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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초코파이 하나 _ 혈세, 김민하 감독

그냥_ 2025. 9.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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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영화티켓 대신 초코파이 하나로 퉁치는 헌혈소? 이거 쎄하거든요.

 

 

 

 

 

 

 

 

김민하 감독,

혈세 :: Tax』입니다.

 

 

 

 

 

# 1.

 

뱀파이어 '종주'는 낡은 상가의 건물주다. 당장 흥미로운 것은 임대료 대신 피를, 그래서 문자 그대로 '혈세'를 입금받는 시스템이다. 그의 시스템은 뱀파이어의 원초적 포식 행위를 현대 사회의 계약 관계로 치환하는 것이자, 역으로 현대의 계약 관계를 원초적 포식 행위로 치환한다. 종주의 공간에서 피는 숭고한 생명이 아닌 매달 수거하는 재화로 전락하고, 종주가 식량을 보장받는 동안 세입자들은 돈 대신 피를 잃는 것에 다행스러워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아마도 종주는 스스로 욕망을 통제하는 데 성공한 합리적인 관리자라 인식할 것이다. 무분별한 사냥이 야기할 혼란과 비효율을 제거한 끝에 욕망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그를 시스템의 바깥에서 관장하는 특권적 존재로 규정하게 만든다.[각주:1] 하지만 착각이다. 그는 시스템의 주인이 아닌, 규칙의 범위 내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역할할 뿐이다. 그가 세운 질서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화한 것일 뿐이고, 일련의 수직적 관계는 착취당하는 치킨집 상인이 다시 손님들을 기만하는 장면으로 의뭉스럽게 암시되어 있다.

 

종주가 여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건 그녀가 그의 위계질서에 종속되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그녀에 대한 욕망을 통제시켜주지 못하기에, 욕망에 떠밀린 그는 그녀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다. 유머러스한 움직임보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공간이라는 것, 그것도 생활감으로 가득한 종주의 공간과 완벽히 다른 논리, 다른 언어로 운영되는 미니멀리즘적 공간 디자인이다. 어둡고 폐쇄적인 상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넓고 새하얀 헌혈소에서 이방인 종주는 순응할 수밖에 없다. 종주의 선택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평생 타인의 피를 착취해 온 존재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피를 내어준다. 대가로 받는 초코파이는 새로운 거래의 불균형을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착취자가 피착취자를 자처하는 역전의 순간, 그는 이미 자신의 시스템을 스스로 배반한 셈이다.

 

 

 

 

 

 

# 2.

 

모든 도미노는 작은 조각 하나로 무너지는 법이다. 여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더 많은 헌혈이 필요해진 종주는 자신의 '혈세' 시스템이 가진 최소규칙, 지속가능성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정해진 간격으로 정해진 양만큼만 거두던 '세금'은 무자비한 '수탈'로 변질되고, 쓰러진 세입자들은 그의 왕국이 외부의 침입이 아닌 통제에 실패한 욕망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상가도 헌혈소도 아닌 길가 어딘가에서 쓰러진 종주의 퇴장은 당연한 결과다. 그는 더 이상 포식자도, 그렇다고 새로운 시스템의 유용한 피식자도 되지 못한 버려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은 개성적인 영화의 한 방이다. 어두워진 헌혈소에서 종주의 혈액을 마시는 여자. 그녀는 종주가 상상하던 순수한 욕망의 대상이 아닌, 그보다 훨씬 세련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상위 포식자라는 결말이다.

 

결국 영화는 맹신과 무지로 인한 파멸을 그린 우화라 요약된다. 종주의 죽음은 단순히 통제 불능의 욕망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은 언제고 일방적으로 욕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착각과, 자신조차 부품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우월한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무지했음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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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많은 신분증들은 그의 탈제도적 인식을 은유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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