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Thriller

미움받을 용기 _ 앰뷸런스, 알레산드로 톤다 감독

그냥_ 2023. 12. 18. 06:30
728x90

 

 

# 0.

 

이슬람을 혐오하는 제노포비아라 비난받는다 하더라도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악당이라 음해당한다 하더라도

 

 

 

 

 

 

 

 

알레산드로 톤다 감독,

『앰뷸런스 :: The Shift』입니다.

 

 

 

 

 

# 1.

 

브뤼셀의 한 학교에서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테러리즘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 특성상 이후 앰뷸런스가 내달리게 되는 브뤼셀은 단순히 벨기에의 수도라기보다는, 유럽 사회 전체를 대신한다 이해하는 것이 무난하겠죠. 테러범은 겉보기엔 평범한 두 명의 학생인데요. 즉사한 한 명과 달리 다른 한 명은 감쪽같이 사라지게 되는 데, 알고 봤더니 피해자로 오인되어 앰뷸런스에 실려 빠져나갔다는 전개입니다. 의식을 차린 테러리스트는 자신의 몸에 두른 폭탄을 내보이며 구급대원 이자벨과 아다모를 위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좁은 차량 안에서 높은 몰입감으로 풀어낸 범죄 스릴러라 요약할 수 있겠죠.

 

말씀드린 대로 영화는 테러리즘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 데요. 탐구의 대상은 다시 ⑴ 테러범, ⑵ 사회, ⑶ 개인이라는 세 주체로 나눠 구분됩니다. 작품은 사회를 체계와 위계의 작동을 가능케 하는 신뢰 구조라 정의합니다. 테러는 단순한 폭력을 넘어 일련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행위로써 규정하고 있죠.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 등은 최대한 생략한 가운데 대부분은 분량은 '혼란' 그 자체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랄까요. 한국어 제목인 <앰뷸런스>는 작품의 주요 환경을 그대로 가져온 나름의 친절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원제는 '이동하다' 내지 '전환이 일어나다'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The Shift>죠. 테러의 본질은 눈앞의 파괴보다 사회를 지탱하는 체계와 위계의 폭력적인 이동과 전환에 있음을 제목을 통해 시사합니다.

 

 

 

 

 

 

# 2.

 

자연스럽게 모든 인물들은 위계에 따른 직업 역할로 정의됩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본다면 환자, 구조원, 구급대원, 상황실의 상하 관계가 명확한 점층적 구조죠. 치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의 경중과 지휘 고하에 따라 참고인, 공범, 용의자, 경찰, 군인, 작전실의 수직적 구조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일련의 안정적 구조는 테러로 인해 극적으로 역전, 아니 'Shift' 됩니다. 학교라는 공간의 안전할 것이라는 합의와 신뢰는 삽시간에 붕괴됩니다. 앰뷸런스라는 공간의 윤리적 지위 역시 삽시간에 붕괴됩니다. 환자는 구급대원을 공격하고 구급대원은 상황실을 불편해하고 기만할 것을 강요받게 됩니다. 테러리스트 이든이 구급대원 이자벨의 다리를 가위로 공격하는 장면은, 환자가 테러리스트로 돌변함과 동시에 구급대원이 환자이자 인질로 격하됨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브뤼셀과 마찬가지로 앰뷸런스 역시 사회를 압축해 은유하고 있는 알레고리라 가정한다면, 가위로 공격하는 시점은 해당 세계 안에서의 테러로서 기능한다 이해할 수 있겠죠.

 

이후로도 감독은 성실하게 시프트 되는 상황을 수집합니다. 악당에게 발각되는 것에 긴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에 발각되는 것에 긴장하는 상황을 연출한다거나, 터널의 사고 희생자가 위험한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구급차에 탈 것을 긴장하는 역설이 전개됩니다. 사이렌을 끌 것을 요구하는 테러범과 사이렌을 켜고 검문을 빠져나가는 상황의 아이러니는 특히 상징적입니다. 사이렌 소리라는 사회적 합의와 이 사회적 합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선의가 붕괴된 순간이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무기력함을 증명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 3.

