 시대정신의 안티테제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그가 로맨티시스트라는 점이다. 요수도시의 정신은 결코 파티에 초를 치는 냉소가 아니다. 순애다.
그리 단단하지 않은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창백한 푸른색과 침울한 붉은색의 조화로 이루어낸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연출력 덕이 크다. 작품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토야마 히토미의 It's not easy와, 엔딩곡 Hold me in the shadow의 기여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청각적 쾌락과 시각적 불쾌의 충돌은 관객에게 인지부조화를 유도, 영화의 미학을 극대화하고 있고, 작품의 내적 논리인 표면화된 풍요와 내면적 불안의 괴리를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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