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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배우 양조아 _ K박사의 연구, 박지혜 감독

그냥_ 2023. 12.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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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짜릿해! 늘 새로워. 공짜인 게 최고야!

 

 

 

 

 

 

 

 

박지혜 감독,

『K박사의 연구』입니다.

 

 

 

 

 

# 1.

 

2023년 12월 16일. 예술의 전당에서 <디지털 스테이지>라는 이름의 공연영상플랫폼을 오픈합니다. 월 2,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클래식, 발레, 연극, 오페라, 무용, 국악 등 고품격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종의 문화 예술 전용 ott서비스라는 건데요. 심지어 내년 12월까지 1년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은 무료로 공개된다는군요. 개꿀.

 

공개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 작품이 많이 걸려있지는 않습니다만, 문외한도 솔깃할 법한 양질의 작품들은 충분해 보입니다. 연극 <오셀로>, <늙은 부부 이야기>, <여자만세>, <돌아온다> 라거나, 발레 <지젤>, <심청>, <라 바야데르>, 국악 <종묘제레악> 등도 흥미롭구요. 클래식 기반의 음악듀오 노래서점의 영상들이라거나, 노부스콰르텟의 다양한 연주들, 혹은 양손프로젝트 단편선 역시 흥미롭기 그지없죠. 평소 관련 분야에 인연이 없으셨던 분들도 이참에 색다른 취미에 슬쩍 발가락 하나 담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디지털 스테이지

지금 바로 예술의전당 공연을 만나보세요,디지털스테이지.

digital.sac.or.kr

아무래도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상 역시나 '연극'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처음으로 즐긴 작품은 리스트 제일 앞에 위치한 <K박사의 연구>였죠. 적당히 새로운 서비스 소식을 전하기 위한 날아갈 듯 가벼운 글입니다만, 그럼에도 말씀드려야 할 것은 영화도 쥐뿔 모르지만 연극은 그보다 더 문외한이라는 점입니다. 적당히 흘려가며 읽으시고 감상은 직접 즐기시면 좋겠네요. 어차피 무료니까요.

 

 

 

 

 

 

# 2.

 

어릴 적 한국 근대 문학 전집 같은 걸 억지로나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신 제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대문호이자, 개 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망나니이자, 인간 언저리라는 말도 부족할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두루 겸하고 있는 작가 김동인(1900~1951)이 1929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화자인 '나'가 K박사라는 괴짜 과학자 밑에서 겪은 일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죠. 흔히 한국 최초의 창작 SF 소설로 알려져 있는 데요.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적인 상상력뿐만 아니라, '똥으로 만든 음식'과 '똥 먹여 키운 동물'의 분별로 예시된 철학적 고찰을 포함한 인식론적 화두, 문장의 발치를 끊임없이 물고 들어가며 관객의 호기심을 추궁하는 풍자적이고 익살적인 필력 등이 탁월한 단편임에 분명합니다. 과연 악마의 재능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죠.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 <K박사의 연구>는 34분짜리 단편극이자, 배우 한 명만 등장하는 1인극입니다. 어두운 무대 위 새하얀 옷을 입은 배우와 미니멀한 디자인의 정갈한 의자 하나가 우리에게 주어진 전부죠. 전반적으로 언제나의 1인극이 그러하듯 배우의 능력과 관객과의 호흡을 최대한 존중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 데요. 단 하나, 박사의 연설 장면에서 흑백으로 화면을 전환하고 웅장한 음악을 깔고 로우 앵글로 올려 잡는 등 연출적 묘를 보이는 데 썩 근사합니다. 짐짓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철저히 계산된 티가 나는 동선과 이리저리 휘젓는 움직임의 연출이라거나, 현대적 연극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각색된 포인트의 행간을 유심히 읽어보는 것 역시 흥미롭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배우 양조아의 것입니다. 무대를 휘젓는 재기 발랄한 에너지와,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표현, 다양한 레이어의 캐릭터를 넘나드는 연기의 스팩트럼과, 34분의 분량에 꼭꼭 눌러 담은 무자비한 분량을 끌고 나가는 폭발적인 집중력은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 히치콕의 통찰처럼 영화는 이미 벌어진 상황을 '관음'하는 감각에 가깝다 생각하는 데요. 영화와 다른 연극의 매력은 나와 같은 순간에 존재하는 배우와 직접 '소통'하는 듯한 감각에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무수히 많은 매체들 사이에서도 연극이라는 분야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이자, 각계각층에서 활약 중인 수많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자신의 뿌리로 삼는 이유인 거겠죠. 박지혜 감독, <K박사의 연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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