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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떡볶이도 해주라 _ 문경이네 집, 김수현 감독

그냥_ 2023. 12.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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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편안한 표현들로 편견을 포착해 나가는 각본의 힘

 

 

 

 

 

 

 

 

김수현 감독,

『문경이네 집 :: The House of MunGyeong』입니다.

 

 

 

 

 

# 1.

 

편견에 대한 영화입니다. 핵심적인 미장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편견에 대한 박약한 근거로서의 '냄새'와 관련된 코드들. 담배라거나 화장품, 양말 등이 될 테구요. 다른 하나는 편견으로 인한 차별로서의 '단절'과 관련된 코드들. 보호의 영역으로서의 인도와 배타의 영역으로서의 차도, 횡단보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건너지 못하는 모습, 그 앞을 가로지르는 가드레일의 단절감, 모범생 반장과 노는 친구들의 대비라거나, 자동차를 타고 집에 가는 주인공 채진과 혼자 걸어가는 친구 문경 등이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이미지가 응집된 '문경이네 집'은 그 자체로 주제의식을 은유합니다.

 

중반즈음 채진이 차에서 내려 친구의 집에 가는 장면은 편견으로 인한 단절을 넘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친구 아니야"라 말하던 아이가 "친구 맞아"로 변화하는 것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됩니다. 여기서의 "친구 맞아"는 편견을 거절하고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에 가깝지, 채진이 문경을 친구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여차하면 매일 얼굴을 봐야 할 문경이 친구가 아니어도 좋다는, 나름의 각오가 담겨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 2.

 

문경의 집에 간 채린은 결국 '냄새'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요. 문경의 엄마를 직접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집 안의 환경이라는 또 다른 냄새들로 돌려주고 있다는 것은 썩 영리합니다. 채진은 문경이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는 것을 비롯해 서랍장 위의 단란한 가족사진이라거나, 적지 않은 수의 잘 관리된 화분들, 온화하게 드리우는 햇살, 집 안에 들어올 것을 권하고 충전기를 찾아주는 친절함이 진짜 친구의 냄새임을 확인하죠.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빠가 없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엄마의 화장품 가게가 밝히고 싶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베란다 재떨이 역시 숨기지 않고 있죠.

 

냄새가 '거짓'이라면 오히려 편견은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담배 냄새가 아니라 향 냄새였다면, 여전히 담배 냄새는 편견을 가져도 좋다는 말밖엔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감독은 문경에게는 여전히 '그녀의 냄새'가 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말합니다. 어떤 냄새를 가지고 있든 그것은 냄새일 뿐 본질은 따로 있다는 것이죠.

 

소녀의 성장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화장한 얼굴을 통해 역설적으로 완성됩니다. 눈에 보이는 화장보다, 코로 맡는 냄새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손길에 담긴 친구의 다정함이었음을 깨닫는 것이죠. 일련의 성장은 채진이 등장에서부터 여타의 아이들과 달리 키 작은 친구와 눈 맞추기 위해 차도로 내려 걷는 오프닝을 통해 느슨하게 암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 3.

 

집으로 들어온 채진은 전화가 꺼져있고, 밤늦게 돌아오고, 화장을 한 모습입니다. 그 모든 것들의 부정적인 '냄새'들은 자연스럽게 문경에게 연결되어 엄마의 편견을 강화합니다. 양말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말은 확인사살이죠. 엄마가 관성적인 편견을 내비치자 딸은 말합니다. "엄마 한 번도 본 적 없지? 그럼 다음에 우리 집으로 오라 할게. 떡볶이도 해주라."

 

일련의 결말은 주제의식을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세계로 확장합니다. 문경의 엄마가 담배 냄새와 화장품으로 자녀에게 냄새를 미치고 있듯, 채진의 엄마 역시 사람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딸에게 냄새를 미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저 깜빡 잊어 양말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었을 뿐임에도, '돌려받지 못하면 빼앗긴 거야'라는 말 한마디로 인해 딸의 편견은 강화됩니다. 반장이었던 친구가 같은 반이 된 것을 축하하고 억울한 소문에 휩싸인 친구와 거리 둘 것을 조언함으로써 딸의 편견은 강화됩니다.

 

관성적으로 이루어지던 상승을 위한 수직적 성장 사이에서, 채진은 문경과의 하루를 통해 보다 넓은 삶과 사람에 대한 수평적 성장에 도달합니다. 나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그저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두 친구는 짝꿍이 되어 다정하게 우정을 쌓아가게 되겠죠.

 

평범할 수도 있을 아이템을 섬세하게 다듬어나가는 각본이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소 비판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편견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과격하게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은 특기할만합니다. 아이들을 방패막이 삼아 사람들을 힐난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일정한 온화함이 묻어나는 영화라는 면에서, 소재에 걸맞은 매력적인 단편이라 할 수 있겠군요. 김수현 감독, <문경이네 집>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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