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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로또는 왜 4등인걸까 _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그냥_ 2025. 9.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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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정작 막걸리가 알려준 건 버려진 우리의 내일인 걸지도

 

 

 

 

 

 

 

 

김다민 감독,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 FAQ』입니다.

 

 

 

 

 

# 1.

 

사회는 정답만이 진리인 곳이다. 해마다 바뀌는 입시 요강, 말하기 대회의 정해진 원고, 코딩의 논리 알고리즘과, 페르시아어 수업 따위는 모두 정답에 최단 경로로 도달하기 위한 규격화된 시스템을 대변한다. 어른들은 시스템의 정답을 찾는 것만이 성공이라 가르친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동춘의 엄마는 언제나 딸을 사랑하고 선생님들 역시 언제나 학생에게 다정하지만, 그들의 소통방식은 오직 정답 사회의 언어에만 국한된 모습이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왜 그래야 하는가 대신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에만 몰두하는 사회를 향해 동춘은 질문한다. 어른들은 답하지 못한다. 묻는 법을 잊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인 동춘은 포기하지 않고 막걸리의 암호를 해독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선다. 뽀글뽀글 기포가 터지는 소리란 사회의 논리에 가려진 본질의 목소리다.

 

소녀는 시스템을 위배함에도 시스템의 언어(모스부호, 페르시아어 등)를 적극 활용한다. 시스템은 중립적일 뿐, 문제는 '이유의 부재'라 선을 긋는 전개다. 일례로 모스부호는 잘못이 없다. 심드렁한 아이들은 집에 일찍 보내준다는 '이유'가 생기자 순식간에 SOS를 누른다. 락에 걸려 쓸 수 없는 스마트폰에 순응하던 동춘이 '이유'가 생기자 그것을 풀어달라 말하는 장면도 같은 의미의 반복이다. 소심한 소녀가 밤을 지새워 페르시아어를 공부하고 용기 내 말하기 대회를 치러낸 것도 마찬가지다. 막걸리가 알려준 로또 번호는 어중간한 4등이고, 감독은 삼촌의 입을 빌려 그 어중간함을 수차례 강조한다. 기성의 사회에서 1등은 정답이고 4등은 오답이며, 그 생각으로부터 관객 역시 자유롭지 않다. 한편, 명확한 '이유'를 가진 4등 당첨금은 영화 내내 알토란 같이 쓰이기에 그 자체로 충분히 본질적이다. 김다민 감독의 영화는 이유 있는 4등이 무의미한 1등보다 나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 2.

 

혜진을 단순히 교육열에 미친 엄마라 규정하는 건 심심하다. 그녀는 사회적 성공을 의심 없이 내면화한 보통의 사람들을 대표할 뿐이다. 딸의 귀가에 맞춰 부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눈빛에는, 딸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자신의 좌절을 대신 보상받으려는 욕망이 겹쳐있다. 도입에서 그녀가 딸의 질문(왜?)에 답하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답을 생각해 본 적 없거니와, 심지어 그 질문과 마주하는 순간 자신이 딛고 선 세계가 무너질지 모른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내내 최선을 다하는 혜진은 시스템의 수호자인 동시에 깊이 종속된 포로이기에 마냥 악당일 수 없다. 그래서 영화는 그녀를 정직하게 묘사하면서도 적잖이 변호하려 노력한다. 다소 신랄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가진 인간적 온화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삼촌 영진은 엄마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S대 출신이란 학벌처럼 시스템의 승자임에도 불구하고, 탈출을 선택한 자발적 이탈자다. 그의 공간(자연 속의 집)은 혜진의 공간(아파트)과 대조를 이루며, 언어 또한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의 언어로 대비된다. 그는 동춘의 비밀을 비난하거나 교정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유일한 조력자다. 그럼에도 감독은 삼촌을 이상적인 구원자라 생각지 않는다. 제아무리 합리화한다 하더라도 그의 방식은 결국 도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동춘이 막걸리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할 때, 삼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린 인물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에 입원 중인 할머니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망각'을 상징한다 했을 때, 혜진은 이유를 망각한 시스템을 기계적으로 보살필 뿐인 사람이라 한다면, 영진은 이유 없는 시스템으로부터 비겁하게 달아난 인물인 것이다.

 

 

 

 

 

 

# 3.

 

순응한 혜진도, 달아난 영진도 부정한 영화의 결말은 아이들로부터 버려진 우리다. 타당한 결론 끝에 우주로 떠나버린 동춘과, 동춘의 뒤를 잇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행렬은 특별히 표독스럽지 않으면서도 그 어떤 영화만큼이나 잔인한 선고다. 결국 막걸리가 알려준 것은 천진난만한 상상력으로 창조된 세계의 비밀 따위가 아니다. 그런 과감한 상상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정답 사회의 부조리와, 그 끝에 아이들로부터 버려진 우리의 내일인 것이다. 추가적으로 조금 공격적인 추측을 해보자면, 작은 미생물이 들어있는 발효조는 짐짓 자궁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영화의 결말이 상징하는 바가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면, 작금의 처참한 출산율 또한 깊게 연상되는 자조적인 결말이기도 하다.

 

끝으로 왜 하필 막걸리인 걸까. 일단 그에 앞서 아침햇살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침햇살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고 멸균 처리되어 유통기한이 명시된, 그래서 엄마도 허락한 일종의 정답이다. 아이들이 마셔도 안전한 모든 위험과 변수가 제거된 시스템이고,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이나 마시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한편 막걸리는 살아있는 효모와 미생물들이 끊임없이 발효하고 변화하는 통제 불가능한 자율성으로 대비된다. 엄격하게 아이들의 손에 닿아선 안된다 통제하면서도, 정작 어른들은 늘 고파한다는 면에서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래서 아침햇살 병에 막걸리를 몰래 담아 오는 행위는 단순히 유머러스한 에피소드가 아닌 그 자체로 영화의 핵심적인 미장센이 된다. 시스템의 당연함 속에서 왜를 질문한 소녀는 막걸리를 품은 아침햇살이기 때문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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