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What the Fxck?!

글렌 피카라 / 존 레쿼 감독,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 Whiskey Tango Foxtrot』입니다.
# 1.
어떤 테마는 너무 단호하게 윤리적이라 가벼이 다루는 순간 인간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당장 인명 참사나 아동 학대, 역사 논쟁 등을 가져다 성급하게 극화한다거나 심지어 코미디로 각색하겠다 한다면 무슨 사단이 벌어질지는 눈에 선하다. 내용과 이유를 듣기도 전에 강한 거부감과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심지어 몇몇의 경우엔 인신공격을 포함한 맹렬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반전주의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보편의 가치니만큼 대부분 심각하고 엄숙하게 다뤄왔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이 전쟁의 모든 얼굴을 보이는 방법일까. 는 한 번쯤 고민해 봄직한 문제고, 무릇 예술은 그런 호기심에 도전하기에 가치 있는 것이다.
개성적인 제목의 영화는 그 시도부터 비범하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노골적인 코미디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은, 전쟁이 '기회'가 되는 것을 넘어 '매혹'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조차 비겁하지 않다. 프로젝트가 도전받게 될 윤리적 당위는 강력한 당사자성으로 극복한다. 영화는 종군 기자 킴 베이커의 회고록 탈레반 셔플(The Taliban Shuffle)을 원작으로 하기에, 작품의 화자가 곧 실제 종군 기자이기 때문이다. 납치와 게릴라가 횡행하는 전쟁 한 복판, 총탄이 빗발치는 사선을 건넌 당사자가 그렇게 회고하겠다는 데, 안전한 방구석에 들어앉은 사람들의 알량한 전쟁 윤리가 감히 무엇을 논할 수 있겠나.

# 2.
따라서 스스로 겸허한 영화에 영웅적인 종군 기자는 없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의 다면성과, 그 한가운데 내던져진 개인이 어떻게 망가지고 적응하고 발버둥 치는가를 생활감으로 회고할 뿐이다. 황량한 아프가니스탄의 낮 풍경과 카불 버블의 광란적인 밤 파티가 대조되는 것처럼 하나같이 즉발적인 쾌락에 매몰되는 듯 하지만 그것조차 가련한 적응이었을 뿐이라 회상한다. 유일하게 편안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마을 아낙들 스스로 우물을 파괴하는 아이러니, 총격전 따위의 긴박한 상황 뒤로 경쾌한 팝송이나 락 음악이 끼어들어 작전을 수행 중인 사람들의 뒤틀린 내면을 은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한가운데 미국인, 전쟁터 한 복판의 민간인, 통제적인 남초 세계 속 자유주의 여성, 베테랑들 사이에서 제 앞가림도 버거운 초보자. 그 모든 층위에서 발생하는 우여곡절을 특별히 작위적이거나 배타적이거나 조작하지 않고, 담담한 문체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에피소딕 하게 서술하는 영화다. 일례로 어느 날 물을 많이 마신 탓에 길가에서 오줌을 싸는 데,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교전이 시작되었다가, 적을 성공적으로 격파한 군인이 바주카 한 발 가격으로 질타당하는 와중에, 내심 해병의 미군 내 정치적 입지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비치는 데,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시퀀스 내에서 겹쳐 발생하고 있고, 이런 식의 이질적인 세계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즐거움이 있다.

# 3.
킴 베이커가 회고하는 전쟁터란 단순히 고통에 집어삼켜진 공간이라기보다 '미칠 듯이 활성도가 높은 공간'이다. 도파민에 중독된 종군 기자들과 군인들이 전쟁이라는 지옥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불쑥 카메라를 뺏어 들고 트럭 뒷좌석에서 나도 모르게 뛰쳐나가 버리는 듯한. 그 열병 같은 자극을 경험하고 나면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일상은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후반부 아프간을 빠져나오는 킴이 이곳이 비정상적이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게 정상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고백하는 장면은 백미다. 미처 외면하고 있었던 전쟁의 이면을 상징하는 대사로서 화자의 존재감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다.
극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동료 기자의 죽음을 속보로 활용해 기회를 얻은 타냐가 킴의 자리까지 빼앗으려 하는 장면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이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아이러니다. 작품의 가장 비참하고 비정한 순간은 뉴욕에 있고, 정작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우정과 관계를 깨우친다는 점은 우리가 전쟁이라는 것을 얼마나 이분법적으로 단순화하고 있는가를 지적한다. 따라서 킴의 회고록은 단순히 과거 경험의 아카이브가 아닌, 전쟁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이분법적으로 단순화하고 있는 관념들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는 왓더퍽이라는 직관적인 감상과 그것을 특수한 코드로 표현해야 하는 상황 논리가 중첩된 제목처럼 다면적이었다 말한다. 특히 통렬한 것은 스스로 저널리스트인 그녀가 던지는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다. 전쟁을 돈으로 소비하는 천박한 시스템일 뿐이라는 날카로운 풍자다. 사람들은 이제 아프간에 관심이 없어. 더 자극적인 걸 원해.라고 대놓고 말하는 장면이라거나, 매력적인 여성 기자라는 상품성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모습 따위다.

# 4.
'거악은 비장하기 마련이다.' 비장한 거악을 사소한 영역으로 끌어내린 팀 밀란츠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글을 시작하며 했던 말이다. 마찬가지로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은 전쟁이라는 거대담론을 사소한 영역으로 끌고 내려온 영화다. 만약 전쟁이 비장하다면 인간은 하찮을 수밖에 없고, 하찮은 인간은 일방적으로 당하다 피폐해지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총탄은 무섭고 잔인하지만, 인간의 '적응력'과 '회복력' 또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화자가 경계하는 것은 물리적인 위협뿐 아니다. 강렬한 자극 앞에서 급격하게 재정립되는 가치와 행동과 성격, 즉 인간의 가공할 적응력 그 자체다. 도입에서부터 몇 차례 반복되는 '7의 여자가 10의 여자가 된다'는 의뭉스러운 농담은 단순히 외모나 성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극심한 불균형이 어떻게 인간관계와 도덕 기준까지 왜곡시키는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하지만 적응하는 만큼 회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킴 베이커는 당연하다 생각한 보편 가치와 윤리를 기자의 신발로 되새김질하고 있고, 급격한 압력에 떠밀려 적응함에도 잃지 않았던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서도 올곧게 사색하고 있다. 다리를 잃은 군인을 향한 진심 어린 사과와, 사과가 불필요하다 말하는 용사의 담담한 성찰,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의 중요성, 그 속에서 빛나는 관계 모두 어떤 상황에서도 회복해야 할 소중한 가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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