 

영화의 핵심적인 원칙 중 하나는 테러범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학생들 뿐 아니라 관객 역시 테러범이 학교에 있는 줄 알 수 없었으니까요. 앰뷸런스에 태워진 연약한 이든의 얼굴과 옷을 가르자 드러나는 폭탄의 대비는, 드러나는 모습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테러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구분할 수 없는 타인을 향한 불신은 영화 내내 도미노처럼 확장됩니다. 부모도 자식이 테러범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수사관은 부모를 믿지 못합니다. 납치된 이자벨이 혹시 공범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특히 구급대원 아다모는 공동체를 존중하는 선량한 이민자임에 분명함에도, 그의 이민 이력은 이자벨 보다 더 큰 의심을 사게 되는 근거가 됩니다. 대단히 가혹하지만, 적어도 수사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상식적인 의심이라는 점에서 일련의 비극은 오롯이 테러의 상흔이라고 밖엔 달리 설명할 수 없겠죠.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테러리스트 이든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린 나이의 앳된 소년이라는 점이라거나, 축구 선수라는 꿈이 좌절된 소년의 왜곡된 자기 증명과 같은 동기라거나, 자녀에게 무신경했던 부모의 존재라거나, 테러를 사주한 유세프의 죽음에 눈물을 보이는 나약함이라거나, 스스로 전사라 칭하며 무섭지 않다 말하지만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보인다거나 하는 등의 묘사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누군가에겐 테러리스트의 사정을 들어주는 것으로 그들을 변호하는 것이냐 공격당할 수 있음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진짜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안전한 지역에 숨어 소년들에게 테러를 사주한 유세프에겐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 것은 훌륭한 알리바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4.

 

왜곡된 테러리스트로 인해 시프트 된 사회의 체계 속에서 개인은 무방비하고 무기력합니다. 테러가 벌어지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눈여겨볼 것은 일어나 달아난 학생이나 엎드려 움직이는 학생뿐 아니라, 테러리스트의 지시를 받아들여 가만히 있었던 학생들도 테러에 희생된다는 점입니다. 테러로부터 개인이 저항할 수 있는 '지능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란 무의미합니다. 영화의 끝에서 아다모는 끔찍하게 사망하게 되고, 이자벨은 목숨을 건지는 데요. 이 역시 그 두 사람이 특별히 잘하거나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달랐을 뿐이라는 면에서 개인의 무기력을 증명합니다. 거창한 종교와 국제적 외교에도 불구하고 결국 희생당하는 것은 최전선의 무기력한 개인이라는 지적은 뼈아픈 지점이 있습니다. 안전한 회의실과 위험한 앰뷸런스, 안전한 흑막과 위험한 테러범의 대비는, 이 모든 비극이 가장 외곽에 노출된 약자들 사이에서의 수평적 폭력임을 직시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자벨의 기지로 마비된 테러범은 체포되고 이자벨은 구출됩니다. 두 사람을 같은 아스팔트 위에 누인다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에 수평적인 속성이 있음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 내내 구분되지 않던 테러범을 끝내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서 분별해 내는 데 성공했다는 면에서 테러를 이겨내는 사회의 의지와 개인의 노력이 투사된 결말이기도 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테러범을 사살함으로써 단죄하는 대신 '마비'시켜 체포한다는 점일 텐데요.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테러에 대한 최대치의 분노에 있지 않음을 담담한 어투로 표현하는 결말이라 할 수 있겠군요.

 

다소 앙상하지만 그럼에도 용기 있는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이슬람의 교리에 근거한 테러라는 것을 직시함으로써 어떤 사람들에게 제노포비아가 아니냐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도 그러하구요. 역으로 테러리스트를 단죄하지 않고 최대한 사정을 들으며 품어낸다는 면에서 테러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이 역시 회피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도 그러합니다. 다만, 장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긴장감으로 견인해 나가는 작품에서 긴장감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단점이라 지적할 법합니다. 사회적 신뢰의 붕괴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확장시켜 주인공의 딜레마에 변화와 완급을 줄 수 있었으면 좋았게다 싶은 생각은 어쩔 수가 없군요. 관객에 따라선 '너무 늘어지는데?'라 평한다 하더라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달까요. 알레산드로 톤다 감독, <앰뷸런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