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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헤어진 그녀와의 인터뷰 _ 선우와 익준, 양익준 감독

그냥_ 2023. 10.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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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찰나의 감정마저 이토록 두터운데

 

 

 

 

 

 

 

 

양익준 감독,

『선우와 익준 :: Sunwoo and Ikjune입니다.

 

 

 

 

 

# 1.

 

선우와 익준은 함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자, 9년을 만난 연인입니다. 두 사람은 익숙함과 별개로 지나온 긴 시간만큼의 차이를 가지고 있고, 이는 오프닝에서부터 시선, 표정, 자세, 동선, 걸음의 속도, 배경 등 다양한 표현을 통해 부드럽게 은유됩니다. 오늘은 여자 수인이 남자 재석에게 이별을 고하는 신을 촬영하는 날. 두 사람은 완만한 오르막을 무겁게 걸으며 잠시 후 있을 촬영에 대해 논의합니다. 선우는 헤어지자 말하는 여자 수인을 두둔합니다. 익준은 그런 수인의 잔인함을 지적합니다.

 

촬영이 진행되고 감독 선우는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요. 수인 역의 진서는 되려 수인이 비겁한 것 같다는 익준과 같은 말을 하고, 재석 역의 민준은 수인의 마음을 알겠다며 선우와 같은 생각을 말합니다. 오래전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이었던 선우와 익준. 자신은 과거 수인과 같았고 익준은 재석과 같았기에 생각이 차이가 있을 거라 짐작하던 선우는 혼란스러워하며 익준에게 그날의 감정을 되묻습니다. 헤어짐을 들은 남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마음을 전해 들은 헤어지자 말하는 여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 2.

 

선우와 익준은 배역의 이름임과 동시에 배우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이들의 이름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도를 엿보게 합니다.

 

현실의 임선우와 양익준이 있고, 작품 속에서 연기하는 감독으로서의 선우와 익준이 있습니다. 그런 선우와 익준의 경험과 감정이 투영된 수인과 재석이 있고, 이를 다시 자기 경험과 성향에 미루어 연기하는 진서와 민준이 있죠. 그런 진서와 민준조차 다시 현실의 익준에 의해 캐스팅된 배우 최승윤과 허준석으로서 이 배역을 해석하고 연기했을 겁니다.

 

경계는 흐리고 분리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정확히는 불가능합니다. 모두는 너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이자, 타인의 이야기이자, 현실의 이야기이자, 허구의 이야기이자, 과거의 이야기이자, 내일의 이야기로서 '헤어지자 말하는 그녀'의 감정에 오롯이 충실합니다.

 

맞고 틀린 것은 없습니다. 수인에겐 그녀를 두둔하는 선우와 민준도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탓하는 익준과 진서도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이별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일그러지는 고통과, 최선이라는 합리화와, 묵은 애정의 잔향과, 달아나는 비겁함과, 나는 비겁하지 않다 변호하는 비겁함이 공존합니다. 붕괴된 경계 위로 같은 상황에 덧칠되는 감정과 이야기들은 어느새 관객 개개인에게 나의 이야기가 되어 파고드는 것만 같죠.

 

 

 

 

 

 

# 3.

 

영화는 두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선우에 대한 영화라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선우와 익준>이 아니라 <선우> 그리고 그녀를 탐구하는 익준이랄까요. 겹치고 겹쳐진 탐구로 빚어낸 헤어지자 말하는 여자는 구체적 개인이 아니라 이별을 고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일반명사로 승화됩니다. 어쩌면 관객이 보고 있는 것은 선우가 나오는 영화가 아닌, 영화의 모든 것들 그 자체로 선우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말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사건과 내일의 가능성까지 모두 중첩됩니다. 헤어지던 그날이 인서트 된 후 선우를 꼭 끌어안는 익준. 영화는 선우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고 여기서의 사랑은 한 인격에 대한 인간적 사랑입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조차 나로 인해 이토록 두터운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랄까요. 결말의 두 사람은 헤어지고 있는 걸까, 헤어지지 않는 걸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별했던 그 순간의 감정은 흔적이 되어 남아있을 거라는 것뿐이죠.

 

# 4.

 

... 이런저런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배우 임선우와 양익준의 영화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좋은 연기를 하고 있는 다른 배우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무심하게 스쳐 지나는 편린과 같은 역할이고 그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죠.

 

임선우와 양익준의 장점이자 접점은 일정한 피로감에 있다 생각합니다. 뜨거운 것이든 차가운 것이든 촉촉한 것이든 건조한 것이든. 어떤 표현이든 그것에 이미 충분히 잠식되어 깊이 침전된 감정이 느껴지는 듯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랄까요. 영화가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만나온 사람의 사랑으로서 철없는 투정처럼 느껴지지 않는 데에는 두 배우의 존재감이 크게 기여합니다. 양익준 감독, <선우와 익준>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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