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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이자나미 _ 인피니트 맨, 휴 설리번 감독

그냥_ 2024. 7.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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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금단의 환술을 벗어날 방법은 초콜릿과 꽃 한 송이

 

 

 

 

 

 

 

 

휴 설리번 감독,

『인피니트 맨 :: The Infinite Man』입니다.

 

 

 

 

 

# 1.

 

시간과 자아의 복잡한 관계를 독특한 시각으로 탐구한 영화 <인피니트 맨>은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프로그래머 추천작 중 하나다. 가난하지만 재기 발랄한 호주 감독은 황량한 들판에 놓인 폐모텔 한 채와, 독특하다는 말도 부족한 이상한 인물 셋을 동원해 난해한 시간 여행 패러독스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천재과학자 딘은 괴팍한 완벽주의자다. 연인 라나와의 황홀했던 기념일을 벽에 걸린 액자처럼 완벽하게 재현하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풍화된 세계는 딘의 집착을 허락하지 않는다. 완벽했어야 할 기념일이 최악의 하루로 치달아버린 것에 좌절한 딘은 왠지 저주파치료기처럼 생긴 시간 여행기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와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그는 정녕 연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는 걸까.

 

짐짓 사랑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한 인간의 성찰과 반성에 주목한다.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통한 자아 탐구는 영화의 핵심으로서, 여러 버전의 자신과 마주치는 딘의 당혹스러움은 장르적 트릭뿐 아니라 정체성의 유동성을 표현한다. 기억과 정체성의 불안정성을 다룬다는 면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2000)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데, 인피니트 맨은 이를 더욱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자아의 파편화를 시도한 작품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2.

 

반복되는 시간 루프는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내러티브의 복잡성을 증가시켜 혼란을 야기한다. 셰인 카루스의 <프리머>(2004)만큼은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시간선을 따라가기 만만찮은 순간들이 존재하는데, 이리저리 꼬여나가는 플롯에 도전하는 지적 탐구는 SF의 장르적 매력이라 양해해도 좋다. 설정과 플롯만큼이나 이색적인 것은 환경이다. 복잡한 시간 여행 개념을 단일한 장소와 제한된 캐스트로 표현한 것은 인상적이다. 모텔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오히려 시간의 순환성과 관계의 밀도를 강조한다. 같은 플랜을 공유하는 반복적인 패턴의 모텔 호실과, 상층과 하층의 이동과 추락, 올려다보는 시선과 내려다보는 시선과 일방향적인 시선, 액자와 현실로 대비된 해변이라는 관념까지. 기술적 경제적 한계를 창의성으로 극복한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다만, 딘과 라나의 관계가 단편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감정적 연결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크게 아쉽다. 영화는 형식의 실험성으로 인해 정서적 교감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딘의 반성을 담은 영화가, 어떤 면에선 논리와 구조에 매몰된 딘과 똑같은 사람이 만든 것만 같아 보인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 3.

 

앤딩에서 딘이 라나에게 사과하며 건네는 선물은 초콜릿과 꽃이다. 지금 맛보지 않으면 녹아버릴 초콜릿과 지금 즐기지 않으면 시들어버릴 꽃은 주제의식을 상징한다. 결국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을 벗어던지고 자아와 세계와 관계의 가변성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벽에 걸린 변하지 않을 액자 속 해변 대신 매 순간 변화하고 굽이치는 진짜 해변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듯, 과거에 박제된 연인과 자신에 집착하는 대신 새로운 내일의 우리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는 선량하지만 감동은 크지 않다. 수년동안의 시간 여행을 거친 딘과 충분히 교감한 끝에 얻은 결론이 아니라 딘의 한심함에 비춘 반면교사로 얻은 메시지는 연약할 수밖에 없다.

 

부차적으로 대부분의 SF가 그러하듯 기술의 양면성을 조명하는 효과도 있다. 시간 여행 기계는 플롯 장치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드러내는 거울로서도 기능한다. 과거를 수정할 수 있다는 희망과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은 기술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타인을 통제할 수 있다 믿는 딘의 손에 들린 기술의 위험성은 끝없는 고립과 좌절로 표현된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테디의 손에 들린 기술의 폭력성은 스스로에게 살해당하는 최후를 통해 선언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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