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거장의 테크닉은 이미 완성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격돌 :: Duel』입니다.
# 1.
상어나 공룡, 손가락이 긴 외계인이나 중절모의 탐험가가 주요했다 알고 있다면 오해다. 거장에겐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놓인 두 대의 차량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끝까지 이유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미친놈에게 쫓기는 영화는, 콤플렉스와 서스펜스를 다루는 스필버그의 기술적 묘미로 가득하다. 자신만만한 24살의 청년은 필모그래피의 시작부터 자신이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가 선보인다. 불필요한 대사, 복잡한 서사, 인물의 전사 따위는 필요 없다. 이미지, 사운드, 편집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만으로도 90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넉넉하다.
관객은 완벽한 영웅보다 결함 있는 인물들을 더 좋아한다. 이름에서부터 나약한 남성성을 암시하는 데이비드 '맨'이다. 아내와의 통화에서 무시당하며 상처받은 그의 남성성은, 만만해 보이는 트럭을 거칠게 앞지르는 사소한 객기로 표출된다. 만약 그가 내적으로 단단한 인물이었다면 애초에 추월하지 않았거나, 추월했더라도 그저 지나쳤을 것이라는 면에서, 영화의 서스펜스는 주인공의 콤플렉스가 낳은 결과물인 셈이다. 서스펜스가 발생한 후 콤플렉스는 그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이자 가속시키는 액셀레이터가 된다. 휴게소에서 범인을 찾으려다 되려 공격의 빌미를 주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스쿨버스를 외면하지 못해 다시 위험에 빠지는 장면 따위다. 정체불명의 거대 트럭은 점차 주인공의 콤플렉스를 억압하고 위협하는 모든 것들의 현신처럼 받아들여지고, 따라서 트럭과의 사투는 대단히 물리적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이다. 관객은 스크린 위에서 벌어지는 물리적인 추격전(서스펜스)을 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이 자신의 심리적 한계(콤플렉스)와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목격하는 것과 같고, 이는 영화가 가진 맹렬한 에너지의 정체다. 스필버그는 데뷔작에서부터 콤플렉스와 서스펜스의 순환구조를 선언하고 있고, 일련의 원리는 이후 죠스(물을 무서워하는 경찰서장), E.T.(가정의 해체를 겪는 외로운 소년) 등 수많은 걸작들에서 변주되며 심화된다.

# 2.
구조가 충분히 단단하다면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만 하면 된다. 듀얼은 화려한 연출적 기교로 가득하기에 50년 전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영화다. 감독은 거의 모든 장면을 주인공의 시점과 그가 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구성한다. 빨간색 플리머스 밸리언트 운전석에 직접 앉아 앞 유리, 사이드 미러, 백미러를 통해 세상을 보게 하는 것이다. 스필버그는 특히 백미러에 비친 트럭의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실제 운전자가 뒤를 경계할 때의 현실적인 경험을 고스란히 옮겨온 것으로, '뒤에 무언가 따라온다'는 원초적인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속도감과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매우 도전적인 촬영을 감행했다 알려진다. 파나비전 카메라를 자동차 본체에 직접 고정하는 특수 리그를 제작, 범퍼 바로 위, 바퀴 옆 등 까다로운 위치에서 지면을 스치듯 지나가는 도로의 질감과 속도감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것이다. 트럭을 촬영할 때 의도적으로 낮은 앵글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영리하다. 땅에 가깝게 카메라를 배치해 트럭의 거대한 그릴과 바퀴를 올려다보게 만듦으로써, 트럭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보이게 한다. 물론 주인공의 차는 주로 눈높이나 높은 앵글로 촬영하여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연약하게 보이도록 대비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 3.
잘 쓰인 광각 렌즈는 사기다. 과감한 렌즈 활용은 트럭의 위압감을 한껏 왜곡한 후 증폭시킨다. 트럭의 거대한 그릴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마다 이미지는 점차 기괴하고 위협적으로 변모한다. 전화 부스의 좁은 공간과 그 너머 트럭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 유리의 굴곡으로 인해 일그러져 보이는 트럭의 이미지는 주인공이 느낄 극도의 압박감과 왜곡된 현실 인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다. 영화의 배경인 모하비 사막은 탁 트인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도망칠 곳 없는 폐쇄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도록 표현되어 있다. 감독은 아슬아슬한 익스트림 롱샷을 통해 광활한 도로 위에 놓인 두 차량의 고립감을 강조하며, 단숨에 어디로 가도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임을 설득한다.
몽타주도 간과할 순 없다. 영화의 전체적인 편집 리듬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초반부는 비교적 긴 호흡의 컷으로 평범한 도로 주행을 보여주지만 트럭이 등장하면서부터 컷의 길이는 점차 짧아지다, 추격전이 벌어질 때는 1~2초 단위의 짧은 컷들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얼굴 클로즈업, RPM 게이지, 백미러, 트럭의 바퀴, 도로 등이 현란하게 교차 편집되는 동안 관객의 심박수마저 빨라지게 만든다. 휴게소 식당 장면은 물리적 추격 없이 편집만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 명장면이다. 데이비드 맨은 식당 안에서 자신을 쫓는 운전사를 찾으려 하고, 카메라는 그의 불안한 시선을 따라 식당 손님들의 부츠를 훑는다. 편집은 ①불안에 떠는 맨의 얼굴, ②시선이 머무는 각양각색의 부츠들, ③내레이션(독백), ④그리고 창밖에 괴물처럼 서 있는 트럭의 모습을 빠르고 집요하게 교차한다. 관객을 주인공의 편집증적 상태에 완전히 동기화시켜 누가 범인일지 함께 추리하게 만듦으로써 심장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솜씨다.

# 4.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지만 외롭지 않다. 사운드가 그 자체로 또 다른 배우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소리만으로 트럭에 인격을 부여한다. 작품의 심벌과도 같은 경적 소리는 여러 사운드를 합성한 결과다. 1954년작 괴수 영화 <뎀!(Them!)>에 등장하는 거대 개미의 비명 소리에 다른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섞어 만든 것으로, 비인간적이고 기괴한 소리는 트럭을 이성적 존재가 아닌 원시적인 분노를 내뿜는 듯한 괴물로 각인시킨다. 외에도 엔진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공기 브레이크가 뱀처럼 '쉭' 하고 빠지는 소리, 타이어가 마찰하는 소리 모두 마치 트럭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언어처럼 기능한다.
빌리 골든버그의 스코어(score)는 전통적인 영화 음악처럼 감정을 안내하며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날카로운 현악기와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 짧고 충격적인 스팅어(stinger)처럼 사용된다. 트럭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면 신경을 긁듯이 터져 나와 공포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섬뜩한 것은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들이다. 격렬한 추격전 이후 찾아오는 침묵, 바람 소리와 데이비드 맨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리는 순간 따위는 관객에게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하는 극도의 불안감을 정석적으로 안겨준다. 영화의 마지막, 트럭이 절벽 아래로 추락한 뒤 찾아오는 정적은 모든 위협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깊은 허무함을 동시에 전달한다는 면에서 시각적으로도 또 청각적으로도 완벽한 마무리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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