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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Our Contemporary _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 감독

그냥_ 2025. 6.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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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찰리 채플린 감독,

『모던 타임즈 :: Modern Times』입니다.

 

 

 

 

 

# 1.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거칠게 회전하는 기어, 찢어질 듯 날 선 굉음은 산업화를 짐짓 역동적인 것으로 오해하게 하지만 사실 그 안의 것들은 극단적으로 무기력한 상태다. 처음도 끝도 없는 벨트가 제자리를 도는 동안 위에 놓인 물건은 옮겨지는 대로 옮겨질 수밖에 없고, 톱니바퀴는 앞선 톱니의 움직임을 물려받아 스스로를 마모한 후 다음에게 전달할 뿐이다. 지켜보는 노동자는 제자리에 멍청히 서서 하염없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자본에 짓눌려 부속품으로 전락한 노동자가 무기력한 삶을 벗어날 비전은 당연하다는 듯 없다. 창의적인 기계장치적 움직임, 시대를 초월하는 슬랩스틱, 부유하는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이 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무것도 없고, 영화는 저항 없이 사그라드는 인간성에 대한 서글픈 묘사 끝에 막연한 희망을 그리며 끝난다. 영화사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평가되는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모던 타임즈다.

 

대공황 아래 미국 사회의 빈곤과 실업, 굶주림, 그 근원으로서의 광범위한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당대 할리우드 영화들 대부분이 현실로부터의 도피로서 오락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채플린이 비겁하지 않은 영감과 타협하지 않는 야심을 겸비한 천재 영화인이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 중 하나다.

 

 

 

 

 

 

# 2.

 

영화는 첫 시퀀스부터 무자비하다. 감독은 목가적인 농업 경제에 비해 산업화된 사회가 인간에게 더 적은 자유를 부여한다는 관점을 숨길 생각이 없다. 군집한 양 떼와 다를 바 없는 공장 노동자들이 생산 과정에서 하나의 부속으로 전락한 모습은, 왜곡된 포드주의(Fordism) 및 테일러주의(Taylorism)적 생산 시스템에 대한 냉소적 비난이다. 기계를 벗어난 후에도 끊임없이 볼트를 조이는 모습이나, 화가 난 동료들이 벨트가 돌아가자 역할에 회귀되는 모습 모두 노동자들이 인간성을 잃고 추락했음을 유머러스하게 전시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거대 시계는 효율성에 집착한 자본이 노동자의 행동과 감각을 미세하게 분할함을 은유한다. 사장이 cctv와 고압적인 스크린을 통해 화장실에 숨은 트램프(Little Tramp)를 감시하는 모습은 자본가의 통제와 프라이버시 침해의 극단적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벤담의 파놉티콘이나 오웰의 1984를 연상하게 한다. 급식 기계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점심시간을 없애면서까지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시도는, 착취에 상한이 없는 자본의 본질과, 착취하고자 하는 압력이 노동자의 사정과 무관하게 무자비하게 가속될 수 있음을 묘사한다. 그 끝에 단순히 육체적 착취뿐 아니라 생산물, 생산 과정, 마침내 동료들로부터까지 정신적으로 외면받는다는 면에서 마르크스주의적 소외의 개념을 시각화하고 있다.

 

포드주의적 산업 모델에서 시작한 영화는 폴렛 고다드가 연기한 부랑자(The Gamin)와의 만남을 통해 실업과 빈곤, 단절, 경찰 폭력, 비인간적 감옥 시스템, 양극화 등 대공황 시기 현실 전반으로 두텁게 확장된다. 특히 트램프가 정치 시위의 리더로 오인되어 체포되는 장면은 정치적 불관용을 풍자하는 데, 이후 채플린 자신이 메카시즘에 곤욕을 치른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 3.

 

모던 타임즈가 개봉한 1936년은 유성 영화가 충분히 보편화된 지도 10여 년은 지난 후다. 따라서 모던 타임즈가 고수하고 있는 무성 영화의 형식은 특기할만한 것이다. 이를테면 웨스 앤더슨이나, 아키 카우리스마키, 알리체 로르바케르 같은 감독들이 시도했던 것과 같은 일종의 스타일적 아나크로니즘(Stylistic Anachronism)의 오래된 예시랄까.

 

영화에는 풍자적인 메시지 아래로 무성 영화에 대한 채플린의 애정과, 그에 비례한 유성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정직하게 투사된다. 다만 놀라운 것은 그것조차 단절적인 거절이 아닌 작품 내적인 미장센으로 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침묵이 불가능해진 시대라면, 단순히 소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리에 대해 논해 보자는 영화인다운 태도다. 채플린은 대사가 없는 형식을 고수하면서도 사운드 효과와 기계음 따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계화된 시대의 소리를 표현한다. 침묵을 자연스러운 목가적 환경에 연결하고, 사운드를 기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묘사하여 대조적인 미학을 구축하는 것이다. 몇몇의 인간 목소리조차 주로 기계적 매개(스크린이나 축음기 등)를 거쳐 표현하는 것은 기술이 소리를 '부자연스럽게' 만든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트램프가 웨이터로 일하며 부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는 채플린의 유일한 육성 연기로, 언어의 한계와 보편적인 소통의 아이러니를 동시에 드러낸다는 면에서 과연 명장면이라 하겠다.

 

 

 

 

 

 

# 4.

 

물론 코미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 채플린의 힘은 내용과 형식의 불일치과, 이를 구현하는 완성도에서 나온다. 비극적인 사회 현실을 코미디라는 긍정적 형식에 녹여 제시함으로써 관객들이 무의식적으로 메시지를 탐미하게 함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완전히 동일시될 때 발생하는 자본주의의 병리학적 문제를, 트램프의 다양한 광기(주변의 모든 볼트처럼 생긴 것을 조이려는 강박 등)로 표현하는 연출은 가히 천재적이고, 이를 지극히 드라마적 표현의 개민과 대비시켜 증폭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천재적이다.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무성 영화의 스타일과 슬랩스틱에 가려 연출 역량이 간과되곤 한다는 것은 크게 안타깝고, 이는 채플린뿐 아니라 위대한 버스터 키튼과 헤럴드 로이드 모두에게 공통된다. 영상은 광각 샷, 대칭적 구도, 명암 대비를 통해 산업화된 환경의 억압과 짓눌리는 캐릭터의 왜소함을 반복적으로, 암시적으로, 서정적으로 전달한다. 앞서 지적한 강력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트램프는 캐릭터로서 결코 납작하지 않은데 이는 연출의 위력임에 분명하다. 산업화와 대공황의 피해자이자, 의도치 않은 급진주의자이며, 마지막 남은 질서의 수호자이자, 그 모든 의미에서 궁극의 생존자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혹자는 굳이 100년 전 영화를 볼 필요가 있을까 묻는다. 나의 대답은 고민 없이 '그렇다'다. 역사를 포착하는 몇몇 영화들의 통찰은 시대와 기술의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자본의 비인간화와 노동 착취, 계급투쟁 등의 담론이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폐쇄회로 감시 시스템 등을 통해 암시된 기술 발전의 양면성이 점점 실현되어 가는 것처럼,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웃고 있는 나의 얼굴처럼 말이다. 따라서 조너선 로젠바움(Jonathan Rosenbaum)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채플린은 여전히 우리와 동시대인이다.(Chaplin remains our contemporary — someone we can still learn from and converse with without condescension or apolog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